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뉴딜, 진정한 녹색성장을 기대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천 프로그램인 ‘녹색 뉴딜’전략이 6일 발표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4년간 50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96만개를 창출하는 내용을 담은 ‘녹색 뉴딜’ 사업을 확정하고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청와대는 지하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하고 전시체제로 경제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조만간 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녹색성장위원회도 발족키로 했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에 봉착한 우리 경제 상황에서 나온 이같은 일련의 조치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처별로 제각기 흩어져 있던 녹색성장 관련 정책을 패키지로 엮어낸 것도 의미가 있다. 이에 반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녹색 뉴딜이 기존 사업에 ‘녹색’이라는 옷을 입히고 효과를 다소 과대 포장한 것은 아쉬움을 준다. 기존 저탄소, 친환경. 자원절약의 녹색성장(녹색) 정책에 고용창출(뉴딜) 정책을 결합한 접근방식은 타당하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토목공사형 경기부양책에 녹색이라는 수식어만 덧입힌 흔적이 짙다. 핵심 사업의 대부분이 토목공사 중심으로 사업이 짜여져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재정 확보도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가 투입하겠다고 밝힌 50조원 가운데 확보된 예산은 10분의 1도 채 안된다. 실제 고용효과도 부풀려진 감이 있고 고용의 질도 낮아 대졸자 구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막대한 국가 재정을 들여 사회간접자본(SOC)이 확충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수순을 밟는 것은 맞지만 이를 기반으로 국가의 성장동력이 힘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녹색 뉴딜은 현 위기상황을 투영한 절박함의 결정체다. 추진 과정에서 정교함을 다져 경제 살리기로 이어지는 것이 최우선이다. 겉포장에 치우쳐 내실이 부실할 경우 그에 맞먹는 기회비용을 사회에 부담지우는 것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했다. 덧붙여, 시대적 당위성인 경기 부양이 시급하겠지만 경기 회복이후 국가 성장을 담보할 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이 뒷전으로 밀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실물경제를 일으키는 내수진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더라도 단기 처방에 쫓겨 미래 먹거리 창출에 게을러서는 진정한 의미의 녹색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종신 한수원사장, 중기방문 신선하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의 ‘중소기업 외출‘ 소식이 새해 벽두 전력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김 사장은 6일 한수원 출입업체인 씨에스티시 본사를 찾아 생산 공장과 연구소 현장을 둘러보고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이날 김 사장은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를 주재하고 현장의 생생한 기업의 목소리를 듣는 한편 지원 방안을 직접 챙겼다. “우리나라가 3만 달러시대를 열어나가려면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 김 사장은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한수원의 경영방침인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역대 전력그룹사 CEO 가운데 중소기업체를 직접 방문한 것은 김종신 사장이 처음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경제위기의 파고에 휩쓸려 허덕이고 있을 때 발주처인 공기업 CEO의 공장 방문과 격려는 천군만마를 얻는 격이다. 방문 시점도 절묘했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탁상에서 보고 받고 처리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CEO가 중소기업체로 일보(一步)를 내디뎠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리 높여 중소기업 지원을 외치는 것 보다 공기업의 CEO가 협력사를 살피는 작은 몸짓을 보인 것, 그 자체만으로도 중기 상생에 새로운 이정표가 열렸다고 평가하고 싶다.

문턱이 높은 공기업의 문을 열고 중소기업의 문턱을 넘은 김 사장의  ‘상생 행보(行步)’는 곧바로 타 발전회사에 영향을 줬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서부발전은 오는 14일 자사 협력회사인 신흥기공을 방문, 협력방안을 모색키로 했다고 한다. 전력그룹사 CEO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들어 중소기업 지원을 ‘눈앞의 돈’으로 저울질해 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분위기라 신선함이 더한다. 

전력그룹사와 중소기업이 손을 맞잡는 상생은 필수불가결하다. 중소기업의 협력과 발전없이 전력그룹사의 기술적 진보와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반대로 전력그룹사의 지원과 협력없이 중소기업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는 것도 힘든 게 현실이다. 열린 상생의 몸짓을 보인 한수원과 중소기업이 비전과 철학을 고유하고 협력체계를 가일층 다져 원자력 전성시대가 열린 해외시장에서 빛을 발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