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 배려 않는 휴대전화 사용자

휴대전화가 보급된 지 오래되고 없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에티켓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다.

휴대전화가 보급되던 초창기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가 자랑거리였고, 하나의 특권의식마저 갖기도 했다. 어떤 장소에서건 ‘나를 봐 달라’는 식으로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사람도 많았었다. 그동안 진화를 거듭한 휴대전화는 전화로서의 기능은 물론 게임과 영상수신까지 폭넓은 활용이 가능하다.

만원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 그렇잖아도 비좁은 공간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TV를 시청하는가 하면 게임 삼매경에 빠져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야할 상황임에도 전혀 그럴 기색이 안 보여 불쾌감마저 느낄 때가 있다.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은 아직도 존재한다. 큰 목소리로 통화하는 것도 모자라 장시간 통화를 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을 터이니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본의 아니게 통화내용을 듣다보면 굳이 그 자리에서 통화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필자는 언제부턴가 중요한 자리에 참석하거나 회의를 할 때는 휴대전화를 꺼놓는다. 나의 휴대전화로 인해 진행이 중단되는 것을 막고, 타인으로 하여금 신경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휴대전화를 꺼놓더라도 발신자가 표시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벗어날 수 없는 족쇄

전화가 오면 받았다가 “잠시 뒤에 연락하겠다”는 멘트를 예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신경을 끌어당기는 ‘실수’를 한 것이다. 또한 계속 진동이 울리는데 받지 않는 것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꺼놓는 게 편하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 때는 신호가 몇 번 가는데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얼른 끊는다. 또한 한번 끊고서는 바로 다시 전화를 걸지 않는다. 상대방이 회의나 미팅 같은 받지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하여 벨이 울리는 것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 급한 일이라면 문자메시지를 보내 가급적 빨리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한다.

휴대전화를 ‘개목걸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연락이 안 되었다는 핑계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도 24시간 내내 연락이 가능하다. 숨을 곳이 없어진 것이다. 어쩌면 휴대전화는 우리 스스로 채운 족쇄라고 할 수 있다. 편리함을 위해 사용하면서 불편함의 근원이 된 것이다.

휴대전화가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다. 또한 그로 인해 많은 편리함이 따르고 위기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도구이자 사업수단인 것이다. 휴대전화의 사용빈도가 높을수록 그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많아질 수 있다. 휴대전화 사용에 있어서 타인을 배려하는 예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