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라이덴병, 전기를 담아두고 싶은 간절한 꿈을 담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번개 등을 통하여 전기의 위력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을 어딘가에 모으고 싶었다. 1745년 네델란드의 과학자 뮈센부르크는 전기를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까 궁리했다. 유리병에 물을 담아 주석의 사슬을 물에 담그고 사슬의 한쪽 끝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에 연결하여 유리병 속에 전기를 모았다. 이 실험이 네델란드의 라이덴 대학에서 행해졌기 때문에 라이덴병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 후에 유럽에서는 더 재미있는 전기실험을 하였다. 1747년 7월 14일에 영국의 물리학자들은 런던 의사당 근처의 웨스턴민스터 다리에 모여,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라이덴 병 속의 전기가 폭이 400m나 되는 템스강을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템스강 한쪽의 사람이 라이덴병을 들고 철사로 연결하여 강 반대쪽의 사람에게 전기쇼크를 주어 반대 쪽 사람이 나가 떨어지게 하였다. 재미있는 과학실험을 통하여 전기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이다.

알렉산드로 볼타 백작, 큰 획을 긋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볼타는 전기를 모으는데 아주 큰 공을 세웠다. 1791년 갈바니가 보여준 개구리 다리 실험을 보고 갈바니 전기 연구에 착수하였다. 이렇게 하여 볼타는 1800년에 처음으로 화학작용에 의하여 전기를 만들어냈다. 이는 전기를 모아 사용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을 실질적으로 이룬 것이다.

볼타의 전퇴(電堆)는 최초의 건전지 형태의 발명으로서 그 후의 전기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 공헌으로 나폴레옹은 그에게 작위와 훈장을 수여하였다. 그의 이름은 전압의 단위로 ‘볼트’를 사용함으로서 후세에 그 이름을 계속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대용량 전력저장기술, 아직도 꿈으로 남아있다.

대용량 전력저장 기술은 아직도 어렵다. 전기 에너지를 전기 형태로 모아두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저장하고 있다. 심야에 물을 데워서 난방에 사용하는 심야전기 보일러, 밤에 얼음을 얼려 낮에 에어컨으로 사용하는 빙축 냉방시스템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가장 대규모로 전기 에너지를 모아 둘 수 있는 방법은 양수발전소이다. 청평, 삼랑진, 무주, 청송 등의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양수발전소는 야간에 여유전력을 이용하여 상부저수지로 물을 올려 두었다가 전기가 필요한 시점에 물을 내려서 신속하게 발전하는 방식이다. 엄청난 토목건축 공사를 통하여 세워지는 양수발전소는 고맙게도 전기의 품질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심야전기를 너무 선호하다 보니 심야에 전기가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 양수발전소가 기여하는 경우가 적어서 오히려 고민이다.

초전도 전력저장장치, 전기팽이

초전도 전력저장 장치, 꿈의 전기팽이가 개발되고 있다. 전기 에너지를 회전체에 운동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하는 기술이다. 저장해두었던 에너지를 필요할 때에 회전체로부터 발전기를 작동시켜서 전력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고온 초전도 베어링을 개발함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플라이휠 에너지저장 시스템은 다양한 용량으로 설치할 수 있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며, 축·방전 시간이 신속한 점 등의 많은 장점을 가져, 다양한 곳에서 이용될 예정이다.

이 기술의 관건은 플라이휠을 회전시켜서 운동에너지로 저장할 때 각종 마찰에 의한 에너지 손실을 어느 수준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뛰어나고 열정이 넘치는 전력연구원 성태현박사팀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확보하고 있으며 2010년대에는 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인류의 아주 오래된 꿈, 전기를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전기팽이를 가지고 다닐 그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