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제주도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의 총아(寵兒)인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를 구축하는 실증단지의 첫 삽이 떠졌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착공식 현장에는 한전 등 전력산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통신, 건설, 가전, 정유,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기업이 함께 자리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를 구현하면 에너지에 관한한 최 빈국(貧國)인 대한민국의 에너지 이용효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것은 물론, 전 지구적인 화두인 이산화탄소 저감이라는 환경 문제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책 과제로 개발을 추진한 전력IT 결과물을 현장에 적용, 운용하고 자동차, 통신, 신재생에너지 등 이종산업간의 융합을 실현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녹색성장 정부’의 의지다.

더 나아가 실증단지의 결과물을 토대로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도할 기술의 상용화와 수출산업화, 표준 선점의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전체 산업계의 기대치를 높인다.

우리나라가 스마트그리드 선도국으로 선정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처음 건설되는 실증단지에는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장착된다. 다양한 전기요금 정보를 가전제품에 제공하고 가전제품은 전기요금 정보에 기반해 전력사용을 자동 조절시킬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 전기자동차용 충전소 및 배터리 교환소, 신재생에너지 연계 등이 핵심축을 이룬다.

3개 분야의 핵심축이 기반이 되는 지능형 전력망은 양방향 전력전송, 고장 시 조기발견 및 자동복구가 가능하며, 각종 첨단 가전기기와 통신하면서 전력수요를 제어하는 수준까지 지능화된다. 또 실증단지 전기 공급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다. 반도체 회사 등 고품질 전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는 고품질 전력이 공급되며, 다양한 전력소비 패턴에 따라 소비자가 전력요금을 선택할 수 있는 실시간 전력요금 제도도 이곳에 도입된다.

스마트계량기를 비롯해 통신망, 홈·빌딩·공장용 에너지관리시스템, 서비스 플랫폼, 가정용 신재생·전기차 충전인프라,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전기차 충전기, 통신기반 서비스 플랫폼 및 충전 통신망, 모바일·내비게이터 정보제공, 신재생에너지용 전력저장장치, 지능형 송전망, 디지털 변전소, 스마트 배전망, 통신망과의 연계, 전력시스템 통합제어 솔루션, 실시간 전력요금제, 전력컨설팅, 수요반응이 운영되는 신전력서비스 운영 등 다양한 최첨단 기술과 기기들이 점목된다.

하지만,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바라보는 현실 인식은 의외로 ‘차분’하다. 정부가 그리는 스마트그리드가 구체성을 띠지 못하고 수익성을 담보하는 청사진이 아직은 그려지고 있지 않다는 게 회의론을 제기하는 그룹의 시각이다. 실제적으로 스마트그리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능해 국가의 성장동력원으로서  ‘장밋빛 가능성’을 개화할 건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전문가 그룹도 엄연히 존재한다. 더욱이 산업간 구획이 확실한 현재의 구도를 뚫고 스마트그리드가 이업종간 영역을 깨고 융복합을 이뤄 새로운 동력원을 창출할 수 있느냐를 부정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의식한 듯, 실증단지 건설과정에서 다양한 이종산업간 결합이 필요한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특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찾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자유롭게 설계하면, 정부가 소요투자액의 50% 이내에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밝힌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소요될 책정 예산은 580억원이지만 여건변화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다음달 말까지 기관과 기업의 사업계획서를 제출 받아, 11월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각 분야별 사업주관 기관을 최종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11월말에는 협약체결을 완료하고, 12월부터는 실증단지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스케줄이다.

결국, 제주 스마트그리드의 성패는 이업종간의 결합이 얼마만큼 바람직한 형태로 짜여지고 추진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스마트그리드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자리매김하느냐 하는 판단 여부는 이제 1달 남짓한 짧은 기간내에 판가름날 것이다. 기업의 혜안(慧眼)과 발 빠른 대응이 한층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