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이 ‘유가 100달러 시대’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 유가의 충격파를 덜 받는 것도 원자력이 완충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1982년 이후 26년간 소비자물가가 178%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5.4% 상승에 그친 것도 값싸고 안정적인 원전의 덕이다. 지난해 원자력발전량은 1432억kWh이며 여기에 투입된 연료비는 약 7,000억원에 달했다. 이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해 발전할 경우 석탄은 3조2,000억원, 석유는 12조4,000억원, LNG는 9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러한 계산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제2의 국산 에너지’라고 할 원자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이 다져졌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셈법’이다. ‘만약 원자력이 없었다’라고 가정하면 아찔해진다.

4월 29일은 고리1호기 원전이 첫 상업운전(1978년 4월 29일)을 시작한 지 30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돈도 기술도 인력도 없는 불모지에서 원자력사업을 출발시킨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원전 선진국의 면모를 갖추는데 힘써온 원자력계 그리고 전력계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발전용량이 100만kW에 불과했던 당시에 60만kW급 원전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단한 용기였고 선경지명이었다. 국민소득이 1,000달러 수준이었던 1970년대 초 2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투자가 수반되는 원전 건설을 추진한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졌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중심축을 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원자력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안전관리가 강화됐고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한 친 환경에너지로 인식되면서 ‘제2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IAEA는 2020년 가동원전이 500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원전설비용량을 4,000만kw까지 확대,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아래 공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밖에도 인도 터키 인도네시아 등도 원전 건설 대열에 뛰어들었다. 환경 천국이라고 불리우는 핀란드도 원전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도 30년만에 에너지법을 고쳐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비롯 각국의 정상들이 원전 증설을 지속적으로 역설하고 있는 것도 원전이 친환경경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원전 역사 30년을 맞은 올해 한국형 원전 플랜트의 연내 수출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보이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현재 집중공략중인 터키와 루마니아의 원전 입찰이 이미 시작됐거나 조만간 시작될 예정으로 있어 빠르면 연내 원전 수출 1호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전은 100만kW급 2기를 수출하면 고용창출만 5만 5,000명에 이르고 부가가치 창출도 5조원이나 될 정도로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원전 플랜트라는 수출 품목을 가지고 세계 원전시장에서 코리아 신화를 다시 이룬다면 원자력역사는 또다른 지평이 열릴 것이다.

현재 정부는 고유가와 온실가스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원전 확대 쪽으로 에너지 정책을 다시 손질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2030년까지 원전 9기 가량을 추가로 지어 전력생산의 55%까지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기술개발의 불확실성과 경제성 낮아 장기화된 제 3차 석유 위기시대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기술 진화속도를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가 기저발전을 담당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이에 반해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기후변화협약에 대응이 가능하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담보할 수 있다. 현실적 대안으로 원자력만큼 매력적인 에너지원이 없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원전의 비율을 확대키로 방침을 굳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 내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갈등과 충돌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정부의 리더십과 함께  환경단체들도 ‘무조건 반대’의 극단주의를 버려야 한다. 미국의 환경단체들도 조건부 찬성으로 원전 도입의 현실성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자력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에너지원으로, 수출 성장동력으로 거듭나는 이정표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력계가 힘을 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