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연구관리팀장

전봇대, 애물단지? 보물단지!

풍경사진을 전문으로 찍으시는 작가들의 불평은 그놈의 전깃줄 때문에 작품이 안 된다는 것이다. 참 좋은 작품구도를 잡고 보면 먼저 떡하고 전깃줄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한편 공단의 대형 트레일러 기사들이 불평을 한다. 그놈의 전봇대 때문에 운전이 어렵다고. 전봇대가 무슨 큰 장애물의 대명사가 된 적이 있다. 불필요한 규제의 대표적 사례가 된 전봇대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물론 꼭 있어야 하더라도 주변의 사정을 고려하여 방해가 되지 않는 위치에 세워야 되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대생활에 꼭 필요한 전봇대를 애물단지 취급하는 사회풍조는 전력인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는 전봇대는 사실 보물처럼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가치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사는 곳에는 어느 곳에나 전봇대와 전깃줄이 있다. 물론 필요한 곳에는 땅 속을 이용하여 전기를 공급하기도 하지만 건설비가 만만치 않아 모두다 지중선으로 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전기에 사랑을 싣고

‘TV는 사랑을 싣고’ 라는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주로 유명한 연예인이나 인사가 나와서 예전을 회상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사연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감동을 준다. 바보상자로 불리던 TV가 사랑을 나누는 귀중한 도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전기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준다. 그런데 단순히 편리함만을 주는 것이 아니고 이제는 전기가 사랑을 실어 보내는 도구가 되는 날이 가까이 오고 있다. 전깃줄을 이용하여 통신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름 하여 전력선통신기술, PLC(Power Line Communication)기술이다.

PLC 기술, 기술 융합의 최첨병

에너지 중에서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인 전기에너지 기술과 최첨단기술인 IT 기술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것이 PLC 기술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김없이 전깃줄이 있고 그 전깃줄을 이용하여 통신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술인가?

PLC는 제3의 통신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저속과 고속의 전력선통신 기술로 구분하여 많은 분야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유럽에서는 전력선통신을 이용한 저압?고압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 전 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속 PLC 기술을 이용하여 매월 전기 사용량을 검침하려고 사람이 방문하는 것을 완전히 탈피하려고 한다. PLC 칩이 내장된 디지털계량기를 설치하여 자동으로 원격에서 검침하는 시범사업을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2015년 까지 국내 1700만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 아날로그 계량기를 디지털계량기로 교체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자동 원격검침하는 편리함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매일, 매시간 사용하는 전기량을 꼼꼼히 분석하여서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는 맞춤식 방법을 고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전기 검침에 그치지 않고 수도와 가스 사용량의 통합검침에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서 더욱 편리한 시대가 올 것이다.

78년된 근대건축물에서 최첨단 PLC 기술을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 콘센트에 인터넷 선이 내장되어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전자제품을 원격에서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그야말로 진정한 홈오토메이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즐기면서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끌 수 있다. 200Mbps급의 초고속 PLC 칩과 모뎀을 개발하여 고화질 텔레비전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가정 내에서 공유하는 기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한마디로 별도의 통신선 없이도 영화를 어느 방에서나 볼 수 있는 등의 홈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해결해야할 기술적 어려운 점이 있다. 전력선의 경우 일반 통신 시스템과 다르게 성능이 일정하지 않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가구의 배치에 따라서도 성능의 변화가 심하고 잡음이 많다는 것이 흠이다. 이러한 걸림돌들을 없애기 위하여 대규모 거주 단지를 대상으로 다양하게 실증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대전시 인동에 위치한 실증실험장에는 실제 아파트와 똑같이 가전제품을 설치해놓고 실험을 하고 있다.

일제시대인 1930년에 건축되어 한전의 대전보급소로 사용하던 건물을 활용하고 있다. 안정성이 뛰어난 구조와 단순하고도 깔끔한 조형미를 갖춘 대전지역 최초의 근대적 산업시설인 점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99호로 등록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서 깊은 건물에 갖가지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전깃줄에 사랑을 보내는 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력연구원의 양일권 그룹장이 국내 기술진과 함께 PLC 기술을 책임지고 개발하고 있으며 최효열 선임팀이 실증실험을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화선이나 인터넷 선에 비교하여 전깃줄로 연결된 가구가 두 배 정도로 많다. 그 만큼이나 전력선 통신 기술은 네트워크 구축이 용이하고 경제적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곧 결실을 맺어 전깃줄에 사연을 실어 보내는 날이 곧 올 것이다.

전기불이 가는 곳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자 !

전력 그룹사의 기독교 직원들이 오래 전부터 꿈꾸는 것이다. 단순히 전기만 보내지 말고 진정한 사랑을 실어 보내자는 것이다. 그냥 구호로 그칠 것 같았던 꿈이 이제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전깃줄을 타고 좋은 소식이 오가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세상에 빛을,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기술이 바로 PLC 기술이다. 그 꿈을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먼저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