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는 나에게 많은 추억이 담겨있는 발전소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건설될 당시에 현장에서 공정과장으로 근무하면서 매일 발전소 구석 구석을 돌아보고 건설공정을 확인한 후 주 계약자인 웨스팅하우스 공정담당 엔지니어와 회의를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여 년이 지났다.

수명연장은 세계적 추세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수명을 포함하여 설계 및 안전성을 입증하는 안전분석보고서를 첨부하여 정부에 신청서를 제출하여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리1호기는 설계수명 30년으로 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최초 임계일 즉 최초 연쇄핵분열을 시작한 1978년 6월부터 30년이 되는 2007년 6월에 고리1호기의 수명이 끝나게 된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은 발전소 기기 및 계통에 대한 심층 안전분석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 원전은 설계 시 많은 안전 마진을 주어 보수적 설계를 한다. 따라서 허가 받은 발전소 수명기간에는 상당한 여유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그동안의 운전경험과 연구결과에 따라 과거 설계 당시의 규제요건들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엄격했다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하여 외국에서는 수명이 도래하는 원전들의 안전성을 재 분석하여 계속운전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총 42기의 원전이 기존의 40년에서 20년을 추가하여 계속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9기의 수명연장 신청을 심의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6월 16일에 고리1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평가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였으며 정부는 18개월 이내의 심사를 통해 향후 10년 동안의 계속운전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안전성 최우선 고려해야

최근 신문 보도에서 고리1호기 인근 지역에 계속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한수원의 고리1호기 수명연장설명회를 무산시켰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 할 수 없다. 수명연장을 결정하는데 신규원전 건설이나 부지확보와 같은 경제적 이득이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
주민들이 주장하듯 안전성이 우선해야 한다. 이 점은 계속운전을 추진하고 있는 한수원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과거 TMI와 체르노빌 사고에서 보았듯이 원전의 대형사고는 원자력계 자체의 자멸로 이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설계, 제작 및 시공 단계는 물론이고 운전 중에도 엄격한 기술기준의 요건에 따라 가동중 검사를 주기적으로 해오고 있으며 계속운전 기간 중에는 보다 강화된 검사를 시행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다. 가동 중 검사에서는 원자로를 비롯한 주요기기에 대하여 비파괴 검사를 실시하여 기기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파괴역학 이론을 이용하여 잔존 수명을 예측한다.
고리1호기는 그 동안 증기발생기와 주요계측설비를 교체하였으며, 발전소 핵심 기기인 원자로에 대하여 용기와 로내에 장전한 용기시편을 주기적으로 꺼내 시험을 하여 원자로의 건전성을 확인하여 왔다. 한수원이 제출한 고리1호기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는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부의 허가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 이해는 필수

그러나 고리1호기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에 추가하여 주민의 동의가 중요하다. 한수원에서는 이를 위하여 설명회 개최, 간담회 및 광고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지 분위기로 보아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역 주민들이 이들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부안에서처럼 외부의 왜곡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전력산업계도 합심해서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힘을 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