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 접속
생활환경 혁명적 변화가 눈앞"

"시·공간 최적 환경으로 사용
남는 시간 삶의 질 향상 활용"

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Reality exceeds the fantasy). 어느 한 글로벌 기업의 슬로건이다. 이순신 장군이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다면 어떨까? 아마 상상도 못한 풍경에 엄청나게 놀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1899년 미국 특허청장 찰스 듀엘은 “발명될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발명됐다”며 “더 이상 특허청이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불과 100여 년 전 당시에는 첨단을 달렸던 사람조차 앞으로 일어난 문명의 발전과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 수백 년 동안 이룩한 문명을 아주 짧은 시간에 새로운 문명으로 발전시켰다. 옛날 사람보다는 변화에 익숙하고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방향과 속도를 그럴듯하게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화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속도 또한 빨라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그리 먼 미래가 아닌 앞으로 1~20년 후의 일을 정확히 내다본다는 것조차 버거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예측한 미래기술 중에는 2020년까지는 암·고혈압·당뇨병의 원인이 모두 밝혀지고 ‘혈관 청소용 나노로봇’이 등장해 ‘무병장수’의 시대, 사람처럼 영리한 로봇의 실용화, 태풍을 소멸시키는 기술 등이 등장한다. 예전 같으면 공상과학만화 같은 이야기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누구나 현실 가능한 이야기라고 인정하며 받아들인다.

최근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다. 유비쿼터스는 사용자가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활용하게 되는 첨단기술 사회를 일컫는 고유 형용사가 되었다. 유비쿼터스가 가까운 미래에 생활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 한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우리의 삶은 자연스럽게 유비쿼터스 환경 안에 들어와 있다.

그렇다면 유비쿼터스는 우리의 생활과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변화를 몸소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현실로 다가온 것도 있지만 앞으로 일어날 우리의 변화된 생활상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전날 밤 자기 전에 홈 네트워크에 입력해 놓은 기상 시간에 맞춰 오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침대와 베개 속에 있는 헬스케어 센서에 의해  건강 상태와 컨디션이 체크되어 병원으로 송신되었고 그것을 파악한 병원에서 보낸 메시지가 단말기에 뜬다.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역시 생체리듬에 맞춰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다. 또한 집안의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해 창문들이 열려 있고 커튼의 센서는 햇빛의 각도와 온도에 맞춰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그와 함께 홈 네트워크에 연결된 전자제품들이 스스로 작동하며 식사준비를 시작한다.

최상의 컨디션과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TV에서는 원하는 뉴스들만 골라 방송 하고 있다. 방송사에서는 다양한 뉴스를 입력해 놓았지만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편집해 방송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해 놓았기 때문에 원치 않는 정보까지 받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TV는 말이 TV지 실제로는 컴퓨터의 확장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리모컨 하나를 조작함으로써 정보 검색이나 화상통화, 영화관람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재택근무를 할 때도 있지만 오늘은 보안상 회사 내에서 처리할 업무가 있어서 사무실에 나가야 한다. 출근 준비가 끝난 뒤 밖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집안에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고 리모컨으로 자동차에 명령을 보낸다. 엘리베이터는 내가 사는 10층에 도착하기 10초전에 신호음을 보내고, 그 때 나가면 되는 것이다. 오늘은 25층까지 올라갔다가 왔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기다림 없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주차장의 차는 무인운전장치를 통해 아파트 현관 앞까지 와서 대기 중이다.

자동차의 단말기에 목적지를 입력하자 차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비행기의 관성항법장치가 자동차에도 접목된 것이다. 주행 중에도 차는 전후좌우의 다른 차들과도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안전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도로에는 무수히 많은 차가 있지만 도로 곳곳에 설치된 지능형 교통통제 시스템에 의해 자동차는 현재의 교통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속도로 달린다. 횡단보도나 교차로에서도 신호에 따라 자동으로 서거나 진행을 하고 방향을 바꾼다. 도로의 교통상황을 취합해 연산된 코스는 정체구간을 피해 가기 때문에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든다. 모든 것이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고 있지만 전혀 인식할 수 없다.

가끔 교통통제 시스템이 고장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상상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다. 물론 그 때는 혼잡이 따르겠지만 차의 자동조종방식을 해제시키고 수동으로 움직이면 된다. 차가 유료도로를 지나갈 때도 따로 요금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할 때마다 센서가 신용카드를 읽어 저절로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안도 하나의 휴식공간이자 사무실이다. 주행 중에도 운전대를 잡을 필요 없이 모자라는 잠을 보충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일이나 회사의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오늘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화상 통화를 하며 안부를 확인했다. 고속으로 주행을 하는데도 화면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또렷한 영상을 내보낸다.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출입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음성과 홍채 인식이 필요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불순한 의도로 나를 대신해 출입할 수 없는 완벽한 보안시스템인 것이다. 엘리베이터 역시 별도의 조작 없이 내가 몇 층에서 내려야 하는지를 읽고 있다. 빌딩에 들어서서 자리까지 가는 동안 책상 위의 컴퓨터는 주인이 왔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미 작동을 시작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컴퓨터에서는 하루의 일과에 대한 브리핑이 나온다. 웬만한 업무는 컴퓨터를 통해 처리를 하지만 구두협의가 필요한 일은 화상회의를 하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불편함도 없다.

회사의 기밀을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요한 업무는 보안시스템이 더욱 확실한 회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 회사의 자료라고 해서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료마다 접속 가능한 자만이 해당 자료를 사용할 수 있고, 접속과 활용에 대한 기록이 남는다. 보안시스템에 의해 회사의 자료를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하거나 복제해 유출하는 것은 철저히 통제된다. 설사 기밀을 외부로 빼돌렸다 해도 기록에 의해 범인을 손쉽게 색출할 수가 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새롭게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가 있다는 메시지가 뜬다. 필요 없다면 수신 거부를 하면 그 뿐이지만 상대의 제안내용이 눈여겨 볼만 해 접속 승인을 한다. 이내 상대방과 화상으로 연결된다. 상대방의 전자명함이 동시에 뜬다. 그 명함은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파일에 입력이 되고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쪽에서 비밀로 묶어놓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다른 업체와 거래한 내역이나 실적까지도 구체적으로 검색할 수 있어 신뢰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어찌 보면 무서운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업무의 효율성과 편리함 때문에 지금의 환경을 떠나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공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할 사항이 생겼다. 그렇다고 직접 관공서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류를 파일로 작성해 담당자에게 전송하면 된다. 담당자가 실사를 위해 외근을 나갔지만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자신에게 접수된 사항을 받아볼 수 있어 검토와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으로 쇼핑을 간다. 집에서 인터넷 쇼핑몰의 상품 검색을 하며 몸의 치수와 체형을 입력한 상태에서 여러 종류의 옷을 가상으로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옷을 점찍어 놓기 까지 했다. 그때 카드결제를 하고 택배로 주문을 해도 되지만 옷의 질감과 착용감까지는 알 수가 없다. 아무래도 최종선택은 직접 만져보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백화점을 찾은 것이다. 옷을 가지고 나올 때도 계산대에서 기다리거나 따로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계산이 끝난다.

퇴근 후 약속장소에 도착한 뒤 주차공간이 없어 잠시 고민을 한다. 무인운전장치를 이용해 자동차 스스로 주변 유료주차장을 찾아가게 해도 되지만 주차비 보다 집으로 보내는 게 비용이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차는 비어있는 상태에서 알아서 집까지 가게 된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어떤 일을 하건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최적의 환경에서 시간과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쓸데없이 허비하는 시간이 사라지고 일은 몸을 움직여 처리하던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이 된다. 남는 시간은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데 쓰면 된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컴퓨터에 낱낱이 기록되고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의 포커스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 없는 점은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집단통제와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벌하고 소름끼치는 일이지만 이미 그 생활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변화될 미래에 상상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실로 흥미진진한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으로 여겨졌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에 능해야만 그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미리 겁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는 컴퓨터가 있기에 가능하지만 인간 자체가 모든 컴퓨터를 조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