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을 왜 뼁끼통이라 부를까요
 
‘뼁끼통’ 또는 ‘뼁낏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화장실을 뜻하는 속어입니다. TV나 영화, 만화, 소설 등에서 그려지는 교도소의 화장실은 듣기에 민망한 과장이 많습니다. 극중 인물이 교도소라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음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연출의도가 더해진 과장이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때로 그것을 사실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뼁끼’란 페인트(paint)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그러니까 뼁끼통이라는 말은 과거에 교도소의 거실 안에서 페인트 통을 화장실 대용으로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장실은 멀리 떨어질수록 좋다’는 말은 아무래도 냄새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교도소에서는 밀봉이 안 되는 뼁끼통을 거실 안에 모셔(?)놓고 살아야 했으니 냄새가 고역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뼁끼통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은 명당이요, 뼁끼통 바로 옆은 견디기 힘든 극한지대였겠지요. 그래서 신입자에게 뼁끼통 옆자리를 배정하는 전통(?)이 생겼습니다.

  그런 뼁끼통이 재래식 화장실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전국의 모든 뼁끼통이 수세식 변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화장실에는 출입문이 있어서 냄새가 거실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화장실 문이 수용자의 자살이나 기타 불법행위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어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부득이 최소한의 시찰 환경 조성을 위한 반투명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화장실 없이 사는 사람들이 무려 26억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용변환경은 ‘아주 쾌적’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뼁끼통’이라는 음식점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뼁끼통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맛이 어떨지 정말 궁금합니다.

  ▣ 출소자에게 왜 두부를 먹일까요

  영화 ‘오아시스’에서 주인공 종두(설경구)는 출소 후 구멍가게에서 커다란 두부를 사서 먹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에도 금자씨(이영애)가 두부를 먹습니다. 현실에서도 출소자들의 상당수가 통과의례처럼 두부를 먹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두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기에 출소자가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을까요?

  작가 박완서는 수필 ‘두부’에서 ‘징역살이를 속된 말로 '콩밥 먹는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면 출옥한 이에게 두부를 먹이는 까닭을 알 것도 같다. 두부는 콩으로부터 풀려난 상태이나 다시는 콩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다면 두부는 다시는 옥살이하지 말란 당부나 염원쯤 되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두부의 색에 의미를 두어 하얀 두부를 먹고 깨끗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또 두부를 만들 때 틀에 넣어 만든 것처럼 사회가 정한 틀에 맞추어 반듯하게 살라는 의미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콩으로 만든 다른 음식도 많고, 흰떡이나 백설기가 아닌 ‘반드시 두부’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과거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영양이 부실하고 양도 적었습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수용자가 출소를 하면 그야말로 ‘환장한 듯’ 눈앞에 닥치는 대로 먹겠지요. 그런데 굶주림에 익숙한 소화기관에 갑작스레 기름진 음식이 대량으로 들어가면 탈을 부르게 됩니다. 설사는 당연한 것이고, 일설에는 밥을 끝없이 먹다가 배 터져 죽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부는 영양이 많으면서도 부드러워 포만감도 주고 소화기관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식품입니다. 출소자가 먹는 두부는 위와 장을 보호하고 포만감을 주어 지나친 과식을 막아주는 완충작용을 하게 됩니다. 출소자에게 두부를 먹이는 이유는 바로 그 ‘완충작용’을 위해서 입니다.

  요즘은 교정시설 급식의 질이 높아져 굳이 두부를 먹을 필요가 없지만 이유야 어떻든 두부를 먹은 출소자가 하얀색 두부에 담긴 의미처럼 깨끗한 사람이 되어 다시는 교도소에 가지 않는다면 두부는 성스러운 음식이요, 자성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보안시설 없는 중간처우의 집

  일반인들은 거의 관심이 없겠지만 지난 10월28일은 제63주년 교정의 날이었습니다. 10월 28일을 교정의 날로 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1945년 일제로부터 교정업무와 조직을 인수하여 자주적인 행형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1958년부터 ‘교도관의 날’을 제정하였으나 1973년 정부의 각종 기념행사통폐합 방침에 따라 교도관의 날이 폐지되고 ‘법의 날’로 흡수되었었답니다. 그런데 법의 날은 법정신을 기르기 위한 법조인 중심 위주로 행사가 이루어져 교정행정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정에 대한 대국민적 홍보를 위해 교정의 날을 새롭게 제정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교정의 날은 국민과 함께한다는 방침 아래 다채로운 행사가 전개되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교정의 날을 하루 앞둔 10월 27일에 있었던 ‘중간처우의 집’ 기공식이었습니다. 중간처우라 함은 수형자를 처우함에 있어서 수형자와 사회인 중간에 놓고 처우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출소를 앞두고 신분은 수형자이나 처우를 사회인으로 함으로써 사회적응력을 기르고 근로의욕을 고취시켜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건립되는 중간처우의 집은 보안시설이 없는 일반주택 형으로 안양교도소 담장 밖 1300㎡ 부지에 넓이 224㎡, 5개의 방을 갖춘 1층 건물로 지어지며, 12월 말 준공, 내년 1월 운영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가석방을 3~6개월 앞둔 출소예정자 10명이 입주해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주간에는 구외공장 등 외부통근 작업, 야간에는 자율생활, 휴일에는 귀휴, 봉사활동 등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사회적응력과 근로의욕을 고취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전담직원이 상주하면서 취업·창업지원 등 다각적이고 수요자밀착형의 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됩니다.

  법무부는 1년 후 운영성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각 지방교정청마다 1개 이상의 중간처우의 집을 확대 설치하고, 천안개방교도소를 사회적응훈련센터로 기능을 전환하는 등 보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수용자 사회복귀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교정행정도 과거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 교도소 물건 지니면 재수가 좋다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KBS대전방송총국 전시실에서 개최된 제37회 교정작품전시회에는 교정직원과 수용자의 작품 723점이 출품되어 심사(심사위원장 양의숙)를 거친 입상작 280점이 전시되었습니다. 대전교도소 수형자 박모씨 등 3명이 공동으로 제작한 ‘삼층장’이 교도작업작품 대상을 받았는데 상감기법과 천연재료인 피마자기름을 사용해 나무 무늬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제작된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상당한 경지에 오른 수준작들이며 언론을 통해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잇는 수형자의 작품도 눈에 띄기도 합니다. 교도소 안에서 오랜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실력을 연마하여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기에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출품된 작품은 일반 관람객들이 구매할 수 있으며 재료비 등을 제한 나머지는 작품을 만든 수형자에게 영치된다고 합니다. 교도소에서 만든 물건을 소지하고 있으면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어 구매도 적잖게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한편 교정본부 및 각 교정기관 주관으로 지난 10월 13일부터 21일까지 헌옷 14,684벌과 담요 379장을 모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고 헌혈증서 1,341장을 모아 적십자와 어려운 이웃 등에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수용자 교화도서 15,909권을 모으고, 불우수용자 3,506명에게 영치금  7천여만원을 지원하였으며 귀휴(108명), 가족만남의 집 이용(128명), 가족만남의 날(1,698명)행사를 실시하는 등 다채로운 행사를 전개하며 교정의 날을 기념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