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에서 범죄를 배운다고?

시대가 변하면서 교정시설을 지칭하는 말들은 감옥, 철창, 형무소, 교도소, 교정시설 등 다양하게 변했습니다. 보통사람들의 교도소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교도소=범죄학교’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도소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죄지은 사람을 가둬두는 곳일까요? 맞습니다. 죄지은 사람을 가두는 곳이 교도소입니다. 그럼 교도소에서는 무작정 가둬놨다가 형기가 종료되면 석방하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교도소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죄지은 자를 가두는 ‘형집행’과 출소 후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수형자가 출소 후 재범을 하지 않으려면 ‘먹고 살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범죄의 충동을 억제할 정신적인 내공도 쌓아야 합니다.

사실 교도소 안의 수형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 사회의 모든 부류가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직대통령까지 들어갔던 곳이니까요. 그렇게 사회의 이슈가 되는 ‘잘난’ 몇몇을 빼고 ‘평균’을 따진다면 수형자 중에는 출소하더라도 먹고 살기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도소에서는 수형자들이 출소 후 사회생활에 필요한 교육과 교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왜 교도소를 학교라고 할까요? 범죄를 배워서 나오기 때문에 그런다고요? 그것은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별을 수두룩하게 달고 사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지 진실은 아니라고 봅니다. 교도소를 학교라고 하는 진짜 이유는 교도소 안에서 많은 교육훈련이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 대학은 물론 외국어교육까지

우리나라 교도소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교도소란 곳이 죄지은 자들을 가둬놓은 곳이지만 강제와 강압으로 다스리는 곳은 아닙니다. 일부 문제를 일으키고 교도관들을 애먹이는 수형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형자들은 지시와 통제에 잘 다릅니다. 그런 수형자들에게 과격한 말을 할 교도관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무지(無知)는 죄악의 근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자기가 한 행위가 범죄인지 아닌지 조차 분간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을 모르고 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무지가 죄인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해 교육이 필요합니다.

못 입고 못 배우던 시절이던 1947년 정부수립 이후 전국 형무소에서는 문맹퇴치사업이 펼쳐졌습니다. 형무소 내 교실, 교육기자재 등 교육시설을 마련하고 교육기간을 6개월로 하여 1일 1시간 이상 교육을 실시했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1954년부터는 교육과정을 세분화하여 문맹자반·성인교육반·초등공민반·고등공민반으로 구분했습니다. 성인교육반은 국민학교 3년 정도의 교과과정을, 초등교육반은 소년수형자 중 국민학교 미수료자에 대하여 국민학교 해당 학년과정을, 고등공민반은 소년수형자 중 국민학교 수료자에 대하여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교육했다고 합니다.

최근엔 교도소 안에서 대학과정까지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과교육은 수용자의 학력정도에 따라 검정고시를 통한 학력취득, 일반학과교육, 방송통신고등학교 및 대학교육, 전문대학 위탁교육, 독학학위취득 교육, 외국어 전문교육 등으로 구분하여 실시합니다. 이는 구금으로 인한 학업중단을 방지하고, 학력신장 등으로 성숙한 시민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 TEPS시험에서 928점 받아

외국어 교육도 활발합니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전문교육과정이 있어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 컴퓨터 전문교육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과정은 특정 교도소를 지정해서 개설해 놓습니다. 물론 원한다고 무조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에서도 입시가 있듯이 교도소 안에서도 경쟁이 있습니다. 전국의 수형자 중에서 지원을 받아 그 가운데서 교육생을 선발하게 됩니다. 선발된 수형자는 그 과정이 개설된 교도소로 이송을 가서 교육과정에 참가하게 됩니다.

교육비는 대부분 무료이나 대학과정의 경우는 장학금 혜택을 주어 수업료 전액 또는 일부를 면제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수형자 신분이지만 돈 없어서 못 배운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수형자들이라고 해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교육시간을 얼렁뚱땅 보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종 자격시험 합격률을 보면 사회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 보다 훨씬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몇 해 전 한 수형자가 990점 만점인 영어평가시험인 TEPS시험에서 928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얻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어능력평가시험에서도 990점 만점에 950점을 받은 수형자도 있었습니다.

검정고시는 합격률이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합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기술 또는 기능 자격취득시험의 합격률도 일반사회인을 능가할 정도로 높습니다.

▣ 교육훈련이 새 사람 만든다

높은 합격률의 비결은 아마도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일 것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교도소 안에서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다른 곳에 한눈을 팔 수가 없습니다. 또한 마음가짐이 바깥과는 다르게 됩니다. 밖에서는 하다가 싫으면 그만둘 수도 있지만 교도소 안에서는 뭔가 하나를 해내고 이루려는 간절한 바람과 실천의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떨어지면 다음엷라는 말은 교도소 안에서는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삶을 고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비장한 각오로 공부합니다.

그런 수형자들에 대한 교정기관의 지원도 한몫을 합니다. 외부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교육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교원자격증을 소지한 직원들이 적극 나서서 가르치고 보충학습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교재를 구입해 주기도 합니다.

교도소는 왜 수형자들이 공부하도록 편의를 봐줄까요? 그것은 공부를 할수록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반성하게 되고, 자제력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수형자가 공부를 할수록 교도소의 주목적인 '교화(敎化)'를 달성하기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공부를 해서 학력을 높이고 직업훈련을 통해 기술자격증을 취득한 수형자들의 재범률은 그렇지 않은 수형자들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이는 곧 학력과 기술이 출소 후 ‘먹고 살 방법’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같은 공부를 하는 수형자들을 모아 ‘고시방’을 만들어 주거나 ‘기숙사식 학원’처럼 운영하기도 합니다. 그룹스터디를 통해 서로가 모르는 것을 보완하고, 일종의 경쟁의식이 작용해 더 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학업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공무만 하는 ‘공부벌레들’이 교도소 안에는 참 많습니다.

그들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가요? 앞에서 말했듯이 ‘이번이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바깥에서 허송한 세월을 교도소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합니다. 정상적으로는 1년이 걸릴 것을 불과 몇 개월만에 해치우기도 하고, 자격증을 몇 개씩 따가지고 출소하기도 합니다. 이제 왜 교도소를 학교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가시는지요.

만약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그렇게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했더라면 교도소에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새 삶을 개척하기 위해 도전을 한 사람들입니다. 사회에서도 그들을 범죄자, 전과자라는 편견을 갖기보다는 새롭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배운 것들로 먹고 살 수 있게 해줘야 재범도 사라지고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