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7년 전 어느 월요일이었다. 금요일에 본사에서 특별감사가 나와서 자료조사를 하고 이번 주에 다시 나왔는데 업체에서 투서를 받고 나왔다고 한다. 어느 부서인가 골치 아프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팀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 감사가 우리를 대상으로 한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 팀의 연구업무와 관련된 부서부터 조사해 하나씩 포위망이 좁혀오더니 급기야 우리 팀원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연구한 좋은 성과를 이용해 발전소의 수명진단을 수탁사업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 모든 과정을 소상하게 조사했다. 결국 나중에 알고 보니 발전소 수명진단의 일부 업무를 위탁하고 있었는데 그 업무의 감독을 강화한 것이 업체로부터 오해를 일으킨 것이다.

식사대접을 하려고 해도 안 받고 전에 다른 업체에게 했던 감독보다 더 엄격하게 하는 것은 자기들이 볼 때는 우리 팀원들이 더 큰 금품을 바라고 한다는 식의 음해성 투서였던 것이다. 그 특별감사를 통해 오히려 우리 팀은 청렴하게 일처리하고 철저한 감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 됐다.

연구비가 증가하는 만큼 연구와 관련된 부정행위도 늘어난다.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고 미국에서 먼저 일어난 일이다. 미국에서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연구비가 급증하였고 그에 따라 과학자들이 부정행위가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르러 연구예산이 절정을 이루자 미국사회 전체의 주목을 끄는 연구계의 추문이 꼬리를 이으며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게 되자 연방정부와 의회에서 이를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연구과제가 대형화 되어가고 연구예산이 많아지고 있다. 연구 인력에 비해 예산이 커지면서 부작용과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어 낯이 뜨거워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많은 규제와 절차가 연구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보완되었지만 오히려 연구의 효율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연구와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받는 점은 사실 기술자의 자존심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그러나 그것 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연구 성과의 과대포장에 의한 연구윤리 위반 현상이 우리나라 연구에도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중앙 TV방송의 9시 뉴스에 나오는 기술개발 성과는 대부분이 과대포장된 것이다.” 세상이 모두 한탕주의로 가고 있으니 과학자들도 이런 시류에 동참하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쓰고 있고 참여 연구진들은 승진을 하기 위하거나 연구기관의 홍보를 위해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어서 실제 성과 이상으로 홍보를 하는 것이다.

논문이나 특허 등의 지식재산권도 정량화하여 평가하고 성과를 측정하게 되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무늬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실적으로 인정받고 정작 교수들과 학생들은 해외관광과 골프여행으로 채워진다는 최근의 뉴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국에서는 법으로 ‘연구자의 심각한 금전적 이익’을 제한하고 있다. 연구 관련자로부터 ‘금전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말하는 것으로 봉급, 자문비, 사례금, 소유권, 지적재산권 등이 포함되어 이와 같은 것은 금전적 이해갈등을 분명히 밝히고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지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구부정행위는 연구를 제안, 수행, 심사하는 과정 또는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의 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논문표시 행위 등’이라고 분명히 정하고 있다.

위조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또는 연구결과 등을 허위로 만들어내는 행위이며, 변조는 연구재료, 장비, 과정을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형, 삭제함으로써 연구내용 또는 결과를 왜곡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표절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 연구내용, 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과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각하게 발생하는 것은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라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풍토상 무임승차도 많고 인사치레로 논문의 저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정작 수고한 학생들은 저자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물론 단순히 연구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수집한 사람, 기술 지도를 해준 사람은 후기 또는 감사의 글에서 언급하는 것이 옳다고 한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자기표절과 중복게재도 사실 옛날에는 스스럼없이 일어나던 일들이다. 중복게재는 동일논문을 2개 이상의 학술지에 게재하는 행위이며 자기표절은 이전에 발표된 자기결과를 다시 논문에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연구부정행위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그것도 잘 나가는 연구부서에서 일어날 경우가 많은데 그 많은 성과를 한번에 날려 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늘 경계해야 한다. 꺼진 불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연구부서의 리더들은 조직원들의 청렴성과 진실성을 유지하는 데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