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어느덧 가닥을 잡아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국가 로드맵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 스마트그리드의 장밋빛 미래를 서둘러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MB정부가 집권 초기 녹색성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 연장선상에서 곧바로 스마트그리드가 등장할 무렵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다소 차분해졌다. 추진 체계도 점차 자리잡아가는 인상을 받는다. 그동안 우려를 자아냈던 관련 기관과 기업, 연구소의 무분별한 ‘탐욕’도 어느 정도 ‘교통정리’되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블루오션의 창조적 신시장이며 우리가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엿보이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공인받았기 때문에 세계에서 통하는 스마트그리드의 모델을 만들내야 할 의무가 주어진 상태다. 스마트그리드의 특성이 양방향이듯 스마트그리드의 성공 모델을 세계에 제시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와 소통하고 세계에 기여하는 신기원(新紀元)이 열릴 것이다. 때문에 그 시금석이 될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장점들로만 무장된 환상적인 사업은 세상에 없다. 크고 단 참외는 없거나 드문 법이다. 과대 포장과 욕심만 앞세워 추진하는 것은 일을 그르친다. 스마트그리드도 예외일 수 없다.  스마트그리드 사업도 실현가능성을 높이려면 구체성과 현실성을 담보하는 로드맵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게 될 경우 대두될 복병과 여러 난제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안들도 함께 찾아야 한다.

특히 짚어야 할 대목은 스마트그리드 계통망을 현대화하고 지능화할 때 투여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회수할거냐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비용이 전기요금에 전가되면 소비자들의 불만과 저항에 봉착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의 논의과정에는 이에 대한 공론화 절차가 전혀 없다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추가 비용의 회수가 가능하고 수익 감소분을 보상하는 인센티브가 주어질 때 전력그룹사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적극적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도 수입이 줄어드는 민간전력회사를 어떻게 지원할 건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스마트그리드 스타기업의 탄생은 바라지만 특정기업의 독주나 독식은 배제되어야 한다. 특히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이 소외받지 않고 사업에 참여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뒷받침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열쇠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스마트그리드의 온도차’는 극명하게 다르다. 대기업이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반해 중소기업은 뒷전에 밀려 상대적인 상실감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 이업종과 대중소기업의 충돌을 상쇄하고 동력을 끌어내 한데 모아 추진하는 정부의 비전과 청사진이 나와야 할 때다. 국내 경제 주체 전 부문이 ‘스마트그리드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쳐 해외로 나가려면 정부의 리더십도 기존 1.0급에서 2.0급으로의 업그레이드와 변화가 요구된다.

본지는 녹색성장이 미래다(녹생경영&스마트그리드&...)라는 기획특집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희망의 싹’과 ‘간과된 문제점의 잠복’을 동시에 목격했다. 그 둘은 스마트그리드가 태생적으로 융복합이듯 태생적으로 선후(先後)가 없다. 스마트그리드의 발목을 잡을 문제를 덮지만 말고 꺼내어 함께 논의하고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스마트그리드를 둘러싼 모든 주체에게 안겨진 ‘수면위의 현안’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전력인이 구심체를 이뤄 희망의 비전을 여는 주역으로 우뚝설 것을 주문한다. 끝으로 본지의 기획특집에 성원을 보내고 후원한 기업인들에게 지면을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