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서운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희망의 스승/ 시련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마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고비 지나면, 구름 위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 시인의 ‘희망갗 전문(全文)이다. 이 시는 김승현 한화 회장의 애송시이자 많은 기업의 CEO가 암송하며 희망의 내일을 열어가는 시이기도 하다. 새해를 맞는 이때 희망가가 떠올려 지는 것은 희망으로 열어야 할 새해에 절망의 그림자가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았다. 기축년(己丑年)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지만 끝없는 나락의 벼랑 끝에서 맞는 태양이 절박감을 더한다. 새해 새 아침의 설렘보다는 길고 긴 터널의 한가운데서 터널 끝이 보이지 않아 불안과 절망의 두려움이 엄습한 모든 이들의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 몰아친 세계 긍융위기의 광풍이 올해도 여전히 불확실성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이 폭풍이 쉽사리 걷힐 것처럼 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전대미문의 최악 위기를 알리는 불확실성의 불청객은 가까운 시일에 물러난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이야 말로 정부가 막힌 소통의 물꼬를 트고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는 가운데 난국을 돌파하는 리더십과 추진력을 발휘할 때다. 

피할 수 없는 시련도 ‘위대한 승리’로 바꿀 수 있는 단초(端初)는 희망이라는 말을 지어낸 인간일 수 밖에 없다. 극한 상황에 처했다고 해서 절망의 한 숨으로 세월을 보낼 수는 없지 않는가. 이유를 막론하고 희망적 선택이 삶의 근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줄임말이다. 하늘이 무너지는 위기의 국면에서도 기회가 있다는 말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위기가 또 하나의 기회라는 말은 그래서 타당한 말이다. 엄동설한의 겨울 한파가 매서워도 봄은 찾아온다. 동트는 새벽은 앞이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이 지난 후에야 등장하는 법이다.

전력경제신문은 창간이후 ‘희망을 주는 깨끗한 신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힘차게 달려왔다.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신문을 ‘생산’해 내기 위해 기자들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고 그러한 나날들이 모여 전력경제신문의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고 있다. 우리는 창간이후 꾸준히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불황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이 시간에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전파하려 한다. 전력경제는 희망을 만들어내는 발전소이자 변전소이고 배전선로다. 전력경제신문을 통해 꿈을 꾸고 또 그 꿈을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 이것이 전력경제신문의 원초적 바탕이며 궁극의 지향점이다. 우리가 기자정신과 언론정신을 쉼없이 되새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축년 새해는 황소의 해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내는 황소의 정신으로 암울한 위기를 넘기는 뚝심을 발휘하는 해로 만들자. 혹독한 수난으로 점철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는 시련을 딛고 고비를 슬기롭게 넘겼다. 폐허가 된 전쟁터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초유의 외환위기도 온 국민이 힘을 모아 극복했다. 우리는 역경을 이겨내고 더 크게 도약하는 DNA 유전자를 태생적으로 지녔다. 어려운 때 일수록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끈기의 강건함과 지혜를 발휘했다. 그러한 잠재된 국민적 역량에 자신감과 도전정신이 더해진다면 위기를 기회로 반전하고 국운을 한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약대에 설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겐 있다. 불굴의 의지와 투지로 불가능을 기적으로 만들며 국가경제를 견인해온 전력계도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데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