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에서의 민관합동작전

교도소는 형벌을 집행하면서 출소 후 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이라는 이야기는 여러 차례에 걸쳐 했습니다. 교도관들은 국가로부터 그러한 임무를 명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수형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정위원이라는 분들입니다.

각 교정시설마다 교정협의회라는 것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정협의회는 교화분과, 종교분과, 교육분과 등으로 세분화 됩니다. 어떤 분과가 되었든지 교정위원들이 하는 일의 목표는 같습니다. 수형자가 바른 삶을 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신앙을 갖도록 돕는다거나 종교행사를 주관하기도 하고, 각종 교육에서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또는 가족과 단절되어 교정시설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수형자들과 상담을 하여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교정위원들은 법과 구정에 의해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인 교도관들과 달리 민간인 신분으로 수형자들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 가족 같은 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수형자 교정교화를 위한 민관 합동작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교정은 뭐고 교화는 뭐지?

교정이라는 말과 교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교정(矯正)은 바로잡는다는 의미입니다. 교화(敎化)는 가르치고 이끌어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함을 의미합니다. 이정도로는 구분이 잘 안될 겁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휘어진 철근이 있는데 그것을 바로 펴는 것은 교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화는 바로 펴 놓은 철근을 용도에 맞게 다듬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교정은 제재소나 제철소 같은 1차적인 가공이고 교화는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로 상품가치가 있도록 2차적인 성형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대충 맞을 겁니다.

교정위원과 교정공무원들의 활동에는 상당부분이 중복되기도 합니다. 교정공무원이라고 해서 교정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교화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입니다. 교정위원도 교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경찰이든 군인이든 전쟁 중 적과 마주치면 싸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무튼 국가공권력으로만 모든 것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교정당국에서는 외부 인사들을 대상으로 교정위원으로 위촉하여 교정시설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교인, 위사, 사업가, 학자, 예술가, 교육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사들이 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정위원들은 수형자들을 대하는 법이나 상담기법 등을 교육받기도 합니다.

▣ 교정위원의 긍지, 자부심, 보람

교정위원을 하게 되면 보수를 받거나 어떠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봉사자들입니다. 난생 처음 보는 수형자와 상담을 하면서 애로사항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수형자의 가족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수형자들이 출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취업을 알선해주기도 하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거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어느 의사는 정기적으로 교정시설을 찾아 진료를 해주기도 합니다. 교육자는 수형자들에게 교육을 통한 갱생의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수형자들 중에는 교정위원들을 부모형제처럼 따르기도 하고, 외로운 수형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마음을 의지할 안식처로 삼기도 합니다. 음악인은 공연을 통해 수형자들의 마음을 풀어주기도 하고, 미술가는 교정시설 안에서 작품전시회를 하기도합니다. 매달 생일을 맞은 수형자를 위해 파티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사실 교정위원 활동을 하다보면 비용도 들어갑니다. 수형자들이 모였을 때 먹을 간식을 마련하는 것도 교정위원의 몫입니다. 때로는 위문품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물심양면으로 수형자들을 지원하고 사람 만드는데 공을 들여도 담장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바깥세상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교정위원들은 자신의 작은 일이 단 한명이라도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인도하고, 그로 인해 이 세상을 좀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데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보람을 느낍니다. 출소 후 찾아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하고, 전화나 편지로 안부를 전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교정위원도 많이 있습니다.

▣ 재범방지는 우리 사회의 몫

그렇다고 보람만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교정위원은 출소자에게 취업을 알선했는데 돈을 털어 달아나는 바람에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고 합니다. 때로는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통에 놀란 교정위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교정위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수형자 대부분은 정에 굶주려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면 인간답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범죄의 대상으로 삼을지라도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준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 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근래의 교정정책은 수형자의 사회복귀지원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형자’가 아닌 ‘출소자’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출소를 하면 어떤 좋은 지원책이 있어도 무용지물일 수 있습니다. 지원을 받으면 성공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고, 그 준비는 교도소 안에서 수형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되어야 사회복귀지원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교정당국은 물론 교정위원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수형자들에게 많은 준비를 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성공은 교도관이나 교정위원의 활동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수형자가 출소 후 살아가는 곳은 담장 밖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가 출소자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나와 제아무리 좋은 지원을 받는다 하더라도 척박한 사회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범을 없애려면 이 사회가 교정위원 같은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 대가 없는 봉사자가 있기에
사실 교정위원 활동을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간혹 교정기관과 줄을 대어 활동하면서 뭔가 혜택을 얻을 것이라고 오해받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교정시설이란 곳은 다른 기관처럼 특별한 혜택을 줄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교도소가 일반적인 민원처리를 하는 곳도 아니고, 인허가 기관도 아닙니다. 범죄의 유무를 가리는 곳도 아니고 판결을 하는 곳도 아닙니다. 이 사회에서 도태된 자들에게 새 삶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재범을 하지 않도록 교정교화하는 사회안전망 확보의 최후의 보루라는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교정시설은 다른 기관에서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끗발 없는’ 기관입니다.

만약 교정위원 활동을 하다가 죄를 지어 그 교정시설에 수감된다면 아는 교도관이 많으니 혜택을 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정위원들의 인품이 죄를 지을 분들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수형자들이 개과천선할 수 있도록 보듬고, 가르치고, 달래는 이 사회의 숨은 봉사자들입니다. 자진하여 어려움에 인하는 그런 분들이 있기에 이 사회에는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