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州의 경제규모(GDP)는 2007년 기준으로 약 1조 8천억불 수준으로 미국 전체(13조 8천억불)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국내총생산(GDP)인 9,500억불의 1.9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과 비교하였을 때 제8위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이다. 인구는 3,613만명 수준으로 50개주 가운데 최대이며,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약 2배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내에서 알래스카, 텍사스 다음인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요 산업은 농업, 건설업, 무역업, 정보통신산업, 항공우주산업, 생명공학산업, 신에너지산업, 관광레져산업 등이 골고루 발달되어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환경규제 정책 및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한다.

전 세계가 마찬가지이지만, 캘리포니아 州의 에너지 관련 최대 이슈는 ‘고유가 대책’과 ‘지구온난화가스 감축 대책’으로 압축된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하여, 캘리포니아 州는 연방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마찬가지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는 1차에너지와 대표적인 2차에너지인 전력을 동시에 고려하며, 전력, 수송, 산업, 건물 부문 등의 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수립하며, 기술개발에서부터 보급까지를 동시에 고려함을 의미한다. 이는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 California Energy Commission)의 주요 임무가 전력정책 수립, 발전사업 허가, 전력, 건물, 수송 등의 에너지 효율향상 관련 정책 수립 및 기술개발 지원, 신재생에너지 정책 및 기술 개발 지원, 수송 및 발전용 대체연료 관련 정책 수립 및 기술 개발 등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최근 서부택사스 중질유(WTI)의 배럴당 가격이 130불에 이르고 있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의 상황에서 고유가 대책은 기본적으로 脫 석유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가 2007년 발간한 통합에너지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州의 2006년도 에너지 공급은 석유 46%, 천연가스 29.5%, 신재생 9%, 석탄 8%, 원자력 5%, 수력 2.5%로 구성되어 있다. 동년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 44%, 석탄 25%, 천연가스 13%, 원자력 16%, 수력 및 신재생 2% 수준으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나라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즉,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아직까지 석유 및 천연가스에의 비중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부문별 에너지 사용량을 살펴보면 수송부문이 41%로 가장 높으며 산업용 22%, 상업용 19%, 주택용 18%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석유는 거의 대부분 수송 부문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천연가스는 전력(44%), 산업용(23%), 주택용(22%), 상업용(10%)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전력부문에서는 이미 脫 석유가 완전히 이루어 진 상황이므로(2006년의 발전량 구성비는 천연가스 41%, 대수력 19%, 석탄 16%, 원자력 13%, 신재생 11%), 캘리포니아 脫 석유정책은 수송부문의 연료전환으로 압축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脫 석유 및 온난화가스 배출 감축을 위하여 2006년 입법안 32(AB 32)라는 강력한 정책이 발효되었다. 이에 따르면 2020년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1990년 수준으로 안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2020년 총배출량의 약 29%가 감축되는 수준이다. 더욱이 주정부는 2050년의 온난화가스 배출 수준을 1990년의 약 80% 수준까지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수송부문, 전력 및 천연가스 부문, 조림 및 산림보호 부문, 기타 정책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기존의 캘리포니아 탈석유 입법안(AB 2076. 2020년까지 수송용 대체연료 비중을 20%, 2030년까지 30%를 목표하고 있는 법안임.), 대체연료 기술개발 및 보급촉진 입법안(AB 1007)과 보조를 맞추게 된다. AB 1007에 따르면, 2050년 수송부문의 대체연료 사용 비중을 50% 이상으로 잡고 있으며, 이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절반 이상 감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고려하고 있는 대체연료로는 프로판, 천연가스, 바이오 에탄올, 수소, 전기, GTL, PTL, CTL, 재생디젤, 디메틸에테르 등 모든 기술적인 옵션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에너지 실행계획(Governor's Executive Order in 2006)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州내의 바이오 연료의 생산량을 2010년까지 20%, 2020년까지 40%, 2050년까지 75%를 목표하고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 州의 에너지 安保 확보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로렌스 버컬리 국립연구소, 버컬리 및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등이 미국 에너지성으로부터 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로 지정됨과 동시에 석유 메이져 가운데 하나인 BP사의 대규모 연구자금 지원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림 1) 캘리포니아 州의 온난화가스 배출 감축 정책 및 수단
  

전력부문의 최우선 정책은 에너지 효율향상이며 다음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다.

캘리포니아 州는 전통적으로 강력한 에너지 효율정책을 추진하여 왔으며, 이는 연방정부의 정책보다 항상 앞서 왔다. 1인당 전력소비량의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초반 이후 현재까지 연간 약 7,000[kWh/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의 1인당 전력소비량이 1970년대 초반 8,000[kWh/년] 수준에서 2005년에 12,000[kWh/년]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이러한 에너지 효율향상은 가전기기 및 건물 등의 효율 기준 정립, 후속적인 기술 개발, 에너지원간 교차보조가 없는 투명한 가격 정책 등이 상호 연관되어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였다. 가전 및 전기기기 등에 대한 규제는 1976년 최초로 도입된 이래 거의 전품목에 대하여 효율 기준의 설정과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갱신된다. 또한,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에 대한 효율 향상 프로그램은 1978년 관련 규제가 도입된 이래 주기적으로 갱신되어 신규 기술의 진입을 유인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0년 2,200[kW/인] 수준에서 2007년 현재 7,500[kW/인] 수준으로 급증하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소비량 급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효율향상보다는 부하관리 중심의 정책 추진, 전기요금의 규제 및 전력시장과의 미연계, 에너지원간의 교차보조, 업종별 교차보조 등 총체적인 문제로부터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2) 캘리포니아 州 및 미국의 1인당 전력사용량 추이

효율향상 다음의 정책 순위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지속적인 보급 및 기술개발이다. 2006년 기준으로 신재생의 발전량 비중은 약 11%을 차지하며, 대수력 발전량은 19%의 수준이다. 이러한 상당 수준의 신재생에너지원 보급의 배경은 1970년대의 오일 쇼크 이후에 도입된 풍력 및 태양광 투자에 대한 감세 및 보조 정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의무보급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2002년부터 도입하였다. 이에 따르면, 당초의 목표인 2017년까지 전체 판매전력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하는 것을 수정하여 2010년도에 이러한 수준이 충족되도록 하였다. 또한, 2020년까지는 전체 판매전력량의 1/3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충족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촉진을 위하여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으며, 특히 태양광 및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의 산업계 및 연구소 등과 연계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림 3) 캘리포니아 州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전력산업구조는 개혁의 개혁(Reforms of Reforms)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에너지 절약 및 신기술도입과 연계되어 있다.

2000년 및 2001년에 발생한 캘리포니아의 전력위기 발생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내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반듯이 부정적인 측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이러한 위기가 궁극적으로 공급력 부족으로부터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며, 이러한 공급력의 부족이 시장체제의 도입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관점보다는 급격한 수요 증가, 극심한 갈수,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지, 과다한 설비 고장 및 보수유지, 강력한 환경 규제 등이 주요 요인이었다. 이는 캘리포니아의 전력위기가 발생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으며, 정전 발생의 경우는 단 6일에 한정되었으며, 그 차단량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일례로 수급상황이 가장 악화된 2001년 1월 18일의 경우도 1,000MW만이 부하차단이 되었으며 이는 당일 최대수요의 3.2%를 차지할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주정부 및 연방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개입, 일부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의 행사, 시장구조의 결함 등이 이러한 위기를 배가 시킨 것도 사실이다.

캘리포니아 위기 이후, 경쟁체제를 상당 수준 제한하거나 과거 수직독점체제로 회귀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일례로 2004년에 주의회는 AB 2006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과거와 같은 지역독점 전력회사로 회귀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SCE 등의 지지를 기반으로 입법화되었지만 주지사가 비토권을 행사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지 못하였다. 이와 유사하게 주민제안 제80호(Proposition 80)는 소위 ‘구조개편 철회 및 정전방지법(Repeal of Deregulation and Blackout Protection Act)'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대한 투표를 2005년 11월에 실시하였다. 그 결과는 66%의 유권자가 상기 제안에 반대하여 캘리포니아는 지속적인 시장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근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에서의 전력시장제도 도입이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 및 절약에 대한 기반을 제공하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내 대규모 3개 전력회사는 모든 주택용 소비자를 대상으로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의 설치 및 다양한 요금제도를 도입하여 에너지절약 및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인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신기술 및 혁신적인 요금제도의 도입으로 인하여 첨두부하의 약 10% 정도가 감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소위 스마트 그리드 구현의 핵심적인 요소가 이미 구현되고 있음을 의미하여 이로부터 발생하는 산업의 성장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정책의 시사점

미국 연방정부와 마찬가지로 캘리포니아 에너지 정책은 포괄적이고 통합적 접근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에너지 정책의 수립은 1차에너지원과 2차에너지원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산업 성장 및 기술개발을 반드시 고려하고 있다. 또한, 부문별 에너지 정책이 독립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부기관아래에서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수송부문을 중심으로 강력한 탈석유 정책 및 지구온난화가스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주내의 바이오 및 대체연료 산업의 활성화와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전력에너지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은 에너지 효율향상에 두고 있으며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규제, 가격 정책, 기술 개발의 ‘3개의 축’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다음의 우선 순위는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보급에 두고 있으며, 이미 제반 환경 규제를 통하여 청정석탄기술을 제외한 신규 석탄은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원자력의 경우도 他州의 움직임과는 달리 시장 진입이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전력시장 제도는 지속적인 개선을 통하여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으며, AMI 설치 및 요금제도의 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에너지 절약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록 에너지 주변 환경, 산업정책, 의식 수준 등이 달라서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캘리포니아 주의 포괄적이고, 개혁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정책과 부문별 정책에 기반을 두고, 규제적이고, 지속개발 가능성에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과의 대비는 극명하며 그 시사점 또한 매우 크다.

※박종배교수 프로필
필자 박종배 교수는 87년 서울대 공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공과대학원 석사(전력시스템) 박사(전력경제)학위를 취득했다. 98년 한국전력에 입사해 전력경제연구실 연구원을 지냈고 안양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조교수를 거쳐 2001년 9월부터 건국대학교 전기공학과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박 교수는 2006년 8월부터 현재까지 방문교수로 미국 전력연구원에서 인텔리 그리드, 전력시장에서의 공급안전성 확보를 위한 안정화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지경부 전기위원회 전력계통전문위원회 전문위원, 전력거래소 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인, 전력IT 표준화포럼 정책분과위원회 위원, 지경부 전력정책연구회 위원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산자부 전력정책심의회 전력수급분과 수요관리소위원회 및 발전설비소위원회 위원, 한전 이용규정협의회 위원, 산자부 전력IT추진위원회 위원, 산자부 총괄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산자부 에너지강국실현소위원회 위원, 산자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직을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