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기념 축사에서 "저탄소 녹생성장"을 강조한지 10여일이 지난 8월 27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제 1 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본 계획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청정에너지 시대를 여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은 것이 특징이며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확대하여 이를 통해 안보, 효율, 환경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그 기본 방향이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에너지라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했다는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렇듯,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절감이 국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국민 가계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었으나, 에너지 소비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보다 산출량에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또한,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 수출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국제 정세에 발맞추고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 절약 및 에너지 효율 향상이다. 온 국민이 합심하여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하며, 국가 전체적으로도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통해 비약적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3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 국가로 변신하는 에너지 혁명에 성공하여,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조사에 따르면 1달러의 GDP를 만들기 위해 일본이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1이라고 할 경우 한국은3.2, EU는 1.9, 미국은 2.0에 달할 정도로 일본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본은 국제적인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되는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향상은 단지 에너지를 적게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래 사회로 나아갈수록 에너지 및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데 발맞추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에너지 절약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며 이를 통해 상품의 가치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 에너지저효율 소비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직류(DC, Direct Current)를 이용한 디지털 에너지시대를 구축하는 것이 그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TV를 비롯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비롯하여, 핸드폰, 미래형 자동차, 반도체 등 대부분의 전자제품이 디지털화 되어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전력은 여전히 교류(AC, Alternating Current)로 제공되고 있다. AC전력의 공급은 기존에 구축된 인프라로 비용-효과는 우위에 있으나, 전자 제품의 디지털화에 따라AC와 DC간 전환과정 반복에 따르는 에너지 손실로 인해 고비용, 저효율이 심화되고 있으며, 대기전력소모도 증가된다. 이에 따라 소음, 전자파 피해도 유발되며, 기기설계 및 유지관리도 복잡하고, 이동성도 저하된다.

그러나, DC를 이용하게 되면, 전기 고품질 및 전력 시스템의 안전성이 향상되며, 장치를 단순화하여 자원을 절약하며, 사용하기가 편리하게 된다. 또한 유지관리 및 디지털 신기술과의 결합도 쉬워진다. 더불어 AC대비 약 20%정도의 에너지 손실을 저감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감소된다. 그러나 현재 DC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 수반된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고품질, 고효율, 자원절약형 DC 서비스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따라서 DC를 이용한 디지털 에너지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통해 DC 서비스의 제도적기술적 기반 조성과 인프라 구축 추진이 매우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탈석유?탈화석 시대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석유값을 비롯하여 화석연료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국가 경제 자체가 위협받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국제적 규제 강화에 발맞추기 위한 유일한방법은 석유 및 화석연료에 의존도를 낮추어 '그린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린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은 무엇보다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자유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화석 연료 가격상승으로 인해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2005년에 비해 42%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가운데 화석에너지의 비중이 현재 83%정도이다.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저탄소?청정 에너지인 신재생 및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여 이 비중을 낮추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는 제한된 국토여건, 부족한 기술, 낮은 경제성으로 보급확대에 애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100만kW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려 발전소의 경우 서울 월드컵경기장 1개(0.6㎢)의 면적이면 되지만, 태양광은 경기장 151개를 지을 여의도 9배의 면적(75㎢)이, 풍력은 경기장 51개를 지을 여의도 3.5배의 면적(30㎢)이 필요하다. 또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개발 기술비는 미국의 1/36, 일본의 1/17수준인 13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원자력이 '그린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다. 원자력은 그간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 및 에너지 수입부담을 완화하고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지난 25년간 소비자물가는 186% 상승했으나 전기요금은 11.4% 상승에 그친 것도 원전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의 전후사정을 고려했을 때, 초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의 역할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최근 한국의 원자력 발전 및 운영의 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국제기구의 안전 점검 및 안전성 평가 등을 통해 원전에 대한 안정성을 세계 최고로 확보해가고 있으며, 원자력 에너지 자체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기 위한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수용성 확보가 바로 그것이다.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국민 모두가함께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 결정을 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송 분야에서의 연료 혁신을 이룬 '그린 카' 시대를 이룩해야 한다. 현재 수송 분야는 거의 대부분을 화석연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수송용 자동차의 연료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약 20%이상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미래 자동차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크게 연료 전지 자동차 (FCV, Fuel Cell Vehicle) 및 전기 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이다. 연료 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미래형 자동차이나 현재 연료 전지의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자동차 시장에 보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기 자동차의 공급이다. 배터리를 100% 이용하여 가는 전기자동차 역시 배터리 가격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PHEV, Plug-in Hybrid Vehicle)를 공급하도록 하여야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전기 코드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개념이며, PHEV을 이용할 경우 연료비는 현재 가솔린을 이용하는 자동차와 비교하였을 때 1/10수준으로 감소한다. 또한 PHEV의 기술수준은 상용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을 점차 증가시켜야 한다. PHEV와 같은 고효율 에너지 기기의 보급은 우리나라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크게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 자동차는 1600만대 수준이나, 이 모든 자동차를 PHEV로 바꾼다고 하여도 추가적으로 더 필요한 전력은 원자력 발전소 2개 정도를 추가로 지으면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현재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수송용 자동차를 전기를 이용하는 자동차로 바꾸게 된다면, 수송 분야에서도 탈석유를 이룰 수 있고,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도 감축할 수 있게 된다. 발전 분야에서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하여 탈석유 친환경 사회를 구축하고 수송 분야에서도 동시에 ‘그린카’를 이용한 ‘그린에너지’ 사회 구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현재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국민 경제가 위협받고 있으며 에너지의 중요성에 대해 체감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가 이를 극복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다른 어떤 나라보다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래 에너지원으로 필수적인 원자력 발전의 기술 역시 세계적 수준에 이르러 있다. 현재의 위기를 발판으로 좀 더 깨끗하고, 어떠한 에너지 위기에도 강건하게 안정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여 복지사회를 구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필자 소개>

장순흥 부총장(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은 76년 서울대학교 핵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의 MIT에서 핵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KAIST 교학부총장을 역임하고 있는 장 부총장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열 및 물질 전달분야’에서 발표된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선정될 정도로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다.

장 부총장은 지난 26년간 임계열유속 분야와 원자력 안전 및 설계와 관련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2006년 6월에는 국제적인 학술 업적을 인정 받아 국제 원자력계의 최고의 영예인 미국 원자력학회(The American Nuclear Society) 학술상 수상 및 펠로우(Fellow)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