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떠난 지 23년

육군교도소는 대한민국 국군 유일의 교정교화기관입니다. 소장은 헌병중령이 맡고 있습니다. 흔히 ‘남한산성’이라고 불렀던 곳이지요. 아직도 육군교도소가 ‘남한산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데 육군교도소가 남한산성에서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으로 이사를 온 지가 벌써 23년이 흘렀습니다. 과거의 ‘남한산성’은 대표적인 인권 사각지대로 부각되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육군교도소는 과거와는 전혀 다릅니다.

육군교도소에서는 수형자를 ‘수련생’으로, 수용동을 ‘희망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육군교도소에서는 축제가 있었습니다. 수련생 가족들을 초청해 교도소 연병장에서 체육행사와 문화공연을 펼치는 ‘희망축제’가 열린 것입니다. 넓은 연병장에 삼삼오오 가족들이 모여들고, 개회식에 이어 군악대 연주와 육군의장대 시범, 영월 석정여고 고적대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희망축제는 체육행사와 문화공연이 끝나고도 한참을 더 지나 오후 4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육군교도소 관계자들은 “격리수용의 개념이 아니라 수용자의 기본권과 인권이 존중되고 수련생들이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심신을 수련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의 도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듣기 좋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습니다.

수련생들은 군인신분입니다. 보급품이나 급식은 현역병에 준하는 처우를 받습니다. 하루 일과는 06시에 기상해서 각종 기술교육과 체육활동 등을 하게 되고, 식사는 거실이 아닌 별도의 식당에서 합니다. 메뉴는 현역병과 동일하고 자율배식입니다. 일과 후에는 동아리활동, 취미활동, TV시청시간이 주어지고 22시에 취침을 합니다.

1년6개월 이상은 민간교도소로

현재 육군교도소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 수용되어 있습니다. 수박 10통만 사오면 수련생 전원이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수용인원과 수용처우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원이 적으면 관리가 쉽기 때문에 다양한 교화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고, 덜 빡빡하게 관리를 하게 되니까요. 또한 자율에 맡기는 부분도 많아지게 됩니다. 이제 수용인원이 적다보니 ‘격리’가 아니라 보살필 수가 있게 된 겁니다. 인권시비의 소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처우수준도 높아졌으며 교정교화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수용인원이 많지 않다보니 미결수의 면회시간이 30분이고, 월2회 전화사용을 할 수 있습니다. 민간교도소의 미결수 면회시간은 보통 7분에서 10분 남짓 주고, 전화는 사용하지 못 합니다.

과거 남한산성 시절에는 1,800명까지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군 범죄자들과 병역거부자들도 다 수용되었고 그때는 형기가 길건 짧건 형기를 마칠 때까지 이송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병역거부자들이 민간교도소에 수용되고, 6개월이상 1년6개월 미만의 형확정자와 간부들, 미결 수용자들만 수용하고 있습니다. 1년6개월 이상의 형이 확정된 병 및 민간인과 수용심사를 통해 이송이 결정된 간부들은 민간교도소로 이송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부들은 민간교도소로 이송이 되지 않고 그대로 있어야 했습니다.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간부들도 민간교도소로 이송을 가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민간교도소로 가는 것을 반겼답니다. 아무래도 군교도소보다 민간교도소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막상 민간교도소로 이송된 수용자들이 웬만하면 오지 말고 거기서 버티라고 편지를 보내왔답니다. 육군교도소의 수용생활 환경이 더 좋다는 뜻이겠지요.

병이 1년 6개월 이상 6년 미만의 형이 확정되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되고, 6년 이상이면 군적을 상실해 군인신분이 아니게 됩니다. 그래서 민간교도소로 이송을 가는 겁니다.

하지만 1년 6개월 미만은 출소 시에 현역복무 부적합심사를 거쳐 적격자는 3보충대로 전속이 되고, 부적격자는 귀향조치 됩니다,
 
교정시설 느낌 없는 교도소

수용동인 희망동은 200여평 정도의 1층짜리 방사형 모양의 건물입니다. 60개의 거실이 있어 최대 280명 수용이 가능한데 정원의  3분의 1정도가 수용되어있습니다. 민간교도소가 정원을 초과하는 과밀수용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에 비하면 육군교도소는 ‘천국’인 셈입니다. 희망동 주변은 화단이나 잔디밭이 잘 조성되어 있어 교정시설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시설이 좋고 쾌적해도 교도소이다 보니 사방에 높은 담장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꽤 떨어져 있어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희망동 내에는 PX라고도 부르는 ‘충성클럽’이 있습니다. 수련생들은 주2회에 걸쳐 음식물이나 문구류, 생활용품 등을 직접 구입할 수 있습니다. 매점의 내부는 아담한 편의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 밖에 동아리방과 도서실, 교육시설 등이 있었으며 만기 및 모범수용자를 위한 별도의 공간도 있습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수련생과 교도관이 의견을 모아 ‘희망소식지 여명’을 발행, 육군교도소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지난 6월에 30호가 발행된 소식지 안에는 육군교도소 안에서 있었던 각종 행사와 좋은 글, 유머, 서신 등 다양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며 교도관은 자료지원 등만 도와주고 실제 제작은 수련생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출소자가 자비로 시설 리모델링

육군교도소 수용자들의 죄명은 대부분은 군무이탈입니다. 수용자의 나이가 비슷하고 형기도 길지 않은데다가 초범들이고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죄를 저질렀다고 보면 됩니다. 게다가 학력수준도 일정수준 이상입니다. 쉽게 말해 말이 통하고, 순진해서 말도 잘 듣는다고 합니다.

민간 교도소의 수용자들은 초범부터 다범까지 다양하고 학력도 천차만별이며 나이도 다양합니다. 쉽게 말해서 다루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교도중대에 소속된 교도관들(부사관)은 수련생들을 동생처럼 대하면서 안정을 찾도록 다독이고, 희망을 갖도록 격려합니다. 지금은 구타나 폭력과 같은 인권유린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거나 출소 후 사실을 밝히겠지요.

얼마 전에는 육군교도소에서 수용되었다가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인테리어업계에 종사하게 된 사람이 찾아와 2박 3일 간 자비 300만원을 들여 이발소와 공부방, 만기출소자 휴식공간까지 깨끗하게 리모델링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육군교도소 측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 고마움을 느껴 그에 대한 보답이었다고 합니다.

사동에 근무하는 헌병들과 수용자는 상호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수용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위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지혜입니다.

육군교도소가 수련생들이 근심, 걱정 대신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