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신데 저를 아는 체 하시죠?
 
‘지난 한 해 도와주신 후의에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OO 올림’

  A씨는 그다지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OO씨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무척 놀랐다. 언젠가 거래처를 방문했다가 또 다른 손님이었던 OO씨를 알게 되어 명함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그동안 전화 한 통 나눈 적이 없고 따로 만난 적도 없는 사이였다. 그러니까 안다고는 할 수 있지만 몰라도 그만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OO씨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고맙기도 했고 먼저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OO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장시간 통화중이라 연결이 안 되었다. 한참을 기다려 전화가 어렵게 연결되자 A씨는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OO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니 그 차원을 넘어서 ‘당신 나 알아? 누군데 날 아는 체 하고 그렇게 친한 척 하는 거지?’ 하는 식이었다. A씨는 예전에 만났던 때를 설명하며 OO씨의 기억을 상기시켰지만 OO씨의 기억 속에 A씨는 존재하지 않았다. A씨는 찝찝한 기분으로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OO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의 정체를 알고는 불쾌하기까지 했다.

  OO씨가 보낸 문자메시지는 단 한사람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입력된 전화번호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보낸 대량메시지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OO씨는 A씨를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생각 없이 던진 그물에 걸린 고기와 비슷한 상대였던 것이다.

  ■ 상투적인 인사는 오히려 불쾌하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주변의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선후배에게 인사를 하곤 한다. 고마움을 표하며 상대방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임에 틀림없다. 인사를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또한 인사를 받음으로 인해 인사를 한 사람이 나를 알아주고 있다는 마음이 들기도 해서 인간적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인사를 받아도 기분 나쁠 때가 있다. 흔하다 못해 공해 수준으로 남발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그것이다. 그런 메시지는 다수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발송된다. 그래서 특정한 누구를 지칭하지 않고 무조건 존대어를 쓴다. 간혹 발신자의 이름마저 빼먹고 보내는 경우가 있어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을 때도 있다.

  과거에는 친필로 마음을 적은 연하장을 보내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전화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전화는 연하장보다 정성은 덜 하지만 일 대 일로 목소리를 듣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이메일로 인사를 했다. 편지지가 컴퓨터로 변했지만 글로써 마음을 전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대량메일을 보내게 되면서 그 정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그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인쇄소에서 ‘상투적인’ 문구를 골라 인쇄를 한 연하장이나 다를 바 없다.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인사는 인사가 아니라 ‘낚는 기술’에 불과할 뿐이다. 받아도 기분 좋을 리 없다.

  인사는 편리함에 앞서 정성이 담겨야 한다. 정성이 단긴 인사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만 투망질 같은 인사는 오히려 불쾌감을 자아내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