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을 지겨워한다. 요즘은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빨리 찾는 것이 지혜로운 학생이라고 생각한다. 연구원으로 생활하다 보니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나름대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즐기게 됐다.

점차 늘어나는 몸무게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단순히 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의욕을 잃는 것이 문제였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바지가 맞지 않아 수선집을 다녀와야 했다. 이 때의  불쾌감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것이다. 더 이상 늘릴 곳이 없으면 짜증이 났다. 운동해야지 하고 마음만 먹지 아침에 운동하러 나가기는 싫고 저녁에는 오히려 포식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냥 달리기를 하면 부상을 당하기 쉽고 오래 지속하기가 어렵다. 필자는 달리기와 마라톤에 대한 책을 5권 정도 읽었다. 독일의 외무장관이었던 요쉬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라는 책으로부터 달리기의 철학을 알려주는 ‘달리기가 가르쳐준 15가지 삶의 즐거움’ 등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왜 달리는지, 달리기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준비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신발은 어떻게 고르는지,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 관련된 책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서 직접 실천했다.

단순히 몸무게가 비만에서 표준 체중으로 내려온 기쁨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군대생활에서 구보만 하면 상습적으로 낙오하였지만 이제는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게 됐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수확은 달리기를 평생의 친구로 삼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상 한번 없이 본인의 체형에 맞는 운동법을 개발하고 달리기를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삼은 데에는 끊임없는 공부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진정으로 존경받는 리더인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진정한 리더는 바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상사라고 LG경제연구소 ‘창의성을 꽃피우는 상사’라는 보고서에서 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일하는 ‘일 벌레’이자,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는 ‘공부 벌레’라고 한다. 이렇게 리더가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발상을 전환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전력연구원에는 ‘공부하는 그룹장 모임’이 있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서로 토론을 한다. 누구보다 바쁜 그룹장들이 할 일이 없거나 능력이 부족해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본인의 체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는 노력을 함께 하기 위한 것이다. 스스로 계속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가 될 것이다. 공부할 것이 너무도 많기에 조금만 게을리 하면 뒤떨어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들만을 위한 ‘교육원’이 따로 있다. 연구개발인력교육원이다. 평생 공부만을 한 연구단지 안의 박사들이 무슨 공부를 더 해야 할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 본인들의 전공분야의 기술만 높다고 반드시 훌륭한 연구원은 아니다.

연구개발인력교육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특수과정 만을 보더라도 4개 분야에 16개 세부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경영학을 알아야 하고 산업경제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도, 그리고 전문가들의 역량을 유도하는 리더십도 알아야 한다.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려면 프로젝트 수행 능력도, 기술사업화 개념도, 최신 기술의 동향도, 그리고 잘 기록하고 표현하는 능력도 함유해야 한다. 만능 인간이 되어야 하니 너무도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공부하는 연구원이 훌륭한 연구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무수한 직업이 있다. 그 중에 어떤 직업이 보람차고 의미있는 직업일까? 보는 관점과 시대에 따라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당연히 연구하는 직업이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불편한 것을 더욱 편하게 만드는 것이 루이 연구자이기 때문이다.

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의 경영’에서는 과학자의 일이 이 세상에 공헌하는 바가 가장 크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과학자가 만든 상품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경영자와 과학자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주장한다.

평생 새로운 것을 공부하며 무엇인가를 새롭게 해보려고 궁리하고 노력하는 사람, 새롭게 만든 것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 기쁨을 아는 직업, 그것이 바로 연구원이다. 누구든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누가 무어라 해도 연구원이 그 중에서도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