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전기관련 시장개척단과 해외전시회 참가단의 구태한 운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다. 수출 촉진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참여 기업에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업계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마케팅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시개단등이 년간 10여 차례 이상 열리지만 여전히 실효성을 의문받고 있다. 주관기관의 중소기업 지원 ‘실적 쌓기’에 중소기업이 ‘동원’되는 듯한 인상마저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행사 주관 기관에서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중소기업을 무리하게 끼워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중소기업 대상 해외시장 개척 활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사전 사후관리가 허술한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시개단이나 전시회의 성패는 사전 준비를 얼마만큼 짜임새있게 했는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지역별 포트폴리오와 시장 공략의 로드맵을 기반으로 기업과 지원주체들이 함께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해도 어려운 게 해외시장 개척이다. 하지만 전기관련 시개단이나 전시회는 반복적인 행사 위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시개단이나 전시회 준비 과정에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 여기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은 주객전도(主客顚倒)다. 중소기업에게는 행사 일정상 체류 정보만 주어질 뿐 정작 현지 바이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현지 국가를 방문한 당일 호텔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전달된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사전 준비 소홀 못지않게 사후관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상담실적을 올려도 사후대처가 미흡하다보니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극히 적은 것은 이같은 연유에서 기인한다.

실질적인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판로를 확보하는 핵심은 전시회 참여 자금도 중요하지만 인력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한전이나 발전자회사 등 공기업이 지원하는 중소기업 수출 지원사업은 주로 전시회에 참여하는 기업의 부수 설치비를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수 설치비 정도는 기업이 부담할 수도 있지만 해외 네트워크와 고급인력이 풍부한 한전이나 코트라가 중소기업이 수출 길을 틀 때까지 자생력을 갖추도록 뒤를 봐주는 도우미 역할을 바라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개별기업의 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차원의 지원책이 이런 부분에서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지원책이 2%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해외전시장의 한국관 구성도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개별기업별 제품 홍보식의 전시 공간에 대해 현지의 호응도가 떨어지는 만큼 이를 탈피해 한국관을 국가 홍보에 초점을 맞춰 대형화하고 특색있는 테마가 담긴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 방문객의 눈길을 끄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 요구된다. 전시회에 참여하는 각 국가들의 전시 흐름도 제품 홍보보다 국가홍보에 초점을 맞춰 전시장을 꾸미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업들도 국가의 브랜드를 올려 이미지를 제고하는 가운데 각 기업의 제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장을 꾸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코트라 무역관의 전문성 결여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코트라가 발전 산업을 수출 주력산업으로 정해 여러 사업을 전개하지만 실지 해외 수출 현장의 지휘자격인 무역관이 발전설비나 전력산업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성이 떨어져 수출 상담 등 제반 사항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 한전 전기진흥회 등 관련기관이 문제의식을 갖고 머리를 맞대볼 것을 주문한다.

전력관련 제조사의 살길은 해외시장이다. 해외시장 개척에 목말라하는 중소기업에게 수출 길을 트는 제대로 된 ‘네비게이터’ 역할이 절실한 때다. 어느 기관보다 코트라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환익 코트라 사장이 최근 취임 후 관 색채를 빼고 실질적으로 수출기업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조직을 탈바꿈하겠다는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조 사장의 ‘오픈형 비즈니스 허브’ 구축 계획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떻게 해주길 요구하는지 듣고 거기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조 사장이 밝혔듯이 오는 10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신사업발굴을 적극 추진하는 의미있는 코트라의 변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