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한국서부발전 사외이사

증권 분석가의 거짓말

최근 유명 주식회사와 보험회사의 간부들을 만날 기회가 연달아 있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 밖에서 하는 얘기와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좀 다르다는 점이다. 오늘은 그냥 소위 돈 얘기, 그것도 자기 돈이 아닌 정부 예산이나 위탁 예금을 다루는 사람들끼리 하는 얘기들을 농담삼아 해볼까 한다.

1) 증권회사 직원이 집 사는 법=몇 년 전에 우리나라 굴지의 증권회사 직원이 입사 5년 만에 자기 집을 산 얘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했는데? 글쎄, 꼭 버스타고 다니고,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돈을 모았대나 봐. 그렇다. 우리가 최고로 아는 증권회사의 한 직원이 대리를 달자마자 집을 산 이유는, 죽어라고 아꼈기 때문이다.

2) 상대 교수들이 정년까지 꼬박꼬박 채우는 이유=10년 조금 지난 얘기이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교수 정년을 꼬박꼬박 채우는 늙은 선생들이 아주 야속해보이던 시절이다. 젊은 강사들 몇 명이 위스키까지 한 잔씩 마시고 환갑이 넘은 선생님들에게, "왜 도대체 은퇴 안하시는 거예요?"라고 농반 진담반 따져물은 적이 있었다. 주식 때문이라고 하셨다. 한국은 대개 15년 주기로 큰 공황이 한 번씩 왔는데, 상대 교수들이 주로 이 때 역시 많은 돈을 날렸기 때문에 65년 정년까지 꼬박꼬박 채우게 된다. 경제경영 교수들에게 주식 물어보는 것, 인생에 아무 도움 안 된다. 그들도 자신의 인생을 구제하지 못하고 있다.

3) 증권사 경제학자들의 비애=난 주식 소개하는 사람들의 말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꼬박꼬박 TV 앞에서 얘기하고, 꼬박꼬박 라디오에서 뭔가 소개하는 일을 좀 해본 적이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힘만 들고 별로 큰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넉넉하다면 절대로 방송에는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데 나와서 증권 얘기 하시는 분들의 얘기의 공통점은, 절대로 팔라고 하는 법이 없다. 기왕 손해보신 거, 조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지, 팔라고 하는 일이 없다. 내가 만약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면, 나는 카리브해에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살 것 같은데, 넥타이 매고 열심히 직장 다니는 사람 중에는, 증권으로 큰 돈 번 사람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뭘 소개해? 책 쓰는 일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정말 큰 돈 벌었으면, 왜 주식 재택크 같은 책을 쓸까? 그냥 카리브해에서 놀지.

4) 내가 요즘 속편한 이유=작년 초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그 다음부터 그렇게 마음이 여유로울 수가 없었다. 펀드는, 도저히 불안해서 지난 8월에 전부 해약하고 3개월짜리 정기저축으로 전부 돌렸다. 증권계와 경제계의 친구들과 선배들이 발을 동동거리는 요즘, 난 정말 발 쭉 뻗고 잘 자고 있다. 앞으로는 이자율도 꽤 높아질 것이다.

내가 주식 처분하던 날도 증권방송은 이제부터 정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난 믿지 않는다. 내가 펀드 처분하던 날, 증권방송에서는 이머징 마켓의 신규 투자지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었다. 세상에 못 믿을 것이, 증권 분석가들이 하는 말이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팔라고 하는 경우가 없다.

주식투자로 유명해져서 '포트폴리오 이론'의 선구자인 케인즈가 한 말이 있다. 발레리나 출신인 부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과연 그렇다. 원숭이와 경제학자가 주식 투자하는 게임을 실험 했는데, 원숭이가 이겼대나? 경제 난국, 암만 봐도 내가 아는 지식에 비추어볼 때,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손해보고 주식을 팔까? 아, 내가 남은 주식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팔 것이다. 이 위기는, 최소한 3년짜리 위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