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도소에서 개최된 가족캠프

지난 8월에 의정부·마산·군산·청주여자교도소에서 1박 2일간의 가족캠프가 개최되었습니다. 캠프 참가자는 교정시설 수형자와 그 가족들입니다. 교도소에서 웬 캠프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에게는 장소에 관계없이 만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외부 전문가그룹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가족 간의 친밀감과 신뢰감을 회복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저녁에는 외부로 장소를 옮겨 1박을 하며 집단상담 등을 통해 문제해결책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고, 많은 아쉬움이 남겠지만 이들 가족에게 가족캠프가 주는 의미는 아주 큽니다. 오랜 세월 가족과 떨어진 경험이 있는 분들은 만남과 스킨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입니다. 이렇게 열리는 가족캠프는 법무부 교정본부가 수형자와 가족의 유대관계를 형성해 가족관계 해체를 방지하고 안정된 수형생활 유도를 위한 교화프로그램입니다. 담장 밖의 평범한 사람들은 “가족관계가 어떻게 해체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떨어져 살다가 해체되는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교도소에 간 가족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려야 한다면 원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바깥의 가족은 교도소 안에 있는 가족 없이도 살아가는 데 적응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서서히 잊게 됩니다. 수형자로서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틈이 생기고, 시간이 갈수록 그 틈은 벌어질 확률이 큽니다. 출소자를 했는데 배척당할 수도 있습니다. x

그렇게 가족관계가 해체되면 재범은 불가피하게 됩니다. 반겨주는 가족이 없고, 갈 곳이 없는 출소자에게는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서, 또는 홧김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관계 해체에 따른 범죄의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범죄 예방하는 브레이크, 가족

범죄를 예방하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족입니다.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는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인간에게 ‘양심과 책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떤 좋지 않은 일을 하려다가도 멈추게 하는 범죄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걱정하실 부모님을 생각해서, 충격 받을 자식들을 생각해서 함부로 죄를 짓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출소자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하고 새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만드는 데 있어서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족만큼 큰 역할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정기관에서는 수형자들과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바르게 살겠다’고 마음잡고 출소해도 반겨주는 가족이 없다면 그런 결심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정본부에서는 해마다 교도소를 지정해 ‘가족사랑 캠프’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가족은 산소나 물과 비슷합니다. 늘 곁에 있기에 평소에는 소중한지 모르다가 떨어져 지내면서 그리울 때가 되어서야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수형자들이 교도소에서 가족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가족들이 수형자가 있는 교도소로 면회(교정용어로는 접견이라고 합니다)를 오는 것이지요. 교정기관에서는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서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접견민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화나 FAX로 사전에 접견을 예약하면 기다리는 시간 없이 면회가 가능한 접견예약제도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결수의 경우에는 횟수에 제한 없이 매일 1회 접견할 수 있으며, 수형자의 경우에는 누진계급 4급은 월 4회, 3급은 월 5회, 2급은 월 6회의 접견이 허용되고, 1급은 수시로 접견이 가능합니다. 또한 교정교화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때에는 횟수나 시간 등에 관계없이 소장 재량으로 허가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누진계급이란 일종의 수형생활 성적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누진계급은 제4급~제1급의 단계로 나누어 각 급마다 일정한 책임점수를 부여하여 매월의 소득점수(소행, 작업, 상훈)로 이를 공제, 책임점수를 완전 소각하였을 때 상위계급으로 진급시키고, 상위계급에 진급함에 따라 처우를 완화시킴으로써 사회복귀를 용이하게 하려는 처우제도입니다.

▣ 고급펜션 같은 가족만남의 집

접견보다 한 단계 높은 것이 ‘가족 만남의 날’ 행사입니다. 행사참가 대상자로 선정된 수형자의 가족을 초대하여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데 접견과는 달리 집에서 해 온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만나는 장소도 접견실이 아닌 잔디밭 같은 야외이거나 강당 같은 곳이어서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한 차원 발전한 것이 ‘가족만남의 집’ 이용입니다. 1999년부터 교정시설 주벽 외부에 침실과 주방, 거실, 욕실 등이 갖춰진 펜션 형태의 시설을 만들어 모범수형자에게 1박 2일간 숙식을 함께하며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접견이나 가족만남의 날 행사와 달리 가족캠프와 가족만남의 집 이용은 함께 숙박을 한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외국의 법과 제도, 문물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 나라의 교정행정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할 것입니다. 교정당국의 수형자의 가족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과 선진적인 제도는 다른 교정선진국에서는 아예 없거나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교정행정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군복무 중인 병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첫 번째가 전역이고, 그 다음이 바로 휴가일 것입니다. 수형자에게는 ‘귀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행형성적이 우수한 장기수에게는 장기간 구금으로 인한 가족과의 단절을 해소하고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휴가를 허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에 개봉했던 영화 ‘마지막 선물-귀휴’에서 무기수 태주(신현준)가 10일간 세상 밖으로 나온 게 바로 ‘귀휴’입니다. 가족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정을 돈독히 하고, 출소 후 살아가게 될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 사회 안전을 위한 프로그램

수형자에게는 구금되는 순간부터 시간이 멈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사회의 변화를 느낄 수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사는 사람들은 매일 보기 때문에 변화가 되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먼 훗날 변화가 되었구나 하는 정도이겠지만 기나긴 형기를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온 뒤 그 시간 동안의 변화를 한꺼번에 받아들여야 하는 수용자는 세상이 낯설고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단절에서 오는 충격이 적지 않게 됩니다. 운전을 하고 가다가 없던 길이 생겨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고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출소자가 성공적인 사회복귀는 교정행정의 성패를 가름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안전망확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우리 교정당국에서는 출소자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등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천주교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서 출소자에게 무담보로 소액의 창업자금을 대출해주는 ‘기쁨과 희망은행’을 창립하고 교정본부와 손을 잡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교정행정은 경찰이나 소방처럼 공적이 드러나는 일은 아닙니다. 성과가 있어도 수치로 집계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