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긴급 전력수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전을 방문한 정세균 장관이 본관 1층으로 걸어가는 중에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사진 중앙)이 즉석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발전노사 관계가 8월의 땡볕만큼이나 뜨겁다. 지난해 임금협상을 노사합의로 타결했던 발전노사의 올해 임·단협은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이라는 ‘타율적 협상’을 통하게 됐다.

11일 5차 집중교섭을 벌였던 발전노조는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를 벌여온 회사측의 노사관계 파행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12일 중노위에 특별조정을 신청했다.

발전노사는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 합의를 위해 지난 6월 13일 첫 교섭이후 5차례의 대표교섭과 11차례의 실무교섭을 벌여왔으나 ‘협정근로자’ 도입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발전노사는 15일 동안의 중노위 특별조정기간 동안에 협상을 타결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가 제기한 7대 핵심 쟁점에다가 욕설과 구타, 관례적으로 허용되어 오던 임시총회 참가자에 대한 임금삭감 등의 ‘앙금’이 겹쳐졌다.

교섭결렬과 관련해 사측은 11일 ‘임·단협 교섭결렬 관련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새로이 출범한 3기 집행부와 2006년도 임·단협을 원만하게 타결하겠다는 기대감과 의지를 가지고 교섭에 임했다”며 “그러나 조합은 교섭 초기부터 단체교섭 대상도 아니며 회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 다수 포함된 7대 요구사항과 임·단협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의제를 들고 나오면서 7월 말까지 4차례의 본 교섭과 6차례의 실무교섭에서 단체협약 안건의 실질적인 토의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또 조합이 당초부터 2006년 임·단협을 원만하게 타결할 의사가 있었는지, 집중교섭 제의도 조합에서 단체교섭의 진행과는 무관하게 계획한 이른 바 ‘임단투  승리투쟁’ 일정에 맞추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혹으로 노사간 신뢰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 발전노조는 11일 밤과 12일 이틀 동안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광장에서 ‘노동탄압분쇄, 06임단투 승리를 위한 전조합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발전노조는 18일 “사장단들이 노사자치주의와 자율타결을 포기하고 있다”며 “시대적 악법인 직권중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의도적인 불성실 교섭으로 06년 노·사 임단협 교섭을 파행으로 몰고가 전력위기를 불러올 발전파업사태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는 “발전사장단들은 노·사가 교섭중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교섭대신 정당한 조합활동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부당하게 감사하며 노조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며 “8월 10일 발전노조가 퇴근시간 이후에 주최한 합법집회에 조합원들의 참여를 방해하기 위해 근무시간에 조합원을 빼돌리는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함으로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만들었고 이러한 자세들이 노사교섭을 결렬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노사업무의 주간사를 맡고 있는 김상갑 남부발전 사장은 “회사는 노조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간부들도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지휘·명령계통이 너무나 훼손되어 이대로는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법과 규정 등을 토대로 원칙에 따라 노사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며 “발전설비의 중요성으로 각계의 관심이 많아 갈등 없이 잘 해결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준상 발전노조 위원장은 긴급 전력수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전을 방문한 정세균 산자부 장관과의 즉석면담(?)에서 “여름철 전력수급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보다는 발전 현장에서 전력수급을 위해 밤낮으로 땀을 흘리고 있는 발전노동자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쟁의행위를 앞두고 있는 우리와 (산자부간의)대화가 필요하다”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의 자율교섭을 방해하고 사사건건 통제와 간섭을 하는 산자부에 항의하기 위해 향후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전노조는 이준상 위원장을 비롯해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소속 4명이 정 장관의 회의 참석시간에 맞춰 전력거래소 입구와 한전 본사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한편 발전노조는 오는 22일과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27일에는 중앙 집중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