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당초 2011년에 도입하려던 사업부제를 올 하반기로 앞당겼다. 한수원은 7월 1일부터 1단계로 고리, 영광, 울진, 월성 4개 원자력본부와 한강수력발전처 등 5곳을 사업부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한수원은 4개 원전본부 본부장에게 부분적으로  예산 편성과 집행, 인사권을 부여하는 위임경영을 실시했지만 앞으로 사업부제가 도입되면 본부장의 권한이 더 커지고 경영실적에 따른 책임도 동시에 부여될 전망이다. 본격 시행되는 한수원의 사업부제가 경영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효율제고의 ‘묘약’으로 작용할지 자못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한수원의 사업부제 도입을 놓고 곱지않은 시선이 존재하지만 사업부제도는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제도다. 여기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선진화의 시류에 휩쓸려 경영평가 점수를 잘받는 일환으로 사업부제를 섣부르게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는 ‘전제’와 ‘진정성’이 바탕해야 한다. 특히 사업부제가 자칫 성과 위주의 과다경쟁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원전의 안전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명제’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이미 도입이 예정되었던 제도이니 만큼 내부 검토도 충분히 이뤄졌을 것으로 믿는다. 조기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면서 사업부제를 토착화시키느냐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수원의 역량이자 몫이다. 

제도가 문화를 지배하듯 새로운 제도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낸다. 사업부제도 한수원 내에 새로운 시스템의 개편을 가져와 변화를 이끌 것이다. 효율을 저해하는 거품이 존재한다면 현 체제 내에서 거품을 찾아 걷어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모든 제도가 완벽하지 않고 반드시 장·단점이 존재하며 사업부 제도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업부제도 자체의 본질을 가지고 따지면 논란은 끝없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시행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후속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또 그것이 사업부제 시행의 결과를 좌우하는 열쇠다.

 사업부제의 성공 여부는 사업부의 행보를 결정할 평가지표와 책임회계 제도를 얼마나 잘 짜느냐에 달려있다.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한전 배전사업장에서 나타난 쓴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도 시행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노파심에서 한 가지 더 주문할 것은 효율성과 안전성이 조화를 이뤄 원전을 운영해온 기존의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을 높이는 것도 원전 운영의 중요한 덕목이고 가치이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안전성은 확보되어야 한다. 효율에 목메다 안전성을 해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것은 소탐대실이다. 설익은 사업부제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업부제를 추진하더라도 대실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설계를 완벽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사업부제 도입으로 도출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