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설정이 의욕이 넘쳐 너무 급하게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재계는 감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너무 서둔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목표치가 높아 기업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고용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도 과도한 온실가스 목표치 설정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조찬 강연에서 “일자리는 몇 개가 줄어들지, 주력산업은 경쟁력은 유지될지 등을 점검해야 하며 실천 주체들이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는지 봐야 한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현재 정부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감축하는 안을 유력한 목표치로 검토하고 있다. 최종 목표치를 확정하는 17일 국무회의에 앞서 4% 감축안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번에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는 유럽연합(EU) 등이 비의무감축국인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감축 목표의 최고 수준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녹색성장위원회 보고 자리에서 “가능한 한 이상을 높게 잡아야 현실적으로 실천이 뒤따를 수 있다”는 말로 목표치를 높이는 데 힘을 실었다.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녹색 주도국으로 인정받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거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다.

최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설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의 원천적인 문제점은 ‘타이밍’에 대한 논의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국제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카드’는 그 타이밍에 따라 국익이 크게좌우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관한한 운신의 폭이 좁은게 현실이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에서 2009년 말까지 한국의 중기 감축 목표를 제시키로 약속했기 때문에 목표치 제시의 타이밍을 저울질할 수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제시 대열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선봉에 나서는 것이 국익에 어떤 도움을 줄 건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선제적 대응이 가져다 줄 과실이 클지? 아니면 족쇄가 될지? 에 대한 명확한 전망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키로 한 시점이 운좋게 국익에 도움이 되기를 빌 뿐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감축 목표치만 유독 부각되고 거기에 수반될 사회적 경제적 비용에 대한 논의나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의 공방을 자세히 살펴보면 숫자만 오르내리는 공허한 다툼 일색이다. 단지 목표치가 높으면 산업계에 부담이 많아지고 낮으면 대응이 수월할 것이라는 막연한 셈만 있을 뿐이다. 더욱이 녹색위가 제시하는 안이 나오게 된 배경 설명이나 목표치가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우려를 자아낸다. 목표 설정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책임지고 감축할건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동의 절차의 결여도 맹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정부나 이명박 대통령은 목표치는 약간 이상적인 것으로 두고 거기 따라가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상적 목표’와 ‘최선의 노력’이 문제해결의 해법처럼 보인다. 물론 목표치를 높이 잡아 정부의 말대로 ‘최선의 노력’에 더해 ‘최대의 노력’을 펼치는 것이 ‘좋은 접근법’일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의 노력’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는지, 얼마만큼의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가 없다는 것은 허투루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설정, 제시한 목표치가 가져다 줄 비용과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면밀히 따져 본 후에 목표치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목표치를 정하고 전략적이고 정교한 시나리오를 짜 국제회의에 임할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