노조도 전력대란 안원한다
징계나 손해배상 타협없다

지난 2002년 발전매각을 반대하며 ‘산개투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38일 동안 파업을 벌였던 발전산업노조가 3일 저녁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4일 오전 1시 30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발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발전사측은 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공기업 종사자로서 본분을 망각한 일탈행위이며 직권중재 기간에 벌어진 불법파업이라며 13시까지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발전파업에 대비해 정부와 발전사가 긴박한 대응을 준비하던 바로 그때. 파업철회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은 16시 30분부터 임단협 재협상과 더불어 파업으로 우리가 주장했던 발전통합이라는 명분이 국민들에 충분히 알려졌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으로 현장복귀 투쟁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발전노조 정홍섭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파업은 지난 2002년도 발전사 분할매각 반대투쟁에 이은 연장선상에서 투쟁한 것”이라며 “지난 5년 동안의 발전분할이라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평가 결과 도저히 이대로는 안된다는 결론에 따라 파업에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력산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파업을 통해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부한다”며 “우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국민들이 전력산업의 현황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5시간 동안의 짧은 파업과 관련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력대란을 바라지 않았던 발전노조의 입장 등 전략적 선택으로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제는 사측의 징계와 법적 소송에 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직권중재 기간인데 임단협 타결이 가능한가를 물었다. 임단협 노조측 수석대표인 정 부위원장은 “노사 자율타결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자율타결키로 노사가 대원칙에 합의해 실무협의를 거쳐 15일경에 타결한다는 것이 (노조의)기본적인 입장이며 타결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전노조가 15시간만에 파업을 철회했지만 정부와 발전사의 입장은 단호하다.
노조가 당초 명문없는 파업을 강행했고 그만큼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에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전사측은 노조간부에 대해 손배소 등의 법적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동시에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에 대한 자체 조사를 거쳐 징계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발전5사를 대표해 주간사를 맡고 있는 한국남부발전(주) 김상갑 사장은 “징계나 손배소 등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이미 밝힌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김 사장은 노사협의를 통한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노조측의 주장에 대해 “노조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다면 자율타결은 어렵지 않겠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편 산업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 경쟁기획팀의 황규호 팀장이 4일 저녁 부산MBC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황 팀장은 발전 노조원들이 사측 간부를 상대로 욕설을 했다며 욕설 내용을 그대로 발언해 방송 진행자가 청취자를 대상으로 사과를 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욕설 파문과 관련해 발전노조는 성명을 내고 대국민을 기만, 욕설 남발하는 산자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발전노조는 “산자부는 발전노조의 재파업을 유도하지 말라”며 “황 팀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도 성명을 통해 산자부가 노사관계 파행의 주범이라며 방송중 욕설 파문의 당사자인 황 팀장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도 성명을 내고 산자부는 황 팀장의 청취자 모독 행위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청취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문책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