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전력 수요가 연일 치솟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피크(6896만KW)가 걸린 13일 12시 예비전력(475만KW)이 빠듯해 전력수급이 위태로워졌다.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대용량 발전소가 한 기라도 멈춰선다면 광역정전 등 대형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양수발전소가 긴급 가동되고 여름철에 한해 적용하던 ‘주간예고 수요관리’를 서둘러 시행한 것만 봐도 현재의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경환 지경부장관이 국민 담화문을 통해 에너지절약을 호소하고 나선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최대전력 수요는 하계에 발생하지만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철보다 많은 것은 16년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하계 피크치(8월 19일)인 6321만KW보다 무려 575만KW를 뛰어넘는 수치다. 이처럼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요인은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 여파로 난방부하가 일시적으로 치솟고 경기가 살아나면서 산업용 전력소비가 늘어난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경부 조사에 따르면 난방부하의 ‘원흉’인 전기장판 전기난로 등 개인 전열기 보급이 2006년에 비해 35%가량 급증하고 난방을 겸한 시스템에어컨(EHP)도 지난해 100만대(누적보급대수)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전력 수급 불안을 단기적으로 해소하는 길은 국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에너지절약을 펼쳐 피크치를 낮추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과도한 전기 사용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며 지구 온난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생활 속의 에너지절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국민 너나없이 적정 실내온도(20도 이하)를 유지하고 전열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 가정과 회사에서 솔선수범을 보여 전력수급의 위기를 넘겨야 할 것이다. 이번 전력수급 비상사태는 우리 사회가 에너지 소비 시스템과 생활양식을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한파의 메시지’라 여겨진다.

하지만 현 요금제도에 잠복해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이같은 ‘호들갑’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냉방수요에 맞춰진 요금제도 패턴에 대해서도 수정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매년 난방부하가 늘어나는 추세며 최대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선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난방부하가 급증하는 것은 타 에너지원에 비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이다.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도시가스나 등유는 두자릿 수의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전기는 3.1%에 그쳤다. 최경환 장관이 14일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비상 수급 대책회의를 열고 겨울철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늦었지만 적절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차제에 지난 30여년 동안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해온 전기요금 저가정책을 손질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전력피크 ‘한파’는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전기요금 인상의 발목을 잡은 ‘부조리’가 누적된 결과물이다. 연료비 인상에 따른 디커플링(동기성)이 없어 장기간 원가 반영을 못한 괴리가 에너지원간 가격차를 벌려 값싼 전기로 수요가 전환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전환 에너지인 전기가 열효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가스 등유의 대체제로 수요 이동이 일어나는 기현상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비효율적인 에너지 대체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적 에너지 전환 손실이 9,000억원에 달하는 것(KDI 분석)은 큰 문제다. 현재의 겨울철 전력난은 현 요금조정절차가 복잡해 원가변동에 대한 가격신호를 제때에 주지 못한 것이 주요인이라는 점을 재인식할 필요성이 높다.

우리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연료 가격에 연동해 가격을 조정하는 원가 연동제를 하루빨리 도입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전기요금의 합리적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에너지 소비구조와 국가적 에너지 과소비의 개선이 요원하며 전력수급 비상사태가 또다시 재현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연료비 연동제의 필요성은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한 시점과 정부의 인허가 시점간의 시차가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가격 신호 부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정부가 눈치를 보며 주저주저하다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임시방편의 단기적인 처방에 그치지 말고 원가 연동제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현실화 작업이 촉발되는 계기로 삼을 것을 거듭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