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안전공사 인증센터가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에 V-체크 인증을 내준 것은 잘못이다. 가스절연부하개폐기의 V-체크 인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협화음은 자업자득의 성격이 짙다.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규정을 벗어나 제도를 임의로 해석하는 우를 범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업계에서 논란이 야기된 핵심은 형식승인이 없어도 v-체크 인증이 온당한가 하는 점이다. 전기안전공사가 A사의 25KA 가스절연개폐기에 V-체크 인증을 내준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전기안전공사는 A사가 몇 년 전 12.5KA 개폐기로 형식승인을 받은 제품에 25KA 개폐기 일부 항목만 시험한 것을 토대로 V-체크를 발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미 25KA 가스절연부하개폐기 형식승인을 받은 업체가 V-체크 인증이 부당하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전기기체품은 기술개발을 끝내 시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 것을 제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개발 후 시험기관의 개발채택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형식승인제품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가스절연부하개폐기도 규격별로 형식승인을 받고 V-체크에 도전하는 것이 순서다. 12.5KA 규격과 25KA 규격은 기능과 성능이 완전히 다르다. 열용량과 전류의 크기가 4배 정도 차이가 나 구조설계 자체를 다시 해야 하는 전혀 다른 제품인 것이다, 12.5KA 규격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규격이 될 수 없다. 12.5KA 한 품목으로 형식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참고시험만 해도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해 7월 전기안전공사가 참고시험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전기안전공사의 조치는 마치 1,000cc 차량에 일부 항목을 중형제품인 3000cc급 이상을 사용한 차량을 중형차로 인정하는 꼴이다. 티코 차량이 그랜져 차량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V-체크가 형식인증을 피해가는 ‘우회로’나 ‘면제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업계는 최근들어 25KA 개폐기의 수요가 늘어나자 너도나도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형식승인을 통과한 업체는 1업체에 불과하다. 한 대기업은 3차례나 개발시험에 떨어졌다. 이처럼 업체들이 많은 개발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국산화에 나서고 있는 시점에 낮은 등급의 제품을 기초로 높은 등급의 일부 품목 시험성적서를 제시한 업체에게 V-체크 인증을 발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게다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이런 식으로 인증을 내준다면 어느 업체가 막대한 돈을 들여 국산화를 시도 하겠는가.

국가의 형식승인은 자의적인 해석의 잣대를 들이대 판단하고 변형해 적용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국가 규격을 임의로 판단해 ‘안전장치를 풀고 인증을 내줘 형식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원칙과 규정이 제대로 지켜질 때 공정한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시장질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인증업체가 신뢰를 받지 못하면 국산품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부메랑이 되어 국내 업체 더 나아가 국가에 손실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다시 한번 V-체크 전반에 걸쳐 운영상 허점은 없는 지 살펴볼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