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 피우는 게 지조라고?

“이집 음식이 꽤 맛있네요.” 배가 고팠는지 빠른 속도로 식사를 마친 A사장은 남들보다 먼저 수저를 놓으며 음식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서 그는 아주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고 깊숙이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허공으로 뿜어내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인상을 찡그렸다. 앞에 있던 P사장이 A사장에게 담배를 끄라는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A사장은 밥 다 먹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내 돈으로 산 담배를 내 마음대로 담배를 피우는데 그게 잘못이냐는 식이었다.

A사장은 하루에 담배를 두세 갑을 피우는 애연가였다. 그의 담배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금연열풍이 대세인 요즘 사회에서 자기만큼 지조 있게 담배를 피우고 담배에 대한 철학이 깊은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것을 자랑삼아 떠들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사실 말이 좋아 철학이지 그의 담배예찬론은 궤변에 가까운 억지였다.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대꾸하는 게 귀찮고 싸우는 게 싫어서 아무 말이 없었던 것이지 그의 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A사장은 자기의 말이 상대방에게 먹혀들었다는 착각을 했다.

그는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웠다. 자신의 집과 사무실은 물론 남의 사무실에서도 상대방에게 물어보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재떨이를 찾는 것은 그 다음이었고, 다른 사람이 담배연기가 싫다는 반응을 보여도 피웠다. 오히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괜한 간섭을 한다며 핀잔을 주었다.

■ 남이 싫어하면 안 해야 한다
담배 때문에 인상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요즘은 공공장소는 물론 웬만한 사무실에서는 금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버스정류장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되었다. 금연 장소를 설정하는 이유는 당연히 간접흡연도 건강에 해롭고, 담배연기가 싫은 사람에 대해서 그 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를 지켜주기 위함일 것이다.

내가 좋다면 남들이 싫어하건 좋아하건 무조건 한다는 것이 마치 권리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남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다는 한정된 권리이다. 내가 필요 하다고 남의 물건을 가져다 쓰는 것이나 괜히 보기 싫다고 지나가는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담배의 해악에 대한 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악취’를 풍기지 말라는 의미이다. 애연가들은 담배연기가 왜 악취냐고 할 수 있지만 누구든 싫어하는 냄새는 악취에 지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방귀를 뀌는 것이 실례이듯 남들이 밥을 먹는 곳에서, 쾌적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 앞에서 담배를 피워대는 것은 큰 실례가 아닐 수 없다.

담배를 피울 때는 공인된 장소가 아니면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한 뒤 피우는 것이 예의이다. 사람들이 인상을 쓰거나 싫다고 하는데도, 심지어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있거나 금연구열이라고 일러주는데도 줄담배를 피워대는 사람을 보면 경우가 없고 오직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진정한 비즈니스맨이라면 남이 싫다고 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