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머리를 밀까요?
 
일반인들에게 수형자의 특징을 말하라고 한다면 푸른색 옷과 짧게 잘라버린 머리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사실 외모 중에서 헤어스타일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끼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또한 헤어스타일만으로도 심리상태나 형편을 알 수 있습니다.

  신체발부(身體髮膚)는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훼손하는 것은 효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머리를 홀랑 밀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빡빡’이라 불리는 삭발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깎아도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번뇌의 표상으로 보는 불교에서는 스님의 삭발을 중생구제의 서원을 담은 성스럽고 엄숙한 것으로 여깁니다. 출가할 때의 삭발은 과거의 습성, 관행, 심지어 혈연까지도 절연하는 완벽한 단절이라고도 합니다.

  학창시절 마음잡고 공부하겠다며 삭발했던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때의 삭발은 각오를 단단히 하겠다는 의미이겠지요. 시위를 할 때 삭발식을 하는 것은 ‘내가 이정도로 비장한 각오를 품었다’는 마음을 표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서양의 스킨헤드족은 사회에 대한 반항과 조직의 결속력을 위해 머리를 밀었을 것입니다.

  머리카락은 한 인간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일본은 자신들의 만행을 수습하기 위해 친일적 성격이 강한 을미개혁을 실시했는데 그 내용 중 하나가 바로 단발령입니다. 많은 백성들과 유생들은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머리를 자르는 것은 불효라고 여겨 ‘내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는 자를 수 없다’며 극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사실 머리를 어떻게 변형을 하든지 그것은 자기의 자유입니다. 짧게 할 수도 있고 기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머리는 개성을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고 자존심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중고등학교에서 두발규제를 하면서 인권침해라는 논란도 있습니다. 내 머리를 타인이 건드린다는 것, 특히 짧게 잘린다는 것은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입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굴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떤 집단에서는 머리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대부분 짧게 하라는 것입니다.

  ▣ 퍼머, 장발, 꽁지머리는 금지

  자의가 아닌 강제에 의해 머리를 자르게 한다는 것은 복종을 강요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두발규제는 일제와 군부독재가 만든 강제적 사회전통입니다. 학교와 군대, 교정시설에서의 단삭은 공동체의식 형성과 통제에 순응하도록 복종심을 심어주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집단생활을 하면서 위생적인 문제도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교도소에 수형자들은 머리를 짧게 밀었습니다. 죄 짓고 들어앉은 사람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했습니다. 머리가 길면 신경이 쓰이고 손이 가야 합니다. 처벌하는 입장에서는 수형자가 머리를 다듬는 일이 ‘쓸데없는 짓’이었을 겁니다. 예쁜 구석이 없는 수형자들에게 멋지게 머리를 잘라 준다는 것 자체가 용인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리깡’이라는 기계로 밀어버리면 금방 끝나는 일을 번거롭게 가위질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안 그렇습니다. 교도소 올림픽이라는 영화를 보면 교도소 축구대표로 선발된 수형자들의 머리가 각양각색입니다. 스스로 관리하기가 귀찮은 수형자들은 머리를 밀어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수형자들은 교도소 안에서도 멋을 내고 싶어 합니다. 그들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기에 남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현재 시행 중인 행형법 제23조에는 ‘수형자의 두발과 수염은 짧게 깎는다.’고 규정중입니다. 하지만 인권보장이 사회적 핵심가치로 자리매김하면서 교도소에서도 2000년 7월부터 두발규제를 폐지했습니다. 수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퍼머나 장발, 꽁지머리 등은 금지되지만 수형자도 일반인과 같이 10cm 안팎까지 머리를 기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행형법을 전면 개정하여 오는 12월 22일부터 시행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2조 2항을 보면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는 단삭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남은 형기에 따라 두발의 정도를 달리할 이유가 없으므로 ‘단정하게 유지’하도록 변경한 것입니다.

  ▣ 전문가 수준의 이발담당

  교도소 안에도 일반 사회처럼 이발소가 있을까요?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데 직원용 이발소입니다. 수형자들은 이발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이발도구를 들고 다니며 출장이발을 해주는 거리의 이발사들처럼 이발을 담당하는 수형자가 사동을 돌아다니며 이발을 원하는 수형자의 머리를 잘라 줍니다.

  군대에서 이발소와 이발병이 따로 있는 부대도 있지만 이발소가 설치되지 않은 소규모 단위부대에서는 손재주가 좋은 전우가 이발을 담당했었습니다. 아무리 재주가 좋다고 해도 실력이 많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떤 때는 ‘쥐가 뜯은 것처럼’ 머리를 자른 경험을 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수형자들 중에도 이발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군대에서의 어설픈 실력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왜냐하면 이발 기술을 전문가로부터 배우고 ‘보직’ 자체가 이발만 하는 것이니까요. 그들 중에는 이용사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취득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발소가 따로 있지 않다고 해서 제대로 헤어스타일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독자여러분은 어떤 샴푸를 쓰고 계십니까? 교도소 안에서도 머리를 감을 때는 샴푸를 쓰고 린스로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비로 구입해야 합니다. 돈이 있는 수형자는 바깥세상 사람들도 쉽게 사지 못하는 고급제품을 쓰기도 합니다. 돈이 없는 수형자는 비누로 머리를 감기도 합니다.

  교도소 수형자들은 죄의 대가를 치루는 중이기에 여러 가지 규제가 따르고 통제를 받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법이 규정한 처벌 이상의 규제를 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수형자가 너무 사치하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법과 규정의 테두리 내에서 허용된 것이라면 자기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을 막기가 어렵습니다. 그것도 인권침해니까요. 

  만약 법 규정에 ‘수형자는 머리를 빡빡으로 밀어야 한다’고 되어있다면 당연히 그래야만 하겠지만 그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형자에게 샴푸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없습니다.

  ▣ 빡빡 머리가 주는 험오감

  높은 담장으로 가로막힌 교도소지만 그곳도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나름대로 멋을 부리기도 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인간의 본능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비슷한 처지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수의를 다려 입기도 하고 특별한 팬티와 유명메이커 속옷을 입으며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머리를 다듬고 관리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애로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자기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아야 막 살지 않습니다.

  사실 ‘빡빡머리’가 주는 느낌은 너무나 강렬합니다. 좋은 의미보다는 혐오감을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외모처럼 행동한다고 합니다. 수형자들도 보기 좋게 다듬어진 머리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길어진 머리만큼 자존감을 지닌 채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