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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극한직업에 방영된 교도관
교도소 이야기(20)-교도관은 왜 극한직업인가?
2009년 05월 11일 (월) 15:02:49 서창석 기자 storycap@epetimes.com

▣ 교도관은 극한직업이다
 
1월 초 EBS의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교도관 편이 방영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류국무 PD는 10일 정도 대전교도소에서 취재를 하면서 교도관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류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교도관이 ‘극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무척 고민하였다고 합니다. 담장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그저 수용자들을 가둬놓고 감시만 하는 ‘편한’ 직업으로 생각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막상 취재를 진행하면서 그가 본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뜻 밖에도 ‘극한’ 직업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면회라고 말하는 접견을 할 때 거실에 있는 수용자를 접견실까지 동행하는 교도관은 하루에 3만4천보를 걷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20km 정도를 걷는 것이었습니다. 미결수용자들이 있는 사동에서 근무하는 교도관은 사동복도를 오가며 문을 열어주고 상담하느라 하루 종일 앉을 사이도 없었습니다.

교도소라는 곳이 일단 들어가면 도망칠 수 없는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시를 게을리 할 수 없는 곳이기에 교도관들은 수용자를 웃으며 대하면서도 긴장을 풀지 못합니다. 또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사실 수용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입니다. 그 중에는 교도관에 대해 적개심을 품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 통제력을 상실한 채 막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위험요소가 교도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2004년 대전교도소에서 직원이 수용자에게 맞아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직원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 비일비재 합니다. 같은 사람을 상대하더라도 교도소 안에서 수용자를 상대하는 근무가 일반인들을 상대하는 관공서의 민원실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런데도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에게 많은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범죄자의 상당수가 정을 모르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아온 불우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교도관들의 상당수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저 사람이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고 자랐다면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현장에서 보면서 터득한 진리 때문에 교도관들은 미우나 고우나 수용자들에게 정성을 들이는 것입니다. 어쩌면 종교에서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지요.


▣ 대우 해주면 인격적으로 행동

수용자들의 옷에는 번호표가 붙어있습니다. 이름표는 없습니다. 한쪽에는 수용자가 있는 방에 관한 것이 붙습니다. 예를 들어 ‘5상3’이라는 것은 그 수용자가 5사동 3층의 3호실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층은 ‘중’, 1층은 ‘하’로 표기합니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도 가슴과 철모에 번호를 붙이지요.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은 이름 대신 그 번호를 부릅니다. 이름과 계급을 무시하고 번호를 부름으로써 지위를 격하시키는 일종의 심리전입니다. 달리 생각하자면 인격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부여된 번호도 그런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교도관들이 수용자를 부를 때는 공식적인 업무관련 호출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번호를 부르지 않습니다. 교도관과 수용자 사이에도 인간관계가 형성되는데 번호로 부르면 아무래도 딱딱하니까요. 어느 정도 친해지면 “OO야!”, “OO씨” 등 친근하게 이름을 부릅니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보면 교도관이 수용자에게 반말로 명령을 하거나 강압적인 어투를 사용하는 것이 나옵니다만 현실에서는 절대 말투도 명령조로 하지 않습니다. 친구나 동생, 이웃을 대하듯이 수용자들을 대합니다. 연장자에게는 존대어를 써서 인격적인 대우를 합니다. 사실 그렇게 인격적인 대우를 해주면 받는 사람도 인격적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강하니까요.

교도관들은 수용자의 교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입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 분도 계시겠지만 실제 곁에서 지켜본다면 교도관들이 쏟는 정성은 감동적입니다.


▣ 펜션처럼 꾸며진 가족만남의 집

지난 12월에는 5개 교도소에서 가족만남의 집을 개관했습니다. 수형자와 가족이 1박2일 간 숙식을 하며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교정시설 주벽 외부에 펜션처럼 꾸며진 가족만남의 집은 시설당 신축비용 약 1억7천만원이 들어갔고 방·거실·주방 등 일체의 생활설비를 갖추어 놓았습니다. 그동안 예산사정으로 전국에 11개 시설밖에 없었는데 복권위원회로부터 복권기금 51억원을 지원받아 2007년 18개, 2008년 13개 시설을 신축하여 현재 40개 교정기관에 42개 시설을 운영, 사실상 전국의 모든 교정시설에서 가족만남의 집을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가족만남의 집은 장기간 복역한 수형자들에게 소원해진 가족관계를 회복시키고 이를 통해 사회복귀능력을 높이기 위해 1999년에 최초로 도입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부부간의 만남을 강조하여 속칭 “Red House"라고도 한다네요.

이곳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애환과 사연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던 사례를 소개하면, 김천교도소 오○○(55세, 살인, 징역15년)는 딸(구속 당시 초등학생)의 결혼식에 누가 될 것을 걱정하여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을 교도소 측의 배려로 지난해 6월, 가족만남의 집을 이용하면서 딸과 사위로부터 큰절을 받고 결혼을 축하해 줌으로써 가족화합의 계기가 되었고, 이혼위기에 처해 있던 청송제3교도소 박○○(41세, 강도상해, 징역7년)은 지난해 3월 가족만남의 집 이용 기회를 얻어 부인과 화해하여 위기를 극복하였다고 합니다.

2008년도에 수형자 777명과 가족 2,600여명이 가족만남의 집을 이용하였는데 수형자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가족 간의 친밀도가 향상되는 성과를 거둠에 따라 내년부터는 이용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합니다.


▣ 교도관은 참 따뜻하다

또한 교정본부에서는 귀휴(휴가), 가족만남의 날 행사(교정시설 내 개방장소에서 다과를 나누는 가족화합 행사), 참관(교정시설 내부 공개) 등 가족을 매개로 하는 교정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여 가족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수형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1월 21일에는 안양교도소에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중간처우의 집’ 개관식이 있습니다. 중간처우란 교도소 수형자에게 사회와 교도소의 중간 정도 수준의 처우를 하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을 교도소에 있다 보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중간 단계를 거쳐 사회에 나갔을 때의 충격을 완충하는 것입니다.

그런 게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도둑놈들에게 왜 쓸데없이 돈을 들이느냐”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방치된 채 사회에 나오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습니다. 그 피해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류PD는 교도관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고생하고 애쓰는 정도에 비해 사회가 교도관의 역할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교도관들은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회가 그 공로를 알아준다면 더욱 신바람 나서 일을 하겠지요. 그럴수록 이 사회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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