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한 장소, 특별한 이벤트
 
이제 2008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해가 바뀐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설계하기도 한다. 한해의 마무리는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원래의 의미는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겠지만 송년회에서 먹고 마시는 것은 빠지지 않는다.

  어느 중소기업의 송년회는 조금 남다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아끼고 절약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그 기업은 송년회만큼은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오후가 되면서 평소에는 가지 않는 호텔의 비즈니스 룸을 빌려 회의를 하면서 지난 한 해에 대한 마무리를 한다. 사장은 그 자리에서 1년간의 경영성과에 대해 숨김없이 발표한다. 고해성사를 하듯이 수입과 지출, 이익까지 상세하게 보고하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다. 모범사원에 대한 특별시상도 한다. 어쩌면 돈 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사기와 애사심은 높아진다.

  회의가 끝나면 문화행사가 이어진다. 재작년에는 뮤지컬을 관람했고 작년에는 좌석이 푹신한 소파인 특별한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영화를 봤다. 여기부터는 거래처 관계자들도 초대된다. 좌석과 거래처 손님은 누가 모셔야 할지 미리 지정해서 손님에 대한 결례가 없도록 한다.

  송년모임에 초대를 받아 참석했을 때 어디 어떻게 앉아야 할지, 누구와 이야기를 해야 할지를 몰라 머뭇거리는 수가 있는데 그 회사의 송년회에는 그런 일이 없다. 직원들은 파트너를 끝까지 책임지고 모신다. ‘갑’이라고 해서 더욱 떠받들고 ‘을’이라고 해서 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난 한 해 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로 대우를 받는다.

  ■ 내년 송년회를 기대하는 사람들

  음식은 평소 출입하지 않는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선물도 전해진다. 초대받은 사람이나 초대한 사람이나 부담 없고 즐거운 자리이다.

  특별함으로 이어진 그 회사의 송년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그날의 행사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각인된다. 직원들은 평소 고생을 하면서도 자신들을 배려해주는 사장에 대해 고마워하고, 거래처 관계자들은 그 회사의 정서를 보고 느끼면서 친밀감을 가지게 된다.

  처음 송년회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에는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직원 중에는 그렇게 돈을 쓰지 말고 차라리 한 푼이라도 더 주면 좋지 않으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하고 안줘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대다수는 연말을 맞아 송년회를 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이 만족해했다. 내 돈 내고 갈 수야 있겠지만 여간해서는 가지 않는 곳, 평생 못할 수도 있는 경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그 회사 직원들은 친구들에게 ‘우리 회사는 이러하면서 자랑스레 이야기 했고,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초대받았던 손님들도 ‘그 회사는 그렇더라’며 다음해에 또 초대받기를 은근히 바랐다. 달리 생각해보면 그 회사 사장에게는 송년회도 전략이고 하나의 안팎을 모두 만족시키는 비즈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