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휩싸인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에 쏠리는 관심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16일 열린 한국조명기술연구소 이사회에 전기관련 전문지 기자단이 대거 참석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는 김종학 현 전등기구조합 이사장이 9일 비공개로 50여개의 조합회원사들과의 가진 간담회에서 조명기술연구소를 부천으로 빠른 시일 내에 이전할 수 있도록 이사회를 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전등기구조합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발족된 지 하루 만에 가진 간담회에서 김 이사장은 그 동안의 파행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자신의 의욕이 너무 앞선 상황에서 벌어진 시행착오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조합전무 후임인사 지연…물량배정위원장 공석상태
원칙·규정 무시한 물량배정으로  조합원 반발 불러

조명기술연 부천이전 공약 전면 재검토로 갈등 증폭
이사장 “책임통감”…비대위측 상호 의견조율 움직임

이후 현재까지 김 이사장과 비대위측은 조합운영 정상화를 위해 상호 입장을 조율해 가며 쟁점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명기기 제조 산업을 대표하는 전등기구조합의 근간을 뒤흔들어 놓았던 이번 사태를 쉽사리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비대위가 현 이사장의 해임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전등기구조합 임시총회를 예정대로 이달 28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비대위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이사장 직무정지가처분신청과 중소기업중앙회의 감사가 남아있으며 한전을 비롯한 에너지관리공단 등 주요 발주처 및 분열된 조합원사들과의 관계개선 등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전등기구조합은 2월 27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제24차 정기총회에서 김종학 대금중전기 사장을 제12대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치러진 이사장 선거에 무려 4명의 후보가 나선가운데 1차 투표에서 후보들 모두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2차 투표까지 진행되는 접전을 벌였다. 이후 149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결선투표에서 94표(63%)를 얻어 김종학 후보가 이사장에 당선됐다.

김 이사장은 후보 공약을 통해 조명기술연구소 부천이전을 전면 재검토하고 단체수계 물량배정도 공정하게 추진하고 경영상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회원사들을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즉 그 동안 단체수계 물량배정에서 소외된 비주류 업체들을 적극 참여시켜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공약들이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이사장은 당선 이후 물량배정 심의위원을 비주류 인사들로 구성했다. 이는 이사장이 지명한 전형위원들이 심의위원을 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물량배정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월 전무이사가 퇴임한 후 7월 말까지 무려 4개월 동안 후임자를 임명하지 않고 이사장이 직접 물량배정위원장을 맡아 배정을 주도해 왔다는 의혹이 회원사들 사이에 제기되면서 조합내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전과 에너지관리공단이 발주한 50억원 상당의 고효율조명기기 물량이 공정한 배정원칙 없이 이뤄졌다는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김 이사장과 회원사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문제를 제기한 회원사들은 “김종학 전등기구조합 이사장이 물량배정위원장인 조합 전무이사가 공석인 가운데 이사장이 월권으로 물량배정위원회를 주도, 자신의 측근업체 위주로 물량을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회원사들은 “이번 일이 전등조합의 배정원칙과 규정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배정업체 선정기준을 명확히 밝혀줄 것”을 김 이사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기존에 관급물량을 주로 배정받아 온 업체들의 반발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배정위원들이 물량배정을 주도하고 자신은 자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으로 문제를 일축했다.

김 이사장은 “각 지사별로 발주한 한전물량은 참여업체를 늘려 60여개 업체에 배정되도록 했으며 에너지관리공단 발주물량은 그 동안 단체수계에서 혜택이 적었던 40여개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회원사들은 이번 물량배정 업체명단을 검토해 보면 명백한 오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사장이 주장한 ‘단체수계 제외 영세업체 우선 배정’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조합이 1일 전체 회원사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에너지관리공단 물량배정에 44개 회원사가 선정됐음을 알렸지만 이들 업체 가운데 일부 회원사가 납품이나 물량배정여부에 관해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허위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고 조합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 이사장은 선거당시 공약사항으로 내세웠던 조명기술연구소 부천이전 전면 재검토로 연구소 이사진을 비롯해 산자부와 부천시 담당자들과의 갈등을 키워 나갔다.
또 한전과 에너지관리공단의 단체수계 물량배정으로 조합 회원사와의 문제가 더욱 깊어지며 전등기구조합과 관련된 내외부적으로 많은 잡음들을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러한 조합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조합원로들이 김 이사장과의 면담을 거쳤지만 진전된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12일 이세용 태원전기 회장이 조합 감사직을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으며 이어 24일 이원규 선광 사장도 사의를 표했다. 따라서 현재 전등기구 조합은 감사직이 모두 공석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또 정관에 따라 이원규 조합감사가 겸직하고 있던 연구소 감사직도 자동적으로 공석상태로 남게 돼 감사 없는 연구기관으로 전락했다.
한편 비대위측은 이달 28일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이사장 해임안과 동시에 조합 감사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체수계 물량배정을 기폭제로 표면화된 이사장의 조합운영관련 문제점들은 지난 8일 전등기구조합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가 발족하면서 더욱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비대위측은 회원사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식을 갖고 조합을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은 이사장과 임원들이 단체수계 및 조합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주장하며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합 이사장 및 연구소 이사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또 회원사 동의를 얻어 이사장 해임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문서를 7일 조합측에 공식 접수했다.

이날 비대위는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올해로 끝남에 따라 조합이 나아갈 비전을 제시해야 함에도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점과 조명기술연구소 부천이전 지연으로 대외적인 조합이미지를 실추시킨 책임을 물어 김 이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다음 날 김 이사장은 회원사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조합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잘못들을 모두 인정한다며 만일 임시총회에서 해임안이 가결된다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김 이사장이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자세를 보임에 따라 비대위측에서도 상호 의견조율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16일 이사장이 주재한 조명기술연구소 이사회에서 연구소 부천이전추진이 의결됨에 따라 비대위측 일부 회원사는 김 이사장과의 의견조율에 환영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이사장측은 유임을 전제로 현 이사진의 전원사퇴를 추진해 비대위측과 동수로 신임 이사진을 구성하고 비대위측이 법원에 신청한 이사장 직무정지가처분소송 취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사장은 이번 임시총회에서 그동안의 조합운영 등에 대해 정식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 조합의 정상운영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대위측의 내부반응은 상반된 입장이다. 일부 강경노선을 유지하는 비대위측은 이사장 사퇴가 관철되지 않은 한 타협은 없다며 회원사를 설득하고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연구소 이전수렴 등 이사장의 입장선회가 있는 만큼 조합의 정상운영이 먼저라는 회원사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김 이사장과 비대위측의 내부조율로 어느 정도 갈등국면이 해결되고 있지만 대외적인 문제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등기구조합 회원사가 접수한 감사요청은 당시 법적서류가 미비해 반려시켰다”는 신상홍 중소기업중앙회 감사과장은 “하지만 올해 조합의 정기 감사가 이미 예정된 만큼 별도의 감사요청이 없이도 전등기구 조합의 감사는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할 것인지에 대해 관련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 임 훈 비대위 대표가 회원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등기구조합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식을 갖고 있다.

▲ 김종학 이사장이 조명기술연구소 부천이전에 대한 안건으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