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입찰용역과 관련, 업체와의 유착관계로 인한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국가 경제 전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하나라도 더 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하게 치러져야 할 입찰에서 특정업체 봐주기식의 유착관계(?)로 인해 정당하게 꾸려가고 있는 업체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이를 밝히기 위한 시시비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2004년 말에 실시한 영광, 월성, 울진원자력본부의 소방용역 입찰에서 이 같은 입찰의 문제점이 드러나 입찰업무를 담당한 관계자 9명이 하나의 사안을 두고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한수원은 담당자들의 실수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여러 군데에서 이 같은 입찰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누가 보아도 업체와의 유착이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항간에는 이번 입찰에서 낙찰 받은 업체의 입김이 한수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연간 2조5,000억원 상당의 예산을 가지고 움직이는 한수원에서 50여억원 규모의 입찰은 그리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 몇 사람의 실수로 인해 국가 공공기관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이를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취급한 한수원 자체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잘못을 저질러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징계를 받는다는 것이 주의나 경고로 마무리된다면 또다시 이 같은 실수는 되풀이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전과 발전회사 모두 자체 내규로는 1년 동안 3번 이상 주의나 경고를 받지 않는다면 진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들 말하고 있다.

국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고 투철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사안이라도 정당하지 못하고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하나의 기업에서도 실수를 함으로써 회사에 이미지나 금전적으로 손실을 입히게 된다면 그 책임을 물어 상당한 징계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직원들의 실수로 회사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면 더욱 철저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할 것이다.

한수원은 이 같은 입찰비리 의혹사건이 발생하자 단순 내부자의 실수로 규정, 몇 몇 직원들에게만 주의나 징계조치를 내렸다. 이에 또다시 민원이 제기되자 또 몇 사람 징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한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던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그저 읍소, 무마시키려 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잘못이 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쳐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숨기기에 급급하고 쉬쉬하는 것 자체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대목이다. 향후 투명한 경영을 부르짖고 있는 공공기관으로써의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