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살면서 즐거움을 얻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신의 공명, 자손의 번창, 부의 창출, 좋은 곳으로의 여행 등등.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은 내가 아무리 원하여도 세상과 나의 인연이 닿지 않으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편의 시를 감상하고 음악을 들으며 좋은 그림을 보는 것은 언제나 가능한 일이다. 예술과 함께 하는 즐거움은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시공간을 초월한다.

‘김종화의 발전소 옆 미술관’은 한점의 그림을 통하여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느끼면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화가 김종학을 생각하면 설악산이 떠오른다. 혹자는 그를 설악산 화가라고도 칭한다.
1937년 평안북도 신의주 출생의 김종학은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 후 동경미술대학과 뉴욕 프랫대학에서 판화 수학을 한 후 한동안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불혹의 나이에 설악산으로 들어가 정착을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안정된 작업 환경과 생활을 뒤로 하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곳이 도시 문명과 동 떨어진 곳이라면 더욱 더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설악산에 정착한 화가는 자신이 그려야할 그림의 방향을 찾고 딸에게 편지를 쓴다.

 “설악산에 돌아와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밤마다 별을 쳐다보고 달을 보고 설악산의 밤은 왜 그다지도 낮게 떠서 빛나고 있었던지, 하여간 열심히 밤하늘을 보며 백 장의 좋은 그림을 그리고 죽자, 백 장만이라도 그릴 때까지 살자며 입술을 깨물고 그림을 그린 것이 오늘의 나비 꽃그림 들이 나오게 됐단다. 낮에는 그 넓은 벌판을 헤매며 열심히 꽃과 나비를 봤단다. 거기서 아빠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십년 막혀 괴로워했던 그림의 방향도 전환점도 찾아냈다”

김종학이 그리는 설악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설악산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그림 속 설악산은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지도 빼어난 계곡을 뽐내지도 않는다. 나무와 꽃들이 함께 어울린 산비탈에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며 벌과 나비가 춤추고 새들은 노래를 한다. 울긋불긋 색채의 향연을 벌이는 듯한 그림 속에서 자연의 싱싱함이 베어 나오고 내가 꽃을 보는지 꽃이 나를 보는지 잊어가며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림의 진정성은 작가의 순수한 감정 속에서 피어나 관찰자의 감정 속으로 이입된다. 화가의 가슴에 피어난 꽃이 관객의 가슴 속에서 다시 피어 날 때 그림은 완성 되는 것이다.
우리들 모두가 그림 속에서나마 설악산의 꽃이 되고 나비가 되어  설악산의 풍경을 마음껏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  김종화 (金鍾華)는
1958년생으로 프랑스 파리의 에꼴 르 꼬르동 불루(Ecole Le Cordon Bleu)에서 불란서 전통조리와 제과 Grand diplome을 받았다.
88년 서울 올림픽때 프랑스 카약, 카누 조정선수단 부 조리장을 역임했다. 이후 가나아트 갤러리 공방사업부장, 프랑스 파리 가나 보부르갤러리 지점장, 가나 아트숍 이사, 가나아트갤러리 홍보이사, 가나아트센터 빌 레스토랑 대표를 거쳐 현재 가나아트갤러리 상무이사로 재직 중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