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 TDR실 관계자들이 모여 브레인스토밍 방식의 회의를 펴고 있다. 연소 개선후 발생한 플라이 애쉬를 놓고 머리를 맞대어 앉았다.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1%’라도 더 줄여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한 한국남동발전의 노력은 ‘TDR 활동’으로 요약된다.

남동발전의 TDR 활동은 김쌍수 한전 사장이 벤치마킹하라고 할 만큼 우수 성공사례로 꼽혀 전력그룹사 TDR 관계자들이 방문해 배워 갈 정도다.

집중호우 속에서도 영흥화력 TDR실은 창의적 업무개선으로 설비효율을 높여 안정적 전력공급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끌어 모으고 해결책을 찾는 데 한창이었다.

백남호 영흥화력본부장과 직원들이 비용절감은 물론 발전원가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TDR 현장을 찾아 6개월간의 활동과 성과를 들어 봤다.

■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공장

▲ 이용수 TDR실 2팀장(오른쪽 세번째)이 TDR실이 마련한 해결책을 해당부서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영흥화력본부에 자리한 TDR실은 6개월 동안 효율성과 경제성, 생산성 등을 고려한 20여 주요 과제를 발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온 브레인이기도 하다.

특히, 직원들이 툭툭 던지듯 쏟아낸 아이디어를 ‘목표설정→과제선정→현장미팅→현장순시→대안활동→중간보고→완료보고’ 등의 단계를 거쳐 구체적 방안으로 시현해 내는 곳이기도 하다.

류성대 TDR 실장은 “이곳은 ‘NO’가 없는 곳으로 사고(思考)의 틀과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곳”이라며 소소한 과제를 제외한 굵직한 혁신활동을 소개했다.

TDR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냥 보기에는 종이 쪼가리로 보이겠지만 이게 다 전기요금 인상요인 1%를 잡아내는 아이디어랍니다. 물론 지금은 종이에 아무렇게나 쓰여 있는 글에 불과하지만 TDR 실로 접수된 만큼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는 원석인 것이죠.

벽 곳곳에는 수백장의 문서가 셀로판 테이프와 압정에 눌린 채 혁신의 날개를 달아 달라고 재촉하듯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無에서 有를 창조하다

▲ 류성대 TDR실장(오른쪽)이 TDR과제를 문의하는 직원과 선채로 문제를 찾기 위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TDR실 한쪽 벽이 직원들이 발굴한 과제로 가득차 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6개월 전, 영흥화력의 TDR 활동은 시쳇말로 갑갑함 그 자체였다.

6명의 구성원 모두 TDR이 무슨 뜻인지,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했다.

류 실장을 비롯한 TDR실 구성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넷에서 용어를 찾는 것부터였다.

“갑갑했죠. 뭔 말인지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 인터넷을 살펴보니 처음 시작한 곳이 LG라는 것을 알게 되어 창원공장으로 무작정 달려가 한수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TDR 활동을 배웠죠.”

LG는 ‘브레이크 3멀티플라이어’라고 해서 공장단위의 TDR 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LG 창원공장의 TDR 활동은 세탁기에 진동이 감지되면 책상위에 올려놓고 제품을 해체하면서 직접 손으로 만지며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방식으로 발전소와는 상황이 확연히 달랐다.

그런 만큼 ‘발전소 맞춤형 TDR 활동’을 창안하는 게 중요했다.

발전소에 TDR 활동을 어떻게 접목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던 초창기와 달리 조직의 유연성도 조금씩 확보되는 만큼 9월부터 TDR 실의 활동무대와 영역이 확대된다.

TDR 센터는 효율적인 연료구매방법 등과 같은 과제를 발굴하게 되는 것이다.

■ TDR 활동의 성과…혁신

TDR의 매력? 한 가지 문제에 골똘히 매달려 효과적인 답을 찾을 때의 희열, 거기에 있죠. 중독성이 아주 강하고 전염성 속도는 빠릅니다.”

백 본부장은 TDR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설비를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향상된 것과 함께 혁신이라는 긍정의 바이러스가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과거, 발전설비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상이 있는 부분만 살펴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사고(思考)와 행동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사고한다는 게 주요설명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비용요인을 찾아 해결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요인 1%를 줄여 보자는 바이러스가 중독성 강하게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류성대 TDR 실장도 “TDR 활동, 즉 ‘혁신’은 누굴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다”며 “일을 게으르게 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혁신이다”는 말로 맞장구 쳤다.

TDR 활동의 목적이 ‘효율’에 있음을 이야기 한 것이다.

류 실장에 따르면 처음 TDR실은 19명으로 구성, 운영했지만 이젠 6명이 전부다.

13명이나 각 사업소로 돌아갔지만 그는 “TDR실을 거쳐 간 직원들 중에 자신의 잠재능력을 TDR 활동을 통해 보여줄 수 있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며 “각 사업소로 돌아간 직원 모두가 이젠 우리회사 TDR 전도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긍정의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흥화력 TDR실은 옥상옥(屋上屋)이 아니었다. 또 뭔가를 지시하는 성가신 부서가 아닌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풀어 번뇌와 근심을 푸는 해우소(解憂所) 같은 곳이었다. 

 백남호 영흥화력본부장  인·터·뷰

“TDR, 조직혁신 원동력 될 것”

“다른 부서로 전이 되어 점점 닮아 가고 있다. 자신의 설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성과다.” 백남호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장이 지난 6개월간 추진해 온 TDR 활동에 대한 성과를 설명하면서 강조한 부분이다.

그는 6개월의 기간이 남동발전의 TDR 활동의 기틀을 잡기위한 1단계 작업이었던 만큼 9월부터는 TDR실을 ‘TDR 센터’로 전환해 경영적 측면에서의 선결조건 과제를 발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설비가 고장 나면 그냥 대체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이제는 내구성과 기술, 정비 등 어디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냐를 놓고 요목조목 따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의 설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는 TDR 활동을 옆에서 지켜 본 것만으로도 직원들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말과 함께 이러한 사고(思考)는 다른 부서로 전이 되어 점점 닮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산성과 경제성이 우수해야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을 전제로 그는 영흥화력에는 이제 그러한 인재가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영흥화력의 TDR 활동이 2단계 활동을 펴야 할 만큼 발전하기 까지 부서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많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발전설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해결책을 타인에게 의뢰한다는 것이 스스로 무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아 어떠한 과제도 내놓질 않았다.

또 업무의 주도권을 뺏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로 저항심도 높아 좀처럼 과제 발굴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노련한 간부들을 전진배치 했던 만큼 스스로 문제를 발굴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활동이 지속되자 직원들은 TDR 실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라는 인식과 함께 아이디어를 쏟아 내며 동참하게 된 것이다.

“이젠 토론주제가 넘쳐날 정도다. 확대간부회의 스타일도 바뀌었다. 부서가 안고 있는 문제점, 개선책을 쏟아 내고 있다. 내 업무가 아니어도 확대간부회의 때 토론주제로 가져와 이야기 한다. 보고서를 길게 쓰지도 않는다. 간단하게 한 줄로 써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는 문제점을 공론화해서 해결책을 마련해보자는 의지가 얼마나 넘쳐나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TDR이 가져온 예상 밖의 성과다.”

백 본부장은 TDR 활동이 직원들의 사고와 행동뿐 아니라 확대간부회의 틀마저 바꾸어 버렸다는 설명과 함께 “TDR 활동이란 새로운 것, 보다 나은 것을 찾아가기 위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