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한국서부발전 사외이사)

콘트라티에프라는 러시아 출신 경제학자의 장기파동설이라는 이론에 의하면 세계 경제는 30년에 한 번 정도 큰 파동을 맞게 된다. 물론 이유는 그도 밝히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경험적으로 그런 30년짜리 사이클이 존재한다. 시기별로 보면, 이런 중요한 변곡점에 해당하는 시점은, 1929년, 1974년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29년은 대공황이 있던 해이고, 정말로 시장 그대로 움직이던 순수 자본주의는 이 시점을 계기로 최초의 조정을 하게 되며, 이 시기 이후를 수정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1974년은 1차 석유파동이 있던 시기이고, 1945년부터 1974년까지의 소위 ‘영광의 30년’이 이 석유파동과 함께 종료하게 된다. 이 시기를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고, 포디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갈 브레이드는 ‘후기 산업시대’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1974년이 문명사적으로 자본주의에 던져준 충격은 보통이 아니다. 완벽한 시스템으로 보였던 케인즈의 복지국가 체계가 최초로 위기에 봉착했고, 대체에너지에서 환경기술이라고 불리는 일련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흐름들이 1974년을 계기로 최초로 세상에 등장하게 된다. 그 이전의 환경운동은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자연보호 운동 아니면 냉전시대의 핵무기에 반대하는 핵실험 반대와 관련되어 있었다.

74년, 77년, 두 차례에 걸친 혼돈의 시기를 거치다, 80년 대처와 레이건이 등장하면서,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과 영미의 앵글로 색슨 모델이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는 순간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영미식 모델은 신자유주의가 되었고, 90년대 초반의 세계화, 금융화와 함께 또 다른 30년의 번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제조업을 비롯한 실물과 완전히 분리된 금융장치는 더 이상 제어될 수 있는 안전판을 잃어버린 채로, 전세계가 금융 공황이라는 흐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국제경제의 체계에 대한 논의는 크게 보면, 어떻게 금융규제에 대한 새로운 제어 장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그리고 본위 체제에 대한 논의, 즉 ‘달러 본위’의 국제 결제방식을 어떻게 더 안정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두 문제는 다 만만치 않은 난제들을 안고 있으며, 아마 오바마 1기 임기가 끝날 때까지도 완결된 형태의 결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어둡다. 한국은 대외경제의존도가 80%에 육박할 정도로 내수라는 것은 국민경제에서 사실상 의미가 없고, 수출지수가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경제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수출 중에서도 단순 소비재와 내수제라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소비재는 석유와 같은 자원류와 의류와 같은 경공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자원은 원래 우리는 없으니까 대상이 아니고, 의류는 80년대 이후에 계속 추진된 중화학공업의 이유로 수출비중이 거의 없다. 그런데 선박에서 핸드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수출품목은 대부분 내구제 중심인데, 내구제의 특징이 경기민감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사실상 세계경제가 활황국면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한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자체 동력으로 회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예측도 불가능하고, 대응도 불가능한 것, 그게 한국이라는 국민경제가 지금 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힘들어도 내수 중심의 경제체계로의 전환이 지금 시도되어야 할 일이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리는 물가관리가 한국 경제가 노출된 또 하나의 함정이다. 정부의 국채 발행 등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동시에 진행될 때, 실물로 연결되지 않으면 100% 이상의 물가상승률이 발생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폭발하게 될 위험도 있다. 끔찍하다. 전환기,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