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원들이 기체 삼중수소 액화 촉매제를 용기에 담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이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ITER 국제기구가 공고한 기술용역 중 3개 과제를 수주했다.

이번에 수주한 ITER 기술용역은 ▲핵융합로 금속 폐기물 내 삼중수소 분석 기술 개발 ▲70g 삼중수소 운반용기 설계 ▲방사성 폐기물 원격 취급 연구 등 3개 과제이며, 계약금액은 총 40만8,850 유로(약 7억3,000만원)이다.

‘삼중수소 분석 기술 개발’은 향후 핵융합로에서 발생할 금속 폐기물의 처리 및 처분에 대비해 폐기물 내에 포함된 삼중수소 함량을 정량하는 과제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첨단 삼중수소 분리기술과 방사화학 분석기술을 토대로,

▲ 방사성물질 운반용기 안전성 평가를 위해 화재 시험을 하고 있다.

핵융합로에서 발생하는 금속폐기물 내 삼중수소 포집 및 분석을 세계 최초로 시도하게 된다.

또 ‘70g 삼중수소 운반용기 설계’는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주위 환경과 격리된 상태로 삼중수소를 운반할 수 있는 특수 용기를 개발하는 과제로, 주요 수행 내용은 ▲삼중수소 운반용기의 설계/제작/시험에 대한 품질계획 ▲B(U)형 운반용기의 제작 도면 및 상세 설계 ▲삼중수소 운반용기의 구조해석 및 열해석 ▲운반저장용기 취급절차서 작성 등이다.

마지막으로 ‘방사성 폐기물 원격취급 연구’는 핵융합로 운전 중에 발생하는 중준위 장수명 방사성 폐기물을 원격으로 처리해 ITER 수명 기간 동안 임시저장하기 위한 사전 연구 과제로, 모든 처리 공정이 차폐시설(핫셀) 내에서 원격으로 취급돼야 하며 원격 취급 설비가 고장 났을 때도 원격으로 수리해야 하는 난해한 기술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수십 년간 차폐 시험시설 및 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을 운영해오면서 축적한 기술을 인정받아 이 과제를 수주하게 됐다.

▲ 방사성물질 운반용기 안전성 평가를 위해 낙하 시험을 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이번에 수주한 과제 가운데 삼중수소 운반용기 설계 용역은 향후 ITER 기구의 삼중수소 운반용기의 인허가 과정에서 안전성 시험, 제작 등을 한국이 수행 또는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생산시설로부터 프랑스 핵융합 시설로 삼중수소를 수출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삼중수소 분석 기술용역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되는 삼중수소 분석 기술을 선점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원자력연구원은 ITER 기구가 발주한 다양한 과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ITER 핫셀 시설 개념설계 관련 기술용역을 국가핵융합연구소와 공동으로 수주했으며, 오는 10월까지 진행되는 ‘방사성 폐기물 계통 분석’ 과제를 ITER 한국사업단으로부터 일부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또 방사성 폐기물 관리 분야 전문가 자문 업무를 올해 말까지 수행할 예정이다.

■ 삼중수소 분석기술 개발

ITER는 2018년 첫 시험가동을 목표로 핵융합로 기술을 개발 중으로, 향후 발생할 폐기물 처리·처분 및 삼중수소 재활용 연구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ER는 핵융합 가동 중 발생될 금속 폐기물 내 삼중수소 정량기술에 대해 화학적 또는 비파괴적 분석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  

핵융합로에서 사용되는 삼중수소는 금속조직 내부로 침투하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삼중수소 정량을 위해 화학침출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삼중수소와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 정량은 액체 상태로의 전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를 위해 특수 제작한 촉매제를 적용해 삼중수소를 연속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된다. 이 같은 분석기술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화학연구부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방사화학 분석기술의 결실이다.

이 사업은 총 4단계인 ‘삼중수소 분석기술 개발’ 사업의 1단계 사업으로, 2009년 7월 1일부터 1년 동안 13만3,000 유로의 연구비를 투입, 추진된다. 2018년 ITER 핵융합로 첫 시험 이전까지 3단계가 순차적으로 수행되며 이후 4단계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사업의 최종 목표는 ‘금속폐기물 내 삼중수소 비파괴 분석기술 개발’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추진할 예정이다.

핵융합로 금속폐기물 대상 삼중수소 분석기술은 세계 최초로 개발, 적용되는 기술이다. 삼중수소 분석기술의 수출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화학 분석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국가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삼중수소 운반용기 설계

▲ ITER 방사성폐기물 처리 흐름도.

수소의 동위원소 중 하나인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약 12년인 방사성 물질로 사람이 흡입, 섭취할 경우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용기로 안전하게 주위 환경과 격리된 상태로 운반해야 한다. IAEA 규정 TS-R-1에서 삼중수소 운반용기는 Type B(U)형의 운반물로 분류되며 이에 해당하는 설계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운반용기는 삼중수소를 화학적으로 안정한 금속화합물의 형태로 저장하며 진공감압 및 가열을 통해 충전 및 방출을 하게 된다.  운송 중에 용기에 기계적 충격 및 열이 가해져도 구조건전성 및 격납건전성을 유지해 삼중수소의 외부 유출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운반용기를 조작하는 모든 과정동안 외부 환경이 삼중수소로 인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 및 용기 운영절차가 필요하다.

운반용기는 Inner Container, Outer Container, Drum, Inlet/Outlet Valves 등으로 구성된다. ▲Inner Container는 삼중수소를 금속화합물의 형태로 안정적으로 저장(적재용량 70g)하는 삼중수소 충전·방출 밸브를 가진 일체형 용접구조물로, Depleted Uranium, ZrCo 합금 등이 저장물질로 사용된다. ▲Outer Container는 이중 O-링을 사용해 기밀성을 유지하며, 삼중수소 표집밸브를 설치해 Inner Container의 누설여부를 검사한다.

▲Drum은 외부충격 및 열로부터 Inner/Outer Container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Drum과 Outer Container 사이에 내열성의 충격완충구조로 설계돼 있다. ▲Inlet/Outlet Valves는 삼중수소의 충전 및 방출에 사용되며, 삼중수소의 붕괴열로 인한 고온조건 하에서도 허용치 이하의 누설률을 가져야 한다.

삼중수소는 핵분열 반응의 부산물로 생성이 되기도 하며, 핵융합에 필요한 중요한 원료물질이기도 하다. 국내 월성원전 등에서 생산, 보관중인 삼중수소는 수출 가능한 자원이 될 수 있으며 삼중수소 운반용기의 설계기술 개발 및 국산화는 이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 방사성폐기물 원격취급 연구

핵융합로의 방사성폐기물은 핵융합로를 구성하는 부속품의 수리 및 교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중준위 장수명 핵종을 함유하고 있으며 방사능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의 처리 및 관리를 위한 모든 작업은 방사선 차폐시설에서 원격장치를 이용해 작업해야 한다.

발생된 방사성폐기물은 임시저장을 거쳐 절단, 시료 채취, 특성 평가, 임시 포장 및 저장 과정을 거친 뒤 핵융합로의 운전기간동안 ITER에서 관리하다가 프랑스 측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러한 방사성폐기물은 최대 중량이 52톤까지 나가며 규모가 커서 절단 및 운반 등 모든 과정을 원격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작업의 정밀성과 아울러 취급 장비의 원격 유지 및 관리에 상당한 기술이 요구된다.

ITER 방사성폐기물 원격취급 연구과제는 폐기물 처리 전 공정의 원격 취급 타당성 연구와 원격취급 설비의 선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ITER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건설공사 착수를 위해 막바지 준비 단계에 있으며 이 과제의 수행은 ITER의 설계입력 자료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 원격취급 기술을 인정받아 수주하게 된 이 과제는 향후 진행될 각종 시설 및 장비의 설계에 지속적으로 국내 연구진이 참여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바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