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와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은 최근 공청회를 갖고 베일에 쌓여 있던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초안)’을 공개했다. 국가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반 조성’을 비전으로 2030년까지 국가단위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2년ㆍ2020년ㆍ2030년까지 단계별로 시범도시 구축, 광역단위 구축, 국가단위 구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정부는 지능형전력망, 지능형소비자, 지능형운송, 지능형신재생, 지능형서비스 등 5대 추진분야별로 기술개발 및 비즈니즈 모델을 담았다. 

아울러 핵심 기술개발을 통한 선제적 표준화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것을 목표로 표준화 실행계획을 정책적 과제로 제시했다. 또 보안 실행계획도 3단계로 나눠 시행하게 된다. 제주 실증단지 성공모델 창출 및 스마트미터 보급 등 인프라 구축과 탄력적 요금제도를 비롯한 법과 제도적 기반 정비 등도 풀어야 할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제시된 초안을 바탕으로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다음달 중 2차 공청회를 거쳐 연내 최종 로드맵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초안은 정책 방향의 가닥이 드러나 설왕설래하던 시장에 정부의 행보를 알리는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로드맵의 어느 곳을 찾아 보아도  향후 전개될 스마트 그리드의 환경적 경제적 영향권에 놓일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간과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청회에 패널로 나선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스마트그리드는 소비자가 비용과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그와 관련된 과정과 비용이 로드맵에 없다”는 지적을 내놨다. 스마트그리드는 정부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만의 ‘잔치’가 아니다. 녹색성장의 핵심 인프라가 될 스마트그리드는 일종의 SOC사업이다. 국가의 인프라가 격변하는 중대한 사안이자 추후 불가피하게 발생할 비용을 떠안을 소비자의 이해와 참여를 이끌어 낼 방안이 로드맵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특히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는 초창기에 보안에 대한 철저한 고찰이 요구되지만 초안에는 이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전력망에 IT기술이 접목되는 스마트그리드 특성상 사이버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그동안 통신산업에서 익히 보았듯 전력산업에도 이제는 다양한 사이버 보안의 문제를 떠안을 공산이 크며 스마트그리드가 그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다. 전력은 우리에게 단 한순간이라도 없어서는 안될 공기와 같은 존재인 만큼 반드시 대안을 가지고 가야 한다. 보안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기업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국민들에게는 ‘고통과 공포를 주는 악마’가 될 것”이라는 최철국 의원의 지적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하지만 정부가 바라는 대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할 핵심방안으로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고,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스마트그리드를 삼고자 한다면, 진정한 주체인 ‘소비자(국민)’부터 챙겨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게 쏟는 열정의 반이라도 소비자를 위해 써주길 바란다.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따라 발생되는 비용을 부담하고 구축된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소비자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화려한 포장으로 막연한 기대감만 줄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사업 주체의 한축이라는 인식을 갖고 그들의 동력을 이끌어 내는 방안을 찾아 국가 로드맵에 담아야 한다. 가계와 소비자의 공감대와 참여가 향후 스마트그리드 성공의 열쇠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