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면 좋고 안 와도 그만
 
“이거 전해주라고 하시는데요. 우리 회사 정OO 이사님 아시죠? 이번에 이사님 큰 아드님이 결혼을 한다고 하네요.”

  거래처 직원으로부터 청첩장을 전달받은 A부장은 속으로는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을 하지 못했다. 아들을 장가보내는 정 이사라는 사람과는 함께 밥 한 끼를 먹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도 다른 사람을 따라 나온 것이지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얼굴이나 아는, 어쩌다 마주쳐도 그냥 모르는 체 하고 지나치기가 뻘쭘해서 인사를 하며 악수를 하는 정도였지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다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인편으로 청첩장을 보내 온 것이다. 그 직원의 가방에는 청첩장 뭉치가 가득했다.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잘 알지 못해도 그 회사와의 거래처에는 무차별 폭격을 하듯 돌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친분이 깊지 못해도 그 회사를 봐서는 어쩔 수 없이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다.

  A부장이 꼽는 가장 황당한 경우는 친구의 후배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친구와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친구의 후배는 ‘선배의 친구도 선배와 동격’이라며 금방 ‘형님, 형님’하며 따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A부장에게 청첩장이 배달되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A부장은 부조금 접수대 옆에서 하객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친구의 후배에게 다가가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그 후배는 A부장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듯 했다. 그야말로 ‘오면 좋고, 안 오면 말고’하는 식으로 돌린 청첩장에 A부장이 ‘낚인’ 것이었다.

 
  ■  불렀으면 성심껏 대접하라

  ‘두 사람의 작은 사랑이 보다 깊고 향 짙게 꽃피려 합니다. 저희의 뜻 깊은 백년가약을 축복해 주십시오.’ 참 좋은 글이지만 사실 보내주는 청첩장의 내용을 다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혼주와 관계가 있다면 이름을 보고, 결혼식이 열리는 날짜와 장소를 확인하는 정도다.

  정말로 축하를 하기 위해 결혼식장을 찾는 경우는 과연 몇 %나 될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하객 중의 상당수는 ‘어쩔 수 없이’ 돈 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 시즌만 되면 주말을 반납하고 가족들과 나들이 한번 떠나지 못한 채 결혼식장을 전전하는 경우가 있다. 절친한 관계라면 그 정도의 희생은 얼마든지 감수하지만 어쩔 수 없이 ‘동원’되는 경우에는 그날 하루의 기분이 잡치게 된다.

  ‘나도 뿌린 돈이 있으니 거둬들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결혼을 비롯한 경조사를 빙자해 한몫 잡으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의 주특기는 명함첩에 있는 사람에게는 다 보낸다는 것이다. 얼굴 한번 봤다고 전화해서 친한 척 하며 주소를 물어 보내기도 한다. 자신과는 상관이 없어도 회사와 거래관계가 있는 곳의 명단을 작성해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기도 한다. 그쯤 되면 청첩장이라기보다 격이 떨어지는 ‘전단지’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만약 청첩을 했다면 친하건 ‘낚여서’ 온 사람이건 성심껏 대접하는 게 예의다. 희생을 감수하며 온 하객의 마음이 풀어질 정도로 대접하지 못할 바에는 청첩장 살포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