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연구관리팀장

한 가지를 해도 확실하면서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밭에서 일을 하였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엄청난 보화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대충 대충 주인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신의 땅에서 일하듯이 구석 구석 밭을 갈고 꼼꼼하게 일했다. 밭을 갈아도 깊이 갈았다. 그러다가 밭에 가득 찬 보화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소유와 재물을 팔아서 그 밭을 샀다. 성경에 나오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연구를 R&D라고 부른다. Research와 Development라는 두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두 단어가 알려 주듯이 가치가 있는 원석을 찾고 찾아서 보석으로 갈고 닦는 것이 연구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연구를 통하여 기술적인 보석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연구란 무엇인가?

최근에 “연구란 꿈이다”라는 글을 남기고 다른 직장으로 옮긴 사람이 있었다. 꿈과 같은 공상만화를 실제화 하는 것도 연구이다. 100년 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 모두 자신의 일생을 바친 과학자들이나 기술자들의 공로이다. 반면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도 연구이다.

그런데 사전에서 보면 ‘연구는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인 원리를 따지든 아니든, 연구는 새로운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것이다.

연구의 유형도 다양해 기초연구, 응용연구, 개발연구, 기술개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초에서 기술개선까지 연구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어느 한 가지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연구는 인간에게 끊임없이 더 좋은 것을 만들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력기술, 너희들이 한 것 내놓아 보라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연구원이 지금까지 한 일을 내놓아 보라.” 특별히 전력분야의 기술을 연구하는 일에 20년 이상 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럴 때 딱히 “이겁니다.” 라고 말할 수 있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전력기술의 특성상 공과대학에 있는 모든 학과의 기술들이 종합적으로 녹아 들어가서 결국 나오는 것은 ‘전기’라고 하는 보이지도 않는 아주 단순한 생산품이 나오니 더욱 어렵다. 각자가 하는 요소기술들의 성과가 아주 크고 많더라도 그 어떤 기술도 대표적으로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개별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설비를 잘 운영하기 위한 설비운영 기술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엄청 싼 전기요금, 기술개발이 일조한 것이다.

그래도 어깨를 펴고 대답하는 것이 하나 있다. 1, 2차 오일쇼크 때에는 기름값이 오른 만큼 똑 같은 비율로 전기요금이 인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기름값이 아무리 올라도 전기요금은 그대로이다. 소비자물가 인상률 까지 고려하면 엄청나게 전기요금은 싸진 것이다.

겨울철에 난방을 1차 연료인 기름이나 가스로 하는 것보다 오히려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난방하는 것이 저렴하고 안전해 인기일 정도이니 전기요금이 얼마나 저렴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물론 한전과 발전회사의 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서 어떻게든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석유발전소 일변도에서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소로 연료를 다변화 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을 갖춘 원자력과 화력발전소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의 결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전력기술이 필리핀과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리비아, 요르단 등 중동 지역에서 환영받는 발전설비 운영기술은 해외 수출의 날개를 달고 있다. 모든 것이 놀라운 기술개발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