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준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이유는 현행 가격을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이 중장기적으로 가중될 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으로 인해 설비 수명이 늘어나고 설치단가가 떨어졌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다 기준가격보장기간을 늘리기 때문에 비용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태양광발전설비의 설치단가를 낮추려는 방향 설정은 맞지만 인하 폭이 크고 그 기준을 한순간에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섯부른 정책결정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준가격 하락폭을 20%선으로 떨어뜨리려면 현재 wP당 4,500원대인 모듈 가격이 wP당 3,000원대 였던 2년전 가격으로 회귀해야 한다.  설치단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정부의 판단대로 가격이 내리는 것은 정부가 개입해서 결정된 문제가 아니고 보증할 수도  없는 가격이다. 문제는 기준가격의 인하폭 만큼 모듈이나 기자재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발전이 이뤄져 자재비와 설치가격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더욱이 세계적인 태양광 사업의 활황에 힘입어 모듈 가격이 뛴데다 정부가
총설치 용량을 제한해 정부가 정한 ‘구획’안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자재비가 폭등했다. 최근들어 국제 원자재가의 상승도 자재비의 인상을 부채질해 기업에게는 부담이 적잖다. 현재 인하 요인으로 작용하는 요소는 상환기간을 확대하는 것 밖에 현실적으로 없다는 게 보편적 시각이라는 점을 정부는 염두에 워야 할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기준가를 15~20%선으로 떨어뜨리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발전차액 가격이 낮아 채산성이 급락하면 금융권은 당연히 투자를 꺼릴 것이다. 파이낸싱을 통해 사업을 펼치려는 기업가는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어야 한다.

지난해 발리 로드맵이 채택되면서 기후변화 협약을 둘러싼 국제 에너지 환경은 급속도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고 우리나라도 결코 예외지역에 놓여 있지 않다. 최근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도 한 때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형태로 굳어 우리나라를 압박하
고 있다. 이러한 외부 환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신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뿌리내리고 키워가야 할 에너지원이자 성장동력이다. 우리가 큰폭의 기준가격 인하를 우려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동력원인 국내 태양광발전사업에 충격파를 줘 모처럼 일어난 불씨를 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의 미래의 모습이 불확실하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이치다.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태양광사업은 다소 시장의 확실성이 떨어져 업계가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해왔던 게 사실이다. 정부가 당위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시장에 충격을 줘 자칫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여건의 성숙도에 맞춰 정책 추진의 속도를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하 폭을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하고 3년 터울의 유예기간을 둬 시장의 참여자가 사업을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완충지대’를 둘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