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한전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주제는 심리학자 등 인문학자들의 계속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서는 경제학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예로 2002년 1월에는 전미경제학협회(AEA) 주최로 연례 학술대회가 열렸는데 토론 주제가 ‘돈과 행복과의 관계’였다고 한다.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중 흥미로운 것이 있었는데 “평균적인 사람이 돈만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선 100만 파운드(약 18억9천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영국 Warwick 대학교의 Andrew Oswald 경제학과 교수가 1990년부터 10년 동안 영국의 9000 가구를 대상으로 돈을 벌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혹시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그만한 돈이 없어서 오히려 불행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오스왈드 교수는 아울러 개인의 행복은 자신의 부(富)와 비례하는 반면 다른 사람의 부와는 반비례한다는 주장도 펼쳤다고 한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공감을 표명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속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를 인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렇게 돈으로 행복의 가치를 따지게 되고 다른 사람과의 상대적인 입장에서 인간의 행복을 보게 되면 오히려 불행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심령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그리고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가 복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소유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가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하는 자의 행복

서강대학교의 철학과 교수인 엄정식 교수는 ‘당진일기’라는 책에서 행복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바람직한 삶이란 자기가 지니고 있는 기능(aret?)을 제대로 혹은 탁월하게(aret?) 수행함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그것을 그는 넓은 의미로 덕(aret?)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기능과 탁월성, 그리고 덕을 표현하는 그리스어가 서로 같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따라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이 탁월한 기능에 일치하는 정신적 활동, 즉 행복(eudaimonia) 혹은 순기능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인간의 행복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엄정식 교수는 우리의 행복으로 범위를 넓혀서 이야기 하였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기술자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 기술자의 행복은 ‘기술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더욱 탁월하게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기술자는 행복해질 수 있는 길과 기회가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자신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전문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연구원들에게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아주 많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기술을 더욱 새롭게, 더 탁월하게 만들어가는 수많은 연구하는 자들의 행복은 바로 우리들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몰입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비결 중의 하나로서 어떤 일에 집중하라고 한다. 운동선수, 예술가, 과학자, 기술자, 작가 등 고도의 정신 집중을 요구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몰입하는 당시에는 행복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완수한 후에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뿌듯함을 느끼며, 동시에 만족감과 행복을 수반한다고 한다. 행복의 이러한 속성은 기술자에게 더욱 많은 행복감을 줄 수 있다. 칙센트 미하이와 황농문교수의 ‘몰입’에 관련된 책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의 국내 사회 환경이 기술자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와 기술 분야에서 목표를 세우고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본다.

자신만의 ‘유레카’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갑작스럽게 떠오른 영감 때문에 목욕탕에서 뛰쳐나오며 벌거벗은 것도 잊고서 외쳤던 말인 ‘유레카’를 우리의 전력기술 현장에서도 많이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인류 과학사에 남을 만한 것들은 아닐지라도 발전소와 송배전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현장에서 자기 자신만의 ‘유레카’가 많아야 할 것이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내고서 기뻐할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 어느 발전소의 수명관리 문제점을 어렵게 해결하므로 100억원 이상을 절감하고 보기 좋게 외국 전문가를 논리적으로 압박하였던 일, 미궁에 빠질 뻔 했던 핵심설비의 고질적인 문제를 제작사의 발표된 문헌 하나를 찾으므로 말끔히 해결하고 150억원을 절감하였던 일, 그리고 아주 작은 기술적 문제라도 고민하여 해결할 때의 보람은 그 누가 줄 수 없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실험한 결과를 도표로 이리 저리 그려보고 독창성을 발휘하여 수식을 만들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맞을 때 그 희열은 말할 수 없이 크다. 과제계획서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스스로 생각해도 멋들어진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찾아내어 전체적으로 기한에 맞추어 작성하면 다른 사람의 칭찬보다도 스스로 얻는 만족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계속되는 노력 속의 행복

심리학교수 로라 킹에 따르면 사람들이 삶의 의미와 행복을 돈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지만 삶의 의미와 행복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행복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급속하게 발전하는 현대 기술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에게는 더욱 뼈저리게 다가오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루려고 하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의 행복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행복해지려고 결심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라고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 기술자, 스스로가 기술자의 진정한 행복을 계속 이어가려고 더욱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