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庚寅年) 새 아침이 밝았다. 미국 월가에서 발원한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살얼음판 위를 걸었던 힘겨운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새해 아침이라 기대감과 희망이 각별하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 역사 전100년과 후100년을 가를 분수령이라 우리의 마음가짐도 새롭다. 1910년 국치 이후 100년의 현대사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연대기라면 향후 100년의 역사는 ‘선진화의 연대기’가 될 것이다. 국가 발전과 궤적을 같이 해온 전력산업계도 선진국 진입의 원년을 열어가는 희망에 차있다.

전력산업계는 어느 해보다 희망차게 한 해를 열었다. 지난 해 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전해온 원전 수출의 낭보는 전력계는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국운 융성의 희망을 안겨줬다. 우리나라가 G20회의를 유치하는 국가로 나라의 면모를 일신하고 G10의 도약을 비전으로 삼는 이때 원자력부문은 이미 N6(원전수출국)에 진입했다는 것은 전력인으로서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원자력 관련 기술을 거의 대부분 도입해야 하는 ‘원자력 기술 종속국’, 아니 ‘기술 노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한국형 원전 수출시대를 본격적으로 개막한 것은 기적과 맞먹는 일이다. 원자력 반세기의 획을 긋는 UAE수주는 전력인이 걸어온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결정(結晶)이자 희망이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전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전이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원전시장은 2030년까지 원전 430기가 더 지어지며 그 시장은 1조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UAE 괘거는 그 자체로도 국가적인 경사지만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 원전시장의 블루오션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가속 폐달을 밟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번 UAE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해외 원전 시장을 노크했지만 사실상 원전시장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캐나다 5개국만의 독무대요 각축장이었다. 이제는 ‘국가 대표’인 한국형 원전이 명실상부한 원전강국의 면모를 살려 제2, 제3의 원전수주를 따내 국가경제를 이끄는 신성장 미래동력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에너지 수입국에서 산전국(産電國)으로 거듭나는 원년에 맞게 채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원자력계에 ‘사람 수혈’이 급선무다. 정부의 천편일률적인 ‘선진화’ 잣대로 한수원의 정원을 줄여 시운전 운영인력을 ‘돌려막기’하는 현실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 이런 여건 속에서 해외 사업이 본격화되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의문이다. 원자력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고급, 시운전 운영, 기능 인력을 장기적으로 키워내고 그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촉구한다.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원천기술을 조속히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기술공백을 메워 제약조건 없이 마음껏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며 그 원천 또한 사람이다. 모래와 자갈밖에 없던 불모지에서 원전 수출국으로 부상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국심과 자부심 하나로 뭉쳐 열정을 불태운 사람들(원자력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되새길 때다.  

현재 한국경제는 ‘고용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고용 빙하기’에 직면해 신음하고 있다. 경기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지만 고용은 늘어나지 않아 청년실업자의 한숨이 깊다. 정부가 임시 방편의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질 낮은 일자리’ 일색이다. 이를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질 높은 일자리’가 보장되는 전력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정부가 토목의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려 전력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면 고급인력이 양산되고 수출 산업으로 기능할 것이다.

원자력을 위시한 전력산업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고 그 계량이 확실한 산업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이번 UAE 원전 수주로 파급되는 고용효과가 11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덧붙여 원전 수출이 원 포인트의 단일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고 송변전 배전까지 동반 패키지 수출로 이어져 나간다면 전기공업계의 해외 판로가 열리고 고용도 한층 증대될 것이다. 전력산업계의 리더격인 한전도 협력 중소기업을 단순 하청업체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고 그들 기업이 선진화 대열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꼼꼼히 챙기는 ‘공익적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전력산업계가 호연지기(浩然之氣)의 표상인 호랑이처럼 침체의 늪을 딛고 도약하며 표호하는 한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전력경제신문도 국민적 여망을 안고 출발하는 전력산업계와 지근거리에서 호흡하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정진의 길에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