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 이후 외국산 제품에 의존해 왔던 원전의 핵심부품이 마침내 국산화됐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운용한 지 30년만이며, 개발 주인공인 한국씰마스타가 설립된 지 30년 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씰마스타(주)는 최근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원전의 핵심부품인 원자로냉각재펌프 밀봉장치를 국산화 하는데 성공해 원전 기술자립에 큰 기틀을 놓았다.

지금까지는 대당 9억~10억원에 달하는 외산 제품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대당 6억~7억원의 국산품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연간 120억~1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외화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한수원은 앞으로 울진원전 4호기 등에 이 장치를 채용, 향후 구매비용의 대폭 절감은 물론 원전의 기술자립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고 밝혔다.원전의 냉각 계통에 사용되는 ‘밀봉장캄는 방사능물질을 함유한 고온·고압의 물이 펌프를 회전하는 중에 축을 타고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핵심부품이다. 고도의 기술과 정밀도가 요구되는 이 장치는 지금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원자로냉각재펌프 밀봉장치의 국산화는 한수원의 국산화개발 의지와 기술지원, 그리고 한국씰마스타(주)의 기술력이 결합돼 결실을 맺었다. 한수원과 한국씰마스타는 2004년 10억 여원의 개발비를 공동투자하기로 하는 국산화 연구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국산화에 착수, 5년 만에 핵심부품을 자체개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한수원은 이미 이 장치를 울진원전 4호기에 설치, 시범적용을 해본 결과 외국제품과 비교해도 성능이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기철 한수원 전무는 “밀봉장치의 국산화 성공은 원전기술 자립도를 높이고자 하는 한수원의 강력한 연구개발 의지와 한국씰마스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며 “구매비용 절감은 물론 중소기업의 매출증대에도 기여하는 등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윤호 한국씰마스타 사장은 “마지막 남은 밀봉장치 분야의 국산화를 마침내 완수했다”며 “한수원 관계자를 비롯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다해 준 연구개발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국산화된 밀봉장치를 신월성 1,2호기와 신고리 1,2호기, 울진 3~6호기, 영광 3~6호기 등에 채용될 수 있다며 국산화 연구개발 계약에 따라 한수원은 향후 3년간 납품을 보장해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또 앞으로도 기술능력은 갖췄으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발굴, 이들 업체와 적극적인 기술협력을 통해 원전 핵심부품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 국산화에 도전 했나

원자로냉각재펌프 밀봉장치는 발전소 안전운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핵심 장치다. 따라서 운전중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장시간 발전소 정지가 불가피하고 발전소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쉽게 국산화를 시도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78년 4월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 개시 이래 그동안 원자력발전소 대부분의 설비가 국산화 되었음에도 원자로냉각재펌프 밀봉장치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외국 원제작사 제품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원제작사 제품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고 자재발주 후 납품시점까지 2년 정도 소요되는 등 기술종속에 따른 폐단이 심화돼 국산화가 더욱 절실했다. 한수원은 2004년 국내 전문제작업체의 기술력으로 볼 때 충분히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판단, 중소기업 협력연구개발과제로 선정해 국산화 개발에 착수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개발 파트너로 선정된 한국씰마스타는 10년 이상 원자력발전소에 소형펌프 밀봉장치를 납품해 왔던 중소기업”이라며 “연구개발에 대한 투철한 의지와 과감한 개발비 투자로 국산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자로냉각재펌프 밀봉장치는

원자로냉각재펌프 밀봉장치는 고온 고압의 열악한 운전조건(158kg/㎠, 300℃)하에서 18개월 동안 쉼 없이 연속운전 돼야 한다. 또 급격한 압력변화, 온도변화, 밀봉주입수 상실상태, 냉각수 상실상태, 밀봉주입수와 냉각수 동시 상실상태, 과속도 상태 등 각종 비정상적인 운전조건하에서도 충분히 견딜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밀봉장치는 3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단의 Seal Chamber는 175kg/㎠의 압력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어 방사능물질을 함유한 고온 고압의 계통수가 펌프 외부로 누설되는 것을 완벽히 차단하게 된다.

한편 국산 개발된 밀봉장치는 가동중인 발전소에 장착하기 전에 건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570시간 동안 다양한 성능시험을 수행했다. 성능시험을 위해 각종 과도상태 운전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수 있는 종합성능시험장치를 별도로 개발·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자로냉각재 상실 조건, 기기냉각수 상실 조건, 밀봉수 상실 조건, 밀봉 주입수 온도의 급격한 변동조건, 축방향 과도상태 발생 상황, 과속도 운전조건 등 운전중 발생 가능한 최악의 운전조건을 고려한 종합성능시험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