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 애국자에서 매국노로!누구보다 민족의 자주권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초기에는 독립협회의 결성과 활동에도 깊이 관여하였다고 한다. 매국노 이완용의 이야기이다. 한 때는 존경 받고 사랑받던 인물이 이제는 역사 대대로 경멸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CO2가 그런 신세이다. 한 때는 너무도 잘 나갔다. 모든 나라가 석유와 석탄자원을 활용하는 기술개발에 앞 다투었다.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 등 모든 수송수단은 화석연료를 통하여 동력을 얻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의 대부분도 이러한 연료를 연소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초창기에 산업화를 이끈 울산, 여천 등 대규모 공단은 모두 다 석유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곳이다. 화석연료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였던 것이다.

■ 공공의 적, CO2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먼저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면서 기술적,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지구대기가 점차 오염되면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 가는데 이 모든 것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온실가스가 증가하면서 발생한 현상인 것이다.온실가스로 지목되는 가스는 CO2(이산화탄소), CH4(메탄), N2O(아산화질소), HFCs(수소불화탄소) 등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자동차, 전력, 스프레이, 냉장고 등은 온난화의 주범인 CO2와 프레온 가스 등을 방출한다. 그 온실가스 중에서도 CO2가 80%이기 때문에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CO2를 잡기 위한 결정적인 회의가 1992년에 브라질 리우에서 150여개 국가가 참여하여 열렸고 1997년 일본의 교토에서 의정서가 발효되었다. 그리고 2004년에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실행력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개발도상국에 포함된 우리나라는 2차 이행기간부터 감축의무가 부가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촌 에너지의 총본산격인 국제에너지기구, IEA에서는 2008년 6월에 2050년까지의 새로운 에너지 혁명인 Blue Scenario를 발표하였다. CO2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에너지 혁명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석유와 석탄 발전소의 CO2를 잡아서 저장하고 자동차, 트럭, 버스에서 나오는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연간 수십 개씩 건설하자고 주장한다.어려운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이 분야의 기술혁신에 우리나라도 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회수저장, CCS(Carbon Capture & Storage)기술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국제교류를 활발히 해야 시점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 국내 토종 기술로 세계적 기술을현재의 CCS 기술 중 가장 먼저 실용화 할 수 있는 기술은 발전소에서 연소하고 나온 CO2를 잡는 기술이다. 화학적 반응에 의한 습식아민 등의 흡수제를 이용하는 기술을 곧 실제 발전설비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전력연구원
의 장경룡 박사팀은 탈황설비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CO2 회수 실증과제도 이끌고 있다.한편 건식용 흡수제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비용도 저렴하면서 환경친화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력연구원의 류청걸 박사팀은 고성능이면서도 재생율이 높은 흡수제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세계적인 팀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의 황토가 다공성으로서 흡수율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국내산 황토를 튀밥 튀기는 기계의 작동원리를 이용하여 고성능, 장수명의 흡수제를 만들고 있다. 순수 토종 재료와 어릴 때 추억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세계적인 흡수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산소같은 여자, 순산소 연소기술최근 들어서 전력연구원은 연소 중에 CO2를 회수하는 기술개발에 착수하였다. 순산소 연소기술이라 불려지는 이 기술은 순산소만을 가지고 보일러에서 연소하는 기술이다. 언제 만나도 기분 좋은 여자를 산소 같은 여자라고 한다. 박지성 같이 쉬지 않고 뛰는 선수를 산소탱크라고 부른다. 산소 같은 여자를 만나도 그렇고, 산소탱크 같은 축구선수를 만나도 열이 나게 되어 있다.그래서 그런지 공기 중의 산소만을 이용한 순산소 보일러의 가장 큰 문제는 아주 높은 온도에서 연소가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여 실제 발전소에 활용하고자 한다.CO2를 잡는 기술은 이제 발등의 불이 되었다. 연소 전에 CO2를 회수하는 획기적인 과제도 착수하려 하고 있다. 어떻게든 CO2를 회수하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