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

“웬만하면 그쪽을 밀어주려고 했는데 공개경쟁이라 도무지 힘을 쓸 도리가 없더라고요. 심사하는 사람도 여럿이었고, 윗분들도 관심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거든요. 특히 가격 면에서 너무 세게 하셨어요. 다른 것은 몰라도 그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수년간 거래를 해온 ‘갑’회사의 B부장은 전화로 A사장의 업체가 경쟁PT에서 떨어졌음을 통보해왔다. B부장은 평소 A사장으로부터 술과 밥을 수시로 얻어먹고, 적잖은 용돈을 얻어 쓰며 많은 편의를 봐준 ‘우군’과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A사장으로서는 B부장이 “힘을 써줄 테니 걱정 말라”는 말을 듣고 이번 프로젝트도 당연히 자신의 회사가 수주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동안의 거래실적과 노하우, 게다가 실무책임자가 우군이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A사장은 적잖게 당황했다. B부장이 미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해놓으면 유리할 것”이라는 언질을 주어 이미 많은 투자를 해놓은 상태였다. A사장은 금전적인 손실마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B부장에 대한 배신감이 A사장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A사장은 다시 B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섭섭함을 표현하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받아먹은 떡고물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개인적으로라도 투자에 대한 손실을 보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폭로해서 해고되게 만들 것”이라는 협박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  네가 죽으니 나도 죽는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업계사람들을 만나면 서로를 비방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도를 지나쳐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호형호제하면서 운명을 함께할 우군에서 철천지원수로 돌아선 것이다. 악소문이 돌면서 결국 B부장은 지방의 한직으로 좌천되었다. A사장이 바라던 대로 되었지만 A사장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공교롭게 경쟁PT에서 이겼던 업체가 부도로 문을 닫게 되었다. A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가 “그 프로젝트는 우리가 이미 준비하고 있었노라”며 ‘준비된 비즈니스파트너’임을 강조했다. 과거의 거래실적이나 노하우 등을 고려하면 A사장이 가장 적임자였다. 하지만 A사장에게 돌아온 답변은 “프로젝트를 망치는 한이 있어도 당신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거래를 하다보면 서로의 약점을 알 게 되는데, 당신은 돌아서면 우리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뒤끝이 지저분한 사람’이기 때문에 못 믿겠다는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모습이 나오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런 모습은 선거판에서도 자주 나온다. 뒤끝이 깨끗하지 못한 그런 광경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게 된다.

비즈니스에서 경쟁을 하다보면 승자와 패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깨끗이 마음을 접고 패배를 인정하면서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이다. 사람들은 그를 패자로 기억하기보다 아름답다고 기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