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공단 전봇대가 때 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전남 영암군 대불산업단지의 다리 위에 있는 전봇대 2개가 국가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국의 수많은 전봇대 중에서 유독 2개의 전봇대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언급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사철리로 뽑히고 옮겨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높은 분이 얘기하면 5년 걸릴 것이 5일만에 해결되는 탁상행정은 끝나야 한다”며 “경제, 국가 산업화를 가로막는 ‘마음의 전봇대’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전봇대가 마치 ‘불필요한 규제’와 ‘탁상행정’의 대명사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언론의 ‘물매’를 맞은 대불산단의 전봇대가 이전됐지만 원천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불단지 업체들은 전봇대 2개가 뽑혀나갔다는 것에 박수치고 환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를 방증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대불산단의 전봇대를 사례로 들어 지적한 탁상행정의 문제점과 현장중심의 규제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해서 땜질식으로 전봇대만 서둘러 처리하고 근본 문제는 덮어두는 것은 본말전도다. 첨단산업을 유치할 목적으로 조성된 대불산단에 조선관련 업체가 대거 입주하면서 기능이 상실된 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수위가 당장 2개의 전봇대를 없애고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대불산단 기반시설의 리모델링등 핵심 문제를 짚고 총체적인 대안을 도출하고 강구하도록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짚어봐야 할 것은 대통령 당선인의 ‘불호통’으로 애꿎은 전봇대가 일순간에 뽑혔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번호판도 없고 적재량을 초과해 싣고 운행하는 불법무적차량(트랜스포터)의 길을 터주기 위해 적법하게 세워져 있던 전봇대가 자리를 내주고 뽑혀져나간 것이다. 언론의 왜곡된 의제의 쏠림 현상이 이같은 아이러니를 만들어내지 않았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더군다나 인수위가 참여정부의 탁상행정과 기업규제를 부각시키면서 이번 조치를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의 표본으로 대비시키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지나치게 과대포장하고 확대해석하는 것에 매몰되는 것은 전시행정이자 과시행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하면 된다’라는 밀어붙이기식 열정이 주는 통쾌함은 맛보겠지만 일회성 전시행정으로는 본질적인 근본 문제 해결이 더 요원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생색내기에 급급한 전시행정은 실질적인 문제해결이 뒷전으로 내몰릴 뿐만 아니라 현실을 왜곡하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 대불공단 전봇대 철거 이후 이곳 저곳에서 지중화를 요구하는 ‘제2의 대불공단 전봇대’ 민원이 생겨나고 있다. “저곳은 해줬는데 왜 이곳은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이래서는 올곧게 효율적인 전력산업을 펼칠 수 없다.  새 정부가 현장에 충실한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이뤄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주적인 절차와 법치를 따르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과정의 정당성이 적절하지 못하고 원칙을 무시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