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성장의 근간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표준이다. 미국을 비롯해 EU, 호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마트그리드는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 기존 전력망은 물론, 통신, 가전, 자동차, 건설, 전력산업계 등 산업 전반의 재편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생활 전반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최근 G8 정상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로 지정된 우리나라는 세계 스마트그리드 선도국가를 지향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단일전력망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공언을 현실화하기 위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 실증단지 건설을 위한 착공식을 갖고 이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기업에게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수출산업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복안이다. 수출산업화의 선봉장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표준이다.

표준은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키워드로 부각되고 있다. 표준은 국가 경쟁력과 곧바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자국의 국가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선봉에는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있다.

지난해부터 기술표준원장을 맡아 글로벌 표준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남인석 기술표준원장은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 이사로 선출됐다. 남 원장은 내년부터 임기 2년의 ISO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ISO 이사회는 ISO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의결 기구다.

남인석 원장은 지난 2008년 부임 이후 양자 표준화협력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유럽표준화기구(CEN/CENELEC)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표준회의(PASC) 등 지역 표준화기구 및 러시아, 스웨덴, 호주, 이집트 등 대륙별 거점국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해 국제 표준화 무대에서의 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해 왔다.

남 원장은 “이번 이사회 진출을 계기로 ISO 국제표준화 정책에 우리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하고,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화 하는데 주력하겠다”며 “특히 우리의 성장동력 산업과 녹색산업을 글로벌 그린 스탠더드화 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녹색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제표준화기구 이사에 선출된 남인석 기술표준원장을 만나 소감과 각오, 그리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견인할 표준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에 국제표준화기구(ISO) 이사회의 이사로 선출됐는데, 그 의미와 앞으로 각오는?

-ISO 이사회는 ISO의 주요정책을 입안하고 집행을 감독하는 총괄기관이다. 이사회는 신규회원국 가입 심사, 예산 승인, 기술관리이사회의 운영과 감독, 소비자정책위원회, 개발도상국위원회 등이 속해 있는 정책 개발위원회의 감독 등 국제표준화와 관련된 최고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정책 결정과정에 우리나라가 직접 참여함은 물론, ISO 장기전략 개발과 같이 ISO의 국제표준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산업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사회 이사로 진출함에 따라 우리나라가 이사회와 기술관리이사회의 이사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사회와 기술관리이사회의 이사를 모두 보유하는 국가는 8개에 불과하다. 오늘날까지 양대 이사회를 장악한 미, 영, 독 등 6개 상임이사국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오고 이사회를 통해서 자국에 유리한 정책을 관철시켜 나갔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현안 사항 해결과 국제표준화 효과의 제고를 위해 양대 이사회를 최대한 활용해, 국제표준화 주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SO 이사로서 우리가 주력하고 있는 녹색산업 및 성장 동력 산업의 국제 표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제안하고 ISO 전략에 반영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ISO 국제표준화 절차가 느려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우리의 주력 IT상품이 국제표준화에서 소외되었던 점도 절차의 단축을 통해 해결하겠다.

▲‘표준전쟁’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표준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데.

-글로벌 시대에 세계 시장 선점을 통한 자국 기업의 글로벌화 및 일류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자국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위한 국가간 표준전쟁은 이미 치열하다.

일례로, 유럽의 지멘스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은 800명 이상의 표준전담조직 운영과 1,500회 이상의 국제회의 파견 등 기업경영의 중심에 표준전략을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선진국들은 자국기술의 국제표준 선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표준화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개발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등록한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는 것을 의미하며, 훌륭한 기술의 개발 뿐만아니라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경제에 표준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독일표준화기구(DIN)는 표준의 경제적 효과로 국내총생산의 1%를 차지한다고 조사한바 있다. 또한 영국표준화기구(BSI) 역시 표준의 활용이 노동생산성의 13%를 향상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국 상무성과 OECD가 세계무역량의 80%가 표준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보고 한바 있는데, 특히, 수출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표준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휠씬 더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약 2만3,000여종의 국가표준이 있다. 이중, 품질관리에 활용되는 샘플링 방법표준 등은 제약, 식품안전 등 우리의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호주표준화 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샘플링 방법 표준 1개의 가치가 약 240억원 정도라고 조사된 바도 있다.

또한, 휴대폰, DVD 등의 동영상 구현을 위한 압축기술 코덱인 MPEG-2 표준의 등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형성된 시장규모가 2,500조원에 이르고 있다고 보고된 바도 있어 표준의 선점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다.

▲우리나라 표준의 현주소는?

-국제표준화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표준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까지 11건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기술의 국제표준 제안은 2009년 6월 현재 280건이 되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63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해 전 세계 제안 건수 1,727건의 3.3%를 차지하였고, 제안건수로만 보면 세계 8위 수준이다.

특히, 정보통신과 디지털전자산업 등 표준의 시장지배력이 강한 전기전자분야에서 세계 5위권으로 선진국 수준의 표준화 활동을 하고 있어 단순히 국제표준 제안건수 이상으로 국제표준화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제표준 제안건수 이외에 국가의 국제표준화 활동으로 고려되는 사항이 분담금 지급 비율, 분야별 위원회 참여 실적 등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하였을 때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2위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큰 경제 여건상 표준이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다.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세계화된 시장에서 국제표준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어 가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 무역의 80%가 기술표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를 맞아 여러 나라들이 기술규제를 보호무역조치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국제표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07년 이후 WTO 회원국의 신규 기술규제 통보건수는 연간 1,000건 이상으로 우리기업의 피해가 우려되어 기술표준원은 3개 부처에서 분할 대응하던 기술규제 업무를 통합한 ‘TBT중앙사무국’을 설치, 수출대상국의 기술규제정보를 신속히 입수해 우리기업들에게 보급하는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국가의 규제기관들과 직접적인 협의를 통해 수출애로를 해소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LED 등 새로운 분야와 시장이 열리고 있다. 특히 이들 분야는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녹색성장 종목이기도 한다. 녹색시장을 석권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기표원은 어떤 역할과 준비를 하고 있는가.

-녹색성장분야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 추진시 표준과의 연계는 사업의 활성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침에 따라, 기술표준원은 현재까지의 국제적 동향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벗어나 표준을 통한 녹색산업의 세계시장 확보를 적극 지원하고자 올해 ‘녹색기술 표준화 추진전략’을 수립, 32개 세부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녹색표준기술연구회를 운영하고 금년 2월에 ‘그린스탠더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LED 조명은 올해 총 8종의 KS 표준을 제정해 산업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9월부터 인증제품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제품의 세계시장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3종의 LED관련 KS표준을 IEC 국제표준으로 제안했고, 올해 중으로 4종을 추가 제안하는 등 우리나라 녹색산업의 글로벌 성장기반을 다져갈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표준화는 미국, 유럽 등 국제적으로는 시작단계로 효율적 지능형전력망 구축을 위한 표준화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조기정착을 적시에 지원하고 우리 제품의 수출 선점기회를 마련키 위해 미국 등 선진국과 표준화 공조를 통해 국제표준을 선도할 계획이다.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국내 유력 경제연구소가 올해부터 세계적으로 녹색성장관련 프로젝트의 본격적 추진이 ‘2009년 해외 10대 트렌드’라고 발표한 바와 같이 녹색성장을 통한 지속가능발전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세계시장이 내년에는 35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관련 시장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으로, 새로운 녹색기술의 개발을 통한 녹색시장의 선점을 위해 각 국 및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국제표준화의 중요성을 바로 인식해야 할 때이다. 국제표준=국제규범이라는 국제적 인식 속에 녹색기술의 국제표준화는 새로운 그린오션을 창출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기업은 풍력, 태양열, LED 등 새로운 녹색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함과 동시에 우리기술 기반의 국제표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며, 또한 기업내에도 표준화를 도입해 생산 효율성은 높이고 자원은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우리나라는 선진 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