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신규 원전 입찰이 9월 24로 예정된 가운데 한전이 제시했던 입찰변경제안(Deal Break)에 대한 터키 정부의 수정안이 기대했던 것에 크게 못 미쳐 한전이 깊은 고민에 빠진 듯하다.

한전은 7월 22일 터키원전 입찰과 관련 터키정부에 입찰변경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제3자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는 보험금 한도 내에서만 사업자가 책임지고 그 이상은 터기 정부가 책임질 것을 제안했다. 또 폐기물과 폐로의 경우 터키 정부가 정한 충당금(kW당 0.15센트)으로 터기 정부가 책임질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터키 정부의 수정안은 한전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원전사고에 대한 제3자 손해배상책임’에 대해서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지 않고 ‘파리협약을 적용한다’라고만 언급하고 ‘상업운전 전에 법을 제정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파리협약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유는 현재 파리협약에는 배상 한도액을 1,500만 SDR(한화 약 250억원)으로 규정하고 있어 보험금 한도 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파리협약이 배상 한도액을 7억 유로(한화 1조원)로 수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 경우 사업자의 부담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리협약의 내용이 수정될 때마다 배상 최고액도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기준을 정할 수가 없다는 것도 고민이다.

또 폐로 문제에 대해서도 한전은 충당금으로 터키 정부가 책임질 것을 기대했지만 결국 터키 정부는 사업자가 책임지라는 애초의 제안을 고집했다.

그나마 방폐물의 경우 터키 정부가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다만 방폐장이 확보될 때까지는 사업자가 원전 부지 내에 임시 보관하는 것으로 결정해 한전의 제안이 일정정도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터키 정부의 수정안이 전반적으로 터키 원전 입찰의 걸림돌로 제기됐던 주요 리스크 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기에는 크게 못 미치는 탓에 한전은 입찰 참가 여부를 검토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터키 정부의 수정안을 놓고 볼 때 입찰에 참가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태지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상당한 노력을 들인 만큼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건설 수출이라는 국가적 ‘기대와 성과’에도 부응해야 하지만 자칫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로 인해 국제적 신뢰도에 큰 손상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터키 원전 입찰에는 한전을 비롯해 10개 사가 참여할 예정이며, 9월 24일 입찰을 마감해 올 연말 경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편 터키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자본을 직접 투자해 건설과 운영을 책임지고, 전력판매대금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간발전사업자(IPP) 방식으로 추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